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고, 명예졸업장 수여
20일 부산 동래고 졸업식에서 박두호(3회) 선생의 아들 박정무(오른쪽) 씨가 선친의 명예졸업장을 대신 받고 있다.
20일 치러진 부산 동래고교 제83회 졸업식에는 특별한 순서가 마련됐다. 1928년 항일운동을 하다 제적된 고 박두호(3회) 선생의 명예졸업장이 80년만에 수여된 것이다. 이날 고인의 명예졸업장은 그의 아들이자 동래고 27회 졸업생인 박정무(75) 씨가 대신 받았다.
아들 박 씨와 동기인 동래고 27회 25명은 최근 모교에 진정서를 제출해 박두호 선생의 명예회복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학교 측이 '명예졸업자 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명예졸업자로 의결, 이번에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게 된 것이다.
박두호 선생은 1928년 대동맹 휴학 등 일제강점기 재학 중 모두 7차례의 동맹휴학을 주도해 정학처분을 받았고 결국 1928년 5학년 마지막 학기를 눈앞에 두고 제적되는 바람에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당시 담임교사는 "박두호가 아무래도 졸업하지 못할 것 같은데 반성문이라도 쓰면 손을 써보겠다"며 "항일운동으로 교칙을 위반한 것을 반성하며 황국신민으로서 천황 폐하께 충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을 반성문에 써라"고 요구했지만 선생은 반성문 쓰기를 거부, 끝내 제적당한 것이다. 선생의 서류상 제적 사유는 '가정형편상'으로 적혀 있다.
아들 박 씨는 모교의 학적부를 뒤져 부친이 5년의 전 과정을 마친 것을 확인한 뒤 이번 명예졸업자 선정 결과를 이끌어냈다. 박 씨는 "당시 부친이 항일학생으로 제적당했다는 낙인이 찍혀 해방될 때까지 취직도 하지 못해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선친의 명예가 회복돼 감개 무량하다"고 말했다.
동래고 측은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이번과 같은 명예졸업자들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저 : 국제신문 정유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