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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뒷줄 맨오른쪽) 감독을 비롯한 동래고 테니스팀이 20일 학교 테니스 연습장에서 훈련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진우 인턴기자 |
- 아낌없는 동문 지원 뒷받침
- 스타선수 배출 등용문 자랑
- 김문호(74회) 감독 지도력도 큰 힘
-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 포부
올해로 개교 114주년을 맞은 동래고등학교(교장 조현영)는 그 오랜 역사 만큼이나 그동안 부산지역 스포츠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올해로 정확히 창단 100주년을 맞은 축구부와 한때 전국 최강의 실력을 자랑했던 야구부 등은 부산 아마추어 체육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오랜 기간 변함없이 전국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운동팀이 있다. 바로 테니스팀이다.
지난 1916년 정구부로 창단한 동래고 테니스팀은 무려 96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부산·경남 최초의 정구팀임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테니스팀이다. 따라서 동래고 테니스팀의 역사는 곧 부산·경남 지역의 테니스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만큼 동래고 테니스팀이 배출한 스타는 손에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고, 각종 대회에서의 우승 횟수도 셀 수 없을 정도다.
1960년대 후반 우리 나라 테니스를 대표한 선수였던 양해식(43회,현 부산테니스협회 부회장), 정민철(48회,현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부터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세웠던 김동현(74회,34·경산시청), 김동현의 최연소 대표 기록을 깬 정석영(88회,19·건국대)까지 내로라하는 테니스 스타들이 모두 동래고 출신이다.
동래고 테니스팀은 2000년대 초반 걸출한 스타였던 김동현의 졸업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2008년 본교 출신인 김문호(33)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 다시 옛 영광을 찾기 시작했다.
동래고는 2010년과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단체전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올해도 테니스협회장기 대회 단체전 준우승, 소강배 대회 단체전 준우승, 낫소기 대회 단체전 3위 등 전국 최정상권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국체전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오른 손지훈(3학년)은 올해 장호배 대회와 학생선수권 대회 단식에서도 우승을 거머쥐며 김동현-정석영으로 이어지는 2000년대 스타 플레이어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지훈뿐 아니라 2학년의 김주성과 이현규 등 나머지 선수들도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어 동래고는 올해 전국체전에서 단체전 3연패와 단식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올해 대회에서는 대진운도 좋아 4강에서 홈팀인 대구 영남고만 꺾는다면 무난히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동래고 테니스부가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조현영 교장을 비롯한 학교 측과 동문들의 든든한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동문들은 십시일반해 지난 2008년 테니스팀 선수들을 위한 합숙소를 건립해주는가 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동래고로 진학하는 선수 대부분은 동래중과 다대중 출신으로 동래고 동문들은 이들 학교에 꾸준히 용품 지원 등을 해오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초·중학교부터 키워진 좋은 선수들이 동래고에 계속 진학하게 되면서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문호 감독의 훌륭한 지도도 빼놓을 수 없다. 선수 시절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오히려 인정받고 있는 김 감독은 '자율 훈련'을 강조한다. 수업도 거른 채 운동에만 전념하는 다른 팀의 선수들과는 달리 동래고 선수들은 절대 수업에 빠지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너무 많은 훈련을 하다보면 대학 진학 후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그에 따라 선수 생명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김 감독의 지론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래고 선수들은 공부와 운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에 옮김으로써 성적도 크게 향상됐다.
김 감독은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선배님들이 쌓아 올리신 금자탑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무대를 누비는 선수를 발굴, 육성해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