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앞에서
이 성 호 (40회,시인)
그것은 점 하나다.
전신(全身)으로 뚫고 선다.
빨갛게 물이 들어 열어 놓은 틈 사이로
뾰족이 내민 젖가슴 온 바다를 쥐고 있다.
꽃잎일까. 실눈일까.
숨을 죽인 한 순간이
한 자리 붉게 더 붉게 숨을 할딱이면서
온 세상 한데 조인다.
붉게 숨을 몰아 쥔다.
들머리 빼꼭히도 열어젖힌 이랑 위로
저 꽃잎 열린 송곳 어스름 털어내고
힘 실어 떠올린 바퀴 반 넘어 솟구친다.
둥글게 테를 돌려 솟아오른 하늘 위로
온갖 광채 바늘 혀끝 동경(銅鏡) 되어 뚫고 있다.
환하게 박차고 올라 두둥실 위로 떴다
동해물 너른 들녘 건져 올린 불덩이다.
한 민족 얼굴 씻고 모두모두 모여오라
새해의 큰 물굽이로 세계사에 우뚝 하라.
병신(丙申) 원단(元旦)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