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산 꾼의 백두대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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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만(47)
2005.02.26 15:55
직장 생활 때 잠시 직장 소속 산악회를 다녔지만 그 후 개인 사업을 시작하여 사업이 잘 되면 산을 다니리라 마음먹고 벼루고 벼른 날이 20여년이 지난 이제야 마음을 접고 초보 산 꾼이 산을 시작한다.
그것도 백두대간을.....
고수들의 산행은 항상 자신 있고 여유 있어 보이지만 초보에게는 산행이란 두렵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두 번 따라 나서다 보면 산 정상에 설 때마다 벅찬 감동이 찾아오고 다음 산행이 기다려지곤 한다.
망월 산악회 초보라 할 수 있는 3년 남직한 세월 속에 정맥이란 개념과 대간이란 개념을 알 수 있었고 그 부산물로 새끼(?) 망월회를 조성하여 낙남정맥을 할 수 있었으니 그 감동은 다른 사람에 비하여 두 배 아니 세배나 될 것이다.
事前準備(사전준비)
백두대간의 20회 차(2002.7.28)부터 동행하는 본인은 아직 대간의 용어가 익숙하지 않다.
오늘 대간 길은 비교적 수월한 길이지만 그래도 초보는 앞 사람 엉덩이만 바라볼 뿐 주위의 경치는 볼 여유가 없다. 이것이 이인호 선배님의 산(山) 머슴살이 론이다.
윤지미산을 어떻게 넘었는지 화령재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에는 조금도 없이 그저 백두대간을 한번 갔다는 것에 감탄 또 감탄이다.
이것이 수동적인 산행 방법의 첫 시작이다.
몇 회 차 같은 방법의 산행이 계속되었다.
그래도 산행이 기다려지고 장비 준비며 앞으로 가야할 대간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한다. 지도 지형과 산의 형세, 앞으로 가야할 길이 독도와의 일치점, 특히 나침반으로 상상하는 등산(in door climbing)은 산의 높이, 경사도, 도상거리등을 조금씩 초보 산 꾼이 이해하게 되고 능동적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한다.
無泊山行(무박산행)
대한민국 동남쪽 끝에 자리한 부산은 백두대간을 하기에는 교통이 타지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니다. 부산에서 백두대간의 거리가 멀어져 감으로 당일산행에서 무박산행이 잦아진다. 보통 저녁10시에 출발하면 6-7시간을 달려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고 민박집이나 차속에서 잠을 자더라도 3-4번 정도 잠을 설친다. 그렇게 자는 잠이 잠이라 할 수는 없지만 1분이라도 편한 잠을 자기위한 노하우가 나오고 은근히 전수되기도 한다.
민박이라도 좁은 잠자리는 칼잠을 자야하고 3개 전차군단의 돌격 소리(코 고는 소리)는 새우잠을 자야한다. 버스 의자에 기대어 잘 수 있는 에어 베개며, 출발 전 소주 한잔은 백약보다 몸(잠)에 좋고, 내일등산을 위해 차내에 신문지를 깔거나 슬리퍼나 고무신으로 발을 편하게 하는 것은 좋으나 여름철에는 등산화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잠을 잘 잘 수 없는 상황인데도 하루 종일 걸어도 지칠 줄 모르는 것은 신(神)이 산 꾼에게 준 특허품일 것이다.
山行始作(산행시작)의 마음가짐
등산은??무상(無賞)의 행위??라고 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는 이야기다. 즉 in-put과 out-put의 개념으로 저울질하면 미련스럽고 바보라는 이야기다. 그저 생존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 감성, 시간, 공간의 자유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진정한 삶과 풍요인 것이다.
산길을 가면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 갈림길에서 한 발만 잘못 들어서도 더 많은 시간과 체력을 소모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마주치는 선택의 문제로 등산이 주는 교훈이고 인생이다.
우리 인간들이 산을 즐기는 것은 유한적이다. 그러나 자연과 산은 영원하다. 우리가 조상에게 물려받은 이 강산을 우리 후손들에게 깨끗이 물려 주기위해 모든 산 꾼은 노력하여야 한다.
日出(일출)
백두대간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으로 이어 가는 능선 그 자체가 주위보다 높으므로 지리산 천왕봉, 속리산, 태백산, 설악산 등 일출을 구경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감히 대간 길 일출을 누가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보통 무박 산행 시 들머리는 여명이 시작 될 무렵 령(領)이나 치(峙)에서 랜턴을 밝혀 출발한다. 요즘 랜턴은 구 백열 헤드 랜턴부터 시작하여 LED7구 랜턴 3구LED 자가발전 랜턴까지 다양하여 야간 산행도 힘들지 않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여명에 시작한 산행길이 랜턴의 불빛을 느끼지 못 할 즈음 저 멀리 동쪽에서 보이는 붉은 빛은 산악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는 최대의 산수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잊지 못 할 동해안 곳곳의 일출은 새삼 감동을 일으키고 다시 가고 푼 충동이 일곤 한다.
어느 한 구간(2004,7,16 백두 48회차)
미시령-마등령구간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너덜지대로 (등산로 반 정도가 너덜지대 이므로) 선행자들은 맑은 날 통과 하라고 충고한다. 왜냐하면 너덜지대가 많아 엉뚱한 곳으로 가기 쉽기 때문이다. 맑은 날 가게 되면 멀리서 나풀거리는 표시기도 볼 수 있고,선행자들이 쌓아놓은 돌탑도 보이고, 표시기 돌탑이 안보일 때 어느 쪽이 능선 마루금 인지 구분되며, 희미하게 크램폰이나 스틱촉에 찍힌 흔적이 식별되기도 하는 여러 가지 보너스 혜택을 받으며 황철봉 너덜을 통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란 것이 우리의 뜻으로 되는가? 하늘의 뜻이지.
폭우와 폭풍은 미시령에 도착하자 마치 환영 행사라도 하는 듯 세차게 몰아치고 한발 한발 전진하기가 힘들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대간 길인데 마음을 다 잡고 前進 !. 前進 !. 또 전진
얼마를 걸었을까 하늘을 향해 뻗은 너덜 지대가 나온다. 비가 와서 무척 미끄럽고 안개로 시야는 가려 지고 차라리 주위를 안 보고 가는 게 약일까? 잠시 안개가 걷히며 보여준 울산 바위는 대간의 신비를 맛보게 한다.
특히 이 구간은 통제 구간이어서 대간꾼들이 변칙 행동을 제일 많이 하는 곳이다.
한밤중 통과하기, 이른 새벽 통과하기, 악조건시 통과하기 등등으로 그 성공여부가 궁금하다. 모든 대간 꾼들이 뜻대로 통과하기를 바랄 뿐이다. 참고로 경방기간이 끝나면 약간의 융통성이 있다는 제보다.
산에서 만난 사람
백두대간의 종주 하는 사람은 5가지로 분류된다.
대학산악부-일반산악회-단독종주-구간종주-안내종주 등으로 그 변천사를 보면 공식적으로 1988년7월2일 한국대산연(대학 산악연맹)이 백두대간을 15개구간으로 나누어 49명을 동시다발로 종주에 나서 대학산악부로 확산 시키고 91년 일반 산악회로 옮아간다. 94년부터는 직장을 유지하면서 산행을 즐기는 구간 종주방식이 각광받고 95년부터는 안내산악회인 가이드종주가 활성화 되었다. 이처럼 대간의 종주방식이 더욱 다양해지고, 전 국민의 대간 사랑을 기대해본다.
우연히 대간 길을 몇 차례 동행한 팀들이 있다.
하나는 부산의 완투산악회 팀이고, 또 하나는 진주가이드 산악회 팀이다.
우연히 대간 길을 걸었지만 여기에는 필연이 있다. 두 팀 모두 등반 대장이 동문이다.
특히 구룡령에서 진주 등반대장이 제공한 오징어 먹통과 소주의 맛은 동문이라 느낄 수 있고 대간의 동행자로서 느낄 수 있는 끈끈함과 포근함이 그 속에 있다.
90L 배낭을 지고 가냘픈 몸으로 대간을 걷고 있는 대산련 여학생들, 휴일에만 홀로 대간을 타는 사람, 하기휴가를 이용하여 홀로 타는 사람 모두가 나라 사랑 대간 사랑이다.
이것이 바로 ??A sound mind in a sound body??이다.
뒤풀이
망월 산악회의 특징은 목욕과 뒤풀이다.
가는 곳 마다 지역의 특징이 있고 그 특징을 느끼는 것이 여행의 참 맛이다.
백두 제43구간(닭목령에서 대관령구간)을 마치고 뒷 풀이한 평창의 한우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우 고기다. 그리고 마지막 날 일성콘도에서의 목욕도 앞으로 다시없을지도 모르는 특별한 목욕이고, 속초에서 미나리(동래여고출신화가)가 경영하는 순두부집의 순두부 맛은 맛이라기보다 차라리 정(精)이라 여겨진다.
대간의 종주는 끝이 났다.
그러나 그것은 남쪽에서만의 이야기이다. 앞으로 북한의 산야도 우리 것이고 간도의 산야도 우리 것이다.
산경표의 대간이 지리산에서 끝난다. 그러나 북한에서 제시한 백두대간의 끝은 하동 노량진에서 끝난다는 설도 확인하여야 한다.
모두 다 참석한 동문도 있지만 부분적으로 참석한 동문도 있다. 그 모두가 대간 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