서울대 김수봉 교수 : 자랑스런 우리동문(55회) 입니다
전문가와 일반인이 선정한 올 국내 과학기술계 10大뉴스
-한국 위상 높인 연구 성과
1분 만에 충전되는 전기車배터리… 충전 시간 30분의 1로 줄여
p53단백질 보호단백질 발견, 신개념 항암제 개발 길 열기도
올해 국내 과학기술계 최고 뉴스로 뇌가 장소를 기억하는 원리를 규명한 KIST 연구진의 성과가 선정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17일 전문가 선정위원회 토론과 일반인을 포함한 총 3179명의 온라인 투표 결과를 종합해 과학기술계 10대 뉴스를 선정·발표했다. 국제 수준 논문 중 가려 뽑은 연구성과 5개, 과학기술계 각종 이슈 중에서 뽑힌 5개 뉴스가 이름을 올렸다.
전체적으론 한국 과학기술의 위상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뉴스였지만, 항공우주와 원자력 등 거대과학 분야에선 우울한 뉴스가 선정됐다. 순위는 다음과 같다.
①뇌의 장소 정보 기억 원리를 밝히다
주당(酒黨)들이 취해도 집만큼은 귀신같이 찾는 건 뇌의 '장소(場所)세포' 덕분이다. 이 세포는 몸통(세포체)과 나뭇가지처럼 뻗어나온 안테나(수상돌기)로 구성돼 있다. KIST 연구진은 그 기능을 알아내기 위해 특수 제작한 러닝머신을 쥐가 달리게 해놓고 뇌파를 관찰했다. 그 결과 세포체는 기억의 속도, 수상돌기는 기억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시각화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②삼성·애플 특허전쟁
애플이 올 4월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수입 금지를 요청하면서 특허분쟁이 격화됐다. 일주일 뒤 삼성도 맞소송을 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양사는 현재 한국·미국·독일·영국 등에서 30여 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③나로호 발사 내년으로 연기
'우주로 가는 길'이 또다시 막혔다. 나로호는 지난 11월 29일 3차 발사를 16분여 앞두고 부품 이상으로 발사가 미뤄졌다. 재발사는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사이 북한이 은하 3호 로켓으로 광명성 3호 위성을 쏘아올렸다. 한국은 이란에 이어 북한에도 밀려 우주발사 능력을 지닌 국가 대열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④1분만에 충전되는 전기차 배터리기술
울산과학기술대(UNIST) 조재필 교수(친환경에너지공학부) 연구진은 1분 만에 완전 충전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개발했다. 지금의 전기차는 충전에 최소 30분~2시간이 걸린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전극(電極) 입자 안에 그물망과 같은 전자 고속도로를 뚫어줘 전자의 이동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비결이었다.
⑤한국을 먹여 살릴 기초과학硏 출범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은 창조적인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한국 과학기술이 선진국 모방형에서 벗어나 창조형으로 진화하는 데 원동력을 제공한다. 한 해 100억원씩 10년간 총 1000억원의 파격적인 연구비를 지원받는 스타 과학자들이 연구단장으로 잇따라 선정되면서 관심도 집중됐다.
⑥유전자의 수호자를 지켜주는 단백질
손상된 세포가 자살하도록 유도해 암을 차단하는 'p53' 단백질은 '유전자의 수호자'로 불린다. 암 환자 절반 이상은 p53 단백질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제 기능을 못한다. 서울대 백성희 교수(생명과학부)는 p53 유전자가 파괴되지 않게 해주는 단백질을 발견, 신개념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⑦안전도 효율도 모두 놓친 원자력
2월 고리원전 1호기에서 전력 공급이 12분간 중단되는 정전사고가 일어났는데도 관련자들이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6월엔 고리원전 직원들이 4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11월엔 국내 원전에 가짜 검증서를 붙인 부품들이 지난 10년간 무더기로 납품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⑧사고 위험 없앤 스마트 원자로 개발
원자력연구원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가 올 7월 세계에서 첫 인허가를 받았다. 스마트는 원전의 주요 기기인 증기발생기와 냉각재펌프 등이 압력용기 안에 모두 들어있는 일체형 원자로다. 낡은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차세대 수출형 원전으로 주목된다.
⑨유령입자의 비밀을 한 꺼풀 벗기다
중성미자는 우주 만물을 이루는 기본입자로 다른 물질과 반응을 거의 하지 않아 '유령입자'로 불린다. 과학자들은 3가지 중성미자(전자중성미자·뮤온중성미자·타우중성미자)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것을 밝혀내 우주 생성 과정을 추적해 왔다. 서울대 김수봉 교수(물리천문학부) 연구진은 6년의 추적 끝에 그 변환의 마지막 형태를 밝혀냈다.
⑩휘어지는 나노m 두께의 소자 개발
서울대 이탁희 교수(물리천문학부)와 박성준 광주과기원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쑤시개에 감을 수 있을 정도로 얇고 잘 휘어지는 전자소자를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성질을 가진 고분자 유기물질을 휘어지는 플라스틱 필름에 코팅하는 방법을 썼다. 연구진은 여기서 더 나아가 분자 100개 층 이상으로 이뤄진 고분자 유기물질을 분자 단 한 개 층으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