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에서 열리고 있는 제50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키 162㎝의 단신 김현욱(19·한양대)이다.
올해 1학년인 김현욱의 프로필에는 키 164㎝로 나와 있다. 하지만 실제로 통영에서 만난 김현욱은 160㎝도 안돼 보였다. 김현욱은 수줍게 "실제 키는 162㎝"라고 답했다.
키는 작지만 녹색 축구장에 나선 그는 누구보다도 커 보였다. 17일 통영 산양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단국대와 8강에서 그는 한양대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와 장신 숲을 헤짚고 다녔다.
김현욱은 '우승후보' 단국대 선수들을 상대로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단국대 선발 선수들의 평균 키는 182.5㎝. 단국대는 피지컬을 활용한 제공권이 인상적인 팀이었다. 특히 수비수 송민호는 192㎝ 장신으로 김형욱과 딱 30㎝ 차이가 났다.
김현욱은 빠르고 기동력이 좋은 장기를 살려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공을 잘 뺏기지 않았고 방향전환도 자유로웠다. 한양대는 선제골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고 침착하게 경기를 뒤집었다. 김현욱은 득점은 없었지만, 전반 30분 단국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감각적인 로빙 슈팅을 날리는 등 인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정재권 한양대 감독은 경기 후 "현욱이가 팀의 살림꾼"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상진 신갈고 감독은 "김현욱은 작지만 빠르고 재치가 넘친다.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현욱은 "형들 덕분에 대학무대에 편안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양대 입학 수 첫 공식 대회인 이번 춘계연맹전에서 5경기에 나와 2골·2도움을 기록했다. 32강 서남대 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었고, 16강 광주대에서는 승부를 가르는 쐐기골을 도왔다.
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예상했다는 듯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그동안 키가 작아 축구를 포기해야 한단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며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축구는 키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는 메시는 키 169㎝다.
김현욱이 프로에 진출한다면 1983년부터 5년간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었던 현기호와 함께 역대 최단신 선수로 기록될 전망이다. 162㎝ 현기호는 K리그 통산 60경기에 나와 5골 6도움을 올렸다. 김현욱은 "형들과 함께 스카우트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프로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통영=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