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K리그 정복의 힘은 ‘발상의 전환’
초보 감독의 패기가 올 시즌 K리그를 정복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당초 3~4위 정도를 목표로 했으나 예상을 뒤엎고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발상의 전환'이 초보 감독의 부임 첫 해에 값진 결과를 이뤄냈다.
서울은 지난해 말 박태하(44) 코치를 수석코치로 선임했다.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은 최용수 감독(39)보다 5살 위 선배다. 코치가 감독보다 나이가 더 많아 선배가 후배를 모시는 '불편한' 구도가 됐다. 위계 질서가 엄한 국내 스포츠계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 서울 최용수 감독이 지난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팀 동료들과
맨체스터 시티의 악동 발로텔리를 흉내낸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알고보니 최 감독이 직접 박 코치를 만나 설득한 일이었다. 2006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으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낀 최 감독은 평소 친분이 있는 선배의 도움을 구하고자 했다. 박 코치는
허정무 감독과
조광래 감독 시절 축구대표팀에서 코치와 수석코치를 지낸 역량있는 지도자다.
최용수 감독은 "외국에는 젊은 감독을 돕는 50~60대 코치가 많다. 한국도 이런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며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는데 로베트로 만치니(48) 감독과 63세인
브라이언 키드 코치가 만들어낸 성과"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전술과 전략을 구축할 때 항상 박 코치에게 귀를 기울인다.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안을 프로와 대표팀을 두루 거쳐 내공이 탄탄한 박 코치의 고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남들이 생각조차 못할 일에도 도전했다. 지난 25일 우승 행사에서 한 깜짝 승마 세리머니가 대표적이다. 그라운드에 진짜 말을 등장시킨 그는 "말춤으로 세계를 호령한 가수 싸이처럼 우리도 아시아와 세계를 정복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이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만 해도 구단 측은 실행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하지만 감독의 끈질긴 요청으로 한국승마교육원과 서울월드컵경기장 관리공단의 협조를 얻어 결국 뜻을 이뤘다. 그는 지난 7월 K리그 올스타전에서도 '뱃살 용수텔리' 세리머니를 선보여 축구팬을 유쾌한 충격으로 몰아넣았다.
<이진영 기자 asa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