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따라가보기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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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따라가보기

2,112 이명극(47) 2009.12.17 16:06

평소 존경해 마지않던 , 입 무겁기로 한입 하시던 동기께서 일갈이 있으셨다 .

문흥만 회장님 임기동안 47 기수들의 산행 참석율이 저조하였다 .

마지막 산행이 코앞이니 웬만하면 참석해 주길 바란다는 요지였다 .

 

산행이 예정된 그 날은 마침 이곳저곳 얼굴도장 찍어 둬야할 자리들이 예약되어져 있었으나 냉큼 참가신청을 해버렸다 .

 

속으론 " 그래 ~ 잘됐다 , 좋은 핑계거리도 있고하니 실로 간만에 자연과 벗삼아 운동이나 좀해야겠구나 " 라며 쾌재를 불렀다 .

 

한편으론 지난 경부합동산행 후 하행길에서 예기치 못한 약간의 불미스런 일들로 인해 여러 선.후배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난리 피운 전과도 있어  흡사 세탁않고 다시 껴입은 중고양말 신은 듯 하여 모두 세탁해 버릴 심산도 한 몫 하였다 .

 

초록은 동색이라고 출발마당엔 반가운 동기들이 부쩍 눈에 들어왔다 .

 

등산에 관한 한 평소 내 생각은 이러하였다 .

주변에서 등산 제의가 있으면 의례껏 안 갈 핑계거리부터 찾아대면서

속으론 ,

" 넨장 ~ 올라갔다 내려올 길을 뭣하러 찾아 가누 ... "

" 시간 날 적마다 앞산 뒷산 가보면 될 일을 무슨 넘의 산들을 저렇게 야단법석 떨어대면서 찾아 다니누 ... "

" 산에 올라갔다가 병원에서 급한 상황 생기면 우짤끼고 ... " 등 등 이었지 .

 

버스에서 내려 빈 터에 빙 둘러선 채 무슨 유격훈련 나온 군인들처럼 시작들 하더마 .

산행대장이 선창하듯 " 번 호 ~ " 하면서 하나 하고 외치니 이하 자동으로 둘 , 셋 ...

나야 뭐 하는데로 따라가면서 나팔 불었지만 그게 나중엔 그렇게도 중차대한 사안인 줄이야 ...

 

초짜 산악인이 그 깊은 내막을 우째 알았겐노 데쑤네 .

 

본격적으로 가파른 길도 아닌 산길을 타고 올라가는데 무슨 힘들이 그리도 센지 ...

죽을 힘 다 짜내어 기어 오르고 있었건만 일행들은 다 사라져버리고 한 눈으로 봐도 패기 팡팡 넘쳐나는 고참 산악인께서 두어 발짝 앞을 지켜 오르면서 이렇게 하시고 ... , 저렇게 하시고 ... , 잠시 숨 고르시고 ...

 

" 하이고 ~  내 죽겠다 ~ " 라는 소리라도 질러버리고 싶었지만  초장부터 고문관 납셨단 소리 듣기 두려워 꾸욱 참아가며 만만한 동기 넘들이나 나타나 주길 기대해 봤지만 택도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

 

언덕배기 비탈에  잠시 서서 실팍한 나무가지 붙잡은 채 외롭게 헥 헥 거려대기만을 수 십차례나 거푸할 수 밖에 ...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나 하고 정신차려 보면 왠걸 보이는 저 봉우리를 타넘어야만 한다네 ...

넨장 날 죽여라 죽여 ~

 

왠 아릿답고도 요정 같으신 여성동지께서 이런 몰골을 보다못해 자신이 들고 다니던 양손 지팡이까지 내주시면서 독려를 마다치 않으신다 .

 

호의 베푸심에 여성동지께서 하사하심에 감읍하여 정중히 감사 드리면서도 " 넨장 ~ 여기가 무슨 스키장도 아닌데 이런 걸 들고 다니라시누 ... 그렇잖아도 힘들어 죽갔는데 ... " 라고 하였더랬다 .

 

그런 몰골로 대열의 꽁지에 붙어 이리 투덜 저리 궁시렁거려 대면서도 조금만 더가면 됀다던 산행길은 봉우리를 거푸 몇 개나 넘었슴에도 아득하기만 한데다 아슬아슬한 절벽바위를 타넘고도 모자라 메달아 둔 밧줄을 잡고 당겨 올라가기도 , 엉금엉금 기어 오르기도 하는 별 희안한 짓거리들도 다 해봐야만 하였다 .

 

잠시 일행들의 눈길을 피해 으슥한 곳 찾아 쉬야 ~ 도 좀 하면서 숨을 고른 뒤 일어나 보니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당최 어디로 가야할 지 알 길이 없었다 .

 

대충 눈어림 짐작으로 혼자 산등성이 외길을 따라가다 보니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뭉치들이 겹겹히 한 채  내 갈 길을 막아대고 있었다 .

다급한 김에 소리치며 아무나 불러봤으나 높은산 깊은계곡엔 겨울철 삭풍만 요란하여 목소리조차 희미하였다 .

 

만만한 게 문회장 뿐 인지라 휴대폰에다  잔소리 쉰소리 좀 해댔더니 이내 누군가가 바위 뒤켠에서 소리치면서 지시해대고 있었다 .

" 왼발은 어디에 갔다대고 오른손은  저 곳을 붙들고 ... 눈길은 가지에 매달린 노란색 리본을 향하고 ... "

 

내 눈 앞으로 다가선 절벽바위들과 급낭떨어지 계곡들을 힐끗힐끗 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

" 이런 젠장 ~ 나는 집에나 갈란다 . 이 무슨 짓이고 ... "

 

하지만 창피함이 뒷골에서 부터 달아 올랐다 .

" 아니다 ~ 가다가 중지하믄 아니감만 몬한다카더라 ! "

 

우여곡절과 온갖 구접들을 유감없이 내보이면서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일행들 모두는 더 험난하고도 먼 길을 찾아 버얼써 떠나버렸고 동료 몇 명만 남아 늦참 드시고 계시더마 .

 

힘들게 지고온 먹거리들을 찬바람 맞아가며 꾸역꾸역 집어넣기도 전에 앞서 가는 무리들을 향해 또다시 뒤쫒아 가야만 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

 

이 아픈 마음을 이해해 주었던지 내려가는 길은 훨씬 편하여 나름 힘좀 써 봤더니만 동기들의 빈축들이 사정없이 이어졌다 .

 

" 인자 좀 살만 하냐 ? "

" 니는 인자부터 산에 오지마라 ! "

" 니하고 같이 댕기니까 내까정 쪽 팔린다 아이가 ~ "

" 니는 고마 하행대장이나 해라 ~ "  등  등 등 .

( 임시키들 고마 ~ ㅋ )

 

마지막 하행고지인 버스가 보이길래 " 하이고야 ~ 저 안에 가서 좀 쉬어야겠구마 "  하고 냉큼 올라탔더니만 왠 걸 ~

나의 초라한 몰골을 보자말자 우뢰와 같은 박수들을 쳐대 주시니 ...

( 속으론 , 이눔의 인끼는 식을 줄을 모르네... , 함시러 )

 

나의 거북이 산행길을 내리 주욱 같이 했었던 친구의 일갈이 없었으면 큰실수 칠 뻔 하였다 .

" 얌마 ~ 니가 맨꼴찌로 도착이라도 해줬으니 걱정꺼리 하나가 없어졌단 뜻이다 이 한심한 넘아 ~ " 라고 ...

 

뭣 모르고 따라나섰다가 여러 선.후배 산악회 여러분들께 심려 끼쳐 드려 죄송했습니다 .

 

끝까지 낙오 않도록 도와주신 이 재권 , 김 동식 님께 , 특히 자신의 등산용 지팡이까지 선뜻 내주신 아름모를 여성동지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

 

앞으로는 아랫다리 힘 열씨미 키워 보겠습니다만 믿지는 마시길 빕니다 .

 

                                     얼치기 산악인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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