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설의 공 더욱 빛나기를!
39회 졸업생을 보내면서
교장 정사용
졸업생 제군!
홀연 3년이란 세월이 흘렀나 봅니다。
1학년에 입학해서 3년이 지나면 누구나가 맞는 이미 3년 전에 약속한 당연한 졸업입니다.
이날이 올 것은 이미 3년 전에 계약된 것으로 이상할 것도, 놀랄 것도, 없는 평범한 일이라고 하면 그렇게 평범한 것이 될지 모르나, 어쩐지 그렇게 당연한 것만 같고 평범한 것만 같지 않은 심정이니 말입니다.
그래서는 안 될 동고가!
그럴 리가 없는 동고가!
어쩐지 이상하게 되어버렸으니 평범하게 느껴지지가 않는군요!
사회 유지와 학부형의 기대에 맞지 않고 동창 선배님들의 염원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역사의 뒷받침도 무시되고 전통의 가르침도 망각된 지 이미 오랜 동고였습니다.
65년간의 역사의 권위에 장(仗) 하고 6,000명 동창의 총의에 부응(副應) 키 위하여 무척 몸부림도 친 과거 3년이었습니다.
강철같이 굳센 두 주먹으로 허공을 저어봐도 포범같이 성낸 표정으로 망월대를 향하여 고함을 처봐도 제군들의 모교인 동고를 재건시킬 건더기가 쉽사리 잡히지 않던 과거 3년이었습니다。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시원치 않아 한(恨)이 다 차지 못하여 때로는 울어도 봤고, 때로는 비관 실망도 해봤고, 그럼으로써 자포자기로 했던 과거 3년이었습니다。
비관과 실망!
자포와 자기는 마침내 값싼 감상에 사로잡혀 역사와 전통에 자아를 매몰시켜、
자기 기만과, 자아도취에서 생의 도피처를 구하던 과거 3년이었습니다。
자아 상실의 3년! 자기 기만의 3년!
이 몸서리나는 구렁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자기를 구출한 제군들이었으니, 어찌 평범한 3년이고, 당연한 졸업이라고만 하겠습니까?
과거의 자랑에서, 현재의 자랑으로
역사의 유물에서, 현존의 실물로
교차 전화케한 제군 들입니다.
망월대 굽어보는 흙구덩이를 민화방장의 꽃 동산으로 화하게 한 제군들입니다.
이 위대한 중흥의 용사를 보내는 이날 나로서는 평범할 수 없고 이(理) 당연하다고 정(情) 마저 심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냉철한 법리(法理)는 인간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숙명의 궤도를 어긋남이 없는가 봅니다.
내정(內庭)의 늙은 벚꽃나무도 외정(外庭)에 늘어진 수양버들도 작년과 꼭 같이 1년의 연륜을 새겼을 뿐 아무 말 없이 서 있을 뿐입니다.
389명 졸업생 제군!
중흥의 용사 제군!
제군들이 찾아낸 그 값진 보배!
그 위대한 선물은 오늘 현재의 자랑으로 모교는 빛날 것이고, 제군들의 후계자인 이 재학생들은 그를 고수(固守) 발전시킬 것입니다.
과거의 자랑은 한량없이 많았고 과거의 전통은 비할 바 없이 빛났건만 오늘의 자랑, 목전의 빛이 없어서 그 얼마나 굴욕의 생활을 해 왔던가?
이것은 몸소 체험했고 이것을 뼈저리게 느낀 재학생 제군들이라 한사코 아껴 발전 향상시키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심하시고 마음 놓으시고 이 모교를 후배들에게 맡기십시오. 그리고 3년간의 형설의 공의 결정인 보배로운 동고의 졸업장을 소중히 두 가슴에 안고 동고 중흥의 용사 다운 늘름한 태도로서 두 가슴 넓게 펴고 모교의 교문을 하직하십시오, 그리고 그 영예에 찬 졸업증서를 부모님 앞에 올리고 문외(門外) 재배하시고 부형 모자님의 은혜에 다시 한번 마음껏 잠겨 보시기 바랍니다.
사회는 특히 제군들의 6천 명 선배 재위는 방방곡곡에서 제군들의 오늘 있음을 축복합니다.
이 글을 읽고~
이 글은 필자가 1963년 동래고를 졸업할 당시 "졸업 특집 동래고 주보 제32호"에서 발췌한 글로 당시 모교 선배로 동래고의 르네상스를 일으켜 세워 보겠다는 포부로 모교 교장으로 부임하신 정사용 교장선생님의 첫 졸업생이 된 우리기의 졸업을 축하하는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느낀 것은 정사용 교장선생님은 재학생의 성적을 향상시켜 명문 동래고등학교의 전통을 세워 보시겠다는 열정으로 부임하셨지만 우리 기수가 그 기대를 충족해 드리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묻어나는 글이었음을 느낀다.
우리 기수가 졸업할 당시 지금의 수능시험의 전신인 "제1회 국가고시"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 타 인문계 고등학교에 비해 그 성적이 저조해 교장선생님은 크게 실망하셨던 마음이 글 중에 비친다.
"그래서는 안될 동고가, 그럴 리가 없는 동고가"라던가
"비관과 실망"이란 내용이 교장선생님의 그때 심정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정사용 교장선생님의 후배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새삼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교장 선생님 그래도 우리 동기들은 졸업 후 동고 정신을 바탕으로 한 동고인으로 사회 구석구석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왔음을 자부하고 있으니 열려 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교장 선생님 사랑합니다.
군봉(群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