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 롯데백화점 후문에서 출발하는 동래고등학교 동문 산악회인 망월산악회 오늘 산행은 고성의 무위산과 수태산으로 소, 대형 두 대의 버스에 47명이 동참했다. 맑은 날씨지만 낮 기온이 높아진다는 예보가 있어 산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박진영 산악회장은 망월산악회 창립 36주년 기념 산행에 동참해 주신 대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고, 총동창회장도 동참하여 망산의 창립을 축하해 주었다.
차창으로 스치는 산하는 푸르름을 유지하는데 백발의 82세 노인이 되어 버린 내가 젊은 후배들과 산행을 하면서 망월산악회가 나의 인생 여정에 미친 비중이 어느 정도였을까 하는 상념에 젖어든다.
1990년 5월
산을 좋아했던 동래고 30대 기수가 중심이 되어 27회 문영조 선배님을 초대 회장으로 모시고 망월산악회를 창립할 때 나는 40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내가 망산에 푹 빠지게 된 동기는 2대 김영배(30회) 회장님의 열정에 이끌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아무리 바빠도" 산행을 하는 망산의 느려도 꾸준했던 알찬 산행이 전국 100대 명산은 물론 백두대간, 낙동정맥 탐방에 끼여 산꾼?이 되어가고 있었음을 느낀다.
또한 망산 아니면 이루지 못했을 일본의 3대 고봉인 후지산 (3,776m), 북알프스 호타카다케(3,190m), 남알프스의 키타다케(3,193m)까지 해외 산행으로 올랐으니, AI로 나를 검색하면 망월산악회를 통해 해외 산행 등을 한 산악인이라고 나오니 쑥스럽다, 그러나 나는 망산을 통해 건강도 지키고 인생살이 활기를 얻은 계기가 된 것은 정말 가슴 뿌듯하고 감사하다.
집행부는 오늘 창립기념 산행을 창립 멤버에 속한 30~40대 기수인 선배들을 많이 모시고 선후배 기수 간 전통을 이어 보려는 의미로 근교 산인 고성의 무위산(546m)과 수태산(574.7m)으로 정했는데, 창설 맴버 중 30대 기수는 39회 막내 기수인 내가 유일하고 40회 윤희철 동문이 동참했다, 세월의 흐름은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출발한 지 2시간여 달려 산행 들머리인 고성 상리면 무선 저수지 옆 공터에서 발대식을 하고 무위산으로 오른다. 오늘 기온이 폭염에 가까운 35도를 오르내리지만 산행 코스의 가파른 경사 길은 근래 삼나무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산행이 한결 쉽다.
산등성이를 오르며 숨이 턱에 걸릴 때쯤 앞서가던 망산의 20대 회장이었던 김정민(55회) 고문이 배낭에 넣어온 홍어회를 꺼내 초장에 찍어 한 점 먹으라 권한다. 코가 찡하며 정신이 번쩍 들고 힘이 불끈 난다. 붙임성 좋은 김 고문은 망산의 1~2세대를 잇는 중간 기수로 지난 수십 년간 함께 산을 오르며, 망월이 걸어온 전국 유명산의 산행 노하우나 에피소드를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산에 오르니 무위산 정상 아래 문수암에 도착한다. 이 절을 창건하신 의상대가가 절터를 지나면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 하여 문수암이라 이름 지었고 지금도 문수전 뒤에 가면 바위 틈으로 문수보살을 친견할 수 있다 하여 돌아가니 신도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나도 표시된 자리에 서서 자세히 살폈지만 나의 신심으로는 문수보살을 친견하지 못하겠다. 좀 더 수행한 후에 도전하련다.
법당을 나와 10여 분 오르니 무위산(546m) 정상이다, 남해바다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확 열린다. 건너편 수태산이 바로 앞이다. 수태산 들머리 삼나무 그늘에서 점심을 먹는다. 여러 대원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 놓으니 산상 뷔페다.
수태산은 임도에서 다시 20여 분 가파른 경사를 치고 올라가 오늘 목적산 두 봉우리를 모두 찍고 하산하면서 보현암 약사전의 초대형 약사불을 참배한다. 해수 관음상은 보통 바다를 쳐다보는 불상인데 비해 보현암 약사전의 약사불은 바다를 등지고 산 쪽을 보도록 안치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약사불에 참배하며 망산 가족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드렸다.
약사전 앞 주차장에서의 하산주를 마시고 진동 황실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고 마산의 서진 돼지국밥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창립기념 마무리 행사로 축하 케이크 커팅을 하고 내가 최고참 선배라며 건배사를 권하니 건강하려면 걸어야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누죽 걸산"을건배사로 창립 기념 산행을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집행부에 제삼 감사드린다.
2026년 5월 19일 임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