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가을 방태산 등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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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48)
2006.11.13 10:13
방태산 등반기
우리 망월 산악회에서 수년에 걸쳐 별러왔던 강원도 인제군과 홍천군 경계에 위치한 우리나라 산행지로도 가장 오지에 속하고 더더구나 한반도의 남쪽 끝에서 찾아가는 방태산은 정말로 접근하기 힘든 신비스러운 곳임에 틀림없다.
올해에도 7월초에 산행계획이 잡혀 있었다가 엄청난 물난리로 모든 도로가 유실되어 오랫동안 고립되었던 곳이라 우리 망월과는 인연이 없는가 했더니 드디어 추석연휴가 끝나고, 우리 망월 산악회의 히말라야 원정대가 트래킹을 하고 돌아오는 마지막 날인 10월 14일밤 장도에 올라 방태산으로 출발하였다.
워낙 거리도 먼데다가 산행시간도 8시간 넘게 잡혀 있어서 많은 선배님들은 아쉽게도 많이 불참하시고 38회 김창준 선배를 최고기수로 하여 41회 전임 김영해 회장님과 현 회장님, 빨간 머리띠에다가 힘든 수술을 이겨내고 반으로 다이어트하여 역시 선봉에 서시는 회장님 기수이신 43회 홍주환 선배와 오랜만에 나오신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며 항상 최선두에 나서는 김영곤 선배님, 44회 언제나 좋은 글을 자주 올려 주시는 이 동암선배님, 오늘의 임시 대장인 45회 김 환선배, 특별회원이신 배 여사 등이 계시고 다음으로 우리 48회 기수인 박선화 망월마라톤회장부부, 이중찬 동기, 그리고 나 등이고 49회로는 한현근, 박철수 정두진 등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제일 막내는 57회이욱희 원장의 큰아들 명준이가 제일 젊었다?
31명의 망월의 비교적 젊은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10월 15일 새벽 5시 30분경 살둔 산장의 막은편 능선 길의 초입을 찾는데 길이 너무 어두워 약 30분간 지체가 되었다.
우리가 출발하는 곳은 방태산 등반의 일반적인 원점 회귀코스가 아니라 종주하는 코스로 잡다보니 노련한 관광버스 기사도 처음오는 길이라며 우리 망월의 전문적인 등반 계획에 혀를 내두른다.
홍주환선배의 진입로 찾기 성공으로 대열을 갖추어 출발하니 찬 새벽의 공기가 너무도 신선하고 하늘의 별빛은 다소 개스가 끼어서 그런지 초롱초롱하지는 않다. 김 환 대장을 선두로 모두들 해드 랜턴을 끼고 가파른 오르막 길을 앞사람의 불빛을 보고 전진한다.
밤사이 버스에서 제대로 잠을 못잔 탓인지 초기에는 모두들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긴 워밍업도 없이 바로 가파른 길에 붙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30여분이 지나자 주위가 어슴프레 나마 보이기 시작하고 거의 인적이 없는 숫돌봉과 침석봉으로의 산행은 계속된다.
길은 뚜렷이 나와 있으나 리본도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이 길은 전문적인 등산팀이 아니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다.
덕분에 깔려있는 낙엽의 감촉이 푹신푹신하여 처음에는 매우 좋다가 나중에는 힘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침석봉까지의 가파른 산행 길을 어느 정도 마치고 간단한 아침식사.
다시 원기를 회복하여 개인산(1341m)을 거쳐 구령덕봉으로 향한다.
아침에 개스로 인하여 깨끗하지는 않지만 일단 위로 올라오니 오히려 산세는 완만해지고 군대 막사가 구령덕봉 정상 아래에 있어서 그런지 임도도 개설되어 있다.
정상부근의 풍경은 고산지대라 그런지 낙엽은 거의 다 떨어지고 있는 낙엽들도 급격한 기온차에 의해 이미 얼어서 말라 비틀어진 모습이라 다소 실망스러웠다.
구룡덕봉에 올라서자 온 사방이 펼쳐지는데 시야가 뚜렷하지는 않다.
이욱희후배의 아들 명준이가 꽤 힘든가보다. 가지고 간 육포를 주니 아주 좋아하며 기운을 낸다.
여기서 방태산 정상인 주억봉까지는 1.8km로서 표시판이 세워져있고 대략 40분정도 소요가 되었다. 주억봉 정상 못 미쳐에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있고 이미 앞선 팀은 정상 정복 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배낭을 삼거리에 두고 정상을 향하여 돌격 앞으로 하여 주억봉에 올랐다.
정상은 우리가 꿈꾸워왔던 모습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별러왔던 망월의 숙제를 푼 것 같아 모두들 흐뭇해하고 기념촬영들을 했으나, 시야관계로 멀리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즐기려던 꿈은 아쉽게도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삼거리로 다시 내려와 점심식사를 하고 이제 남은 하산길은 약 3.5km.
두시간정도의 하산길이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적가리골 계곡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지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점차 내려오면서 계곡에 묻혀 드러나는 아름다움과 풍경은 점점 우리를 기쁘게 하였고 단풍의 색깔도 분명해지면서 탄성을 자아내게 충분하였다.
방태산의 단풍은 눈으로 보는 단풍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고즈넉하고 그윽하며 길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야말로 천연 그대로의 단풍이며 너무나 친밀한 단풍이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만져볼 수 있고 그 속에 빠져들 수 있고 우리가 그냥 그 속에 들어가 있다.
모든 회원들이 그러했듯이 내려오는 하산 길은 축복받은 길이었고 누구도 자리를 뜨기 싫은 길이었다.
평소에 사진을 잘 안찍으시는 선배들도 오늘만은 어린애마냥 온갖 포즈를 다잡으며 흔쾌히 사진 촬영들을 하신다.
선배도, 후배도 조금이라도 더 인상깊게 새기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내려올수록 단풍은 더 화려해지고 방태산 휴양림내의 단풍은 더욱 때깔이 곱다. 그리고 달력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폭포와 저폭포의 단풍모습에 모두들 감탄을 하며 한마디씩 한다.
이제 오후의 날씨는 따사롭고 부드러우며 화창한 햇빛으로 가을 단풍들의 자태를 더욱 빛내어 주고있다.
사는 동안 자연 속에서 이렇게 행복해하는 날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산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방태산의 산행은 역시 수년 동안 별러온 시간들을 모두 보상해주고도 남는 정말 사람의 때가 아직도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다가 적절한 시기까지 겹쳐져서 아마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 될 것이다.
작년의 지리산 반야봉에서 묘향암을 거쳐 이끼폭포를 보고 만났던 뱀사골의 화려한 단풍도, 수년전에 우리가 올랐던 남설악의 가리봉 단풍이 눈에 항상 선했는데, 수더분하면서도 깊고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방태산의 가을을 또 하나 가지게 되어 이 가을이 너무도 행복하였다.
시간이 나면 내년 가을에는 일찌감치 방태산 자연휴양림에 예약을 하여 하룻밤 이곳에서 머물면서 색다른 정취를 꼭 느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휴양림에서 홍천까지 나오는 두시간 가까이 강원도 가장 오지마을에서 나오자니 10월의 단풍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양쪽으로 지나다니는 차들이 손가락으로 셀 정도였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원도 길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방태산의 모습은 망월 산악회 홈페이지에서 갤러리로 들어가면 사진으로나마 느낄 수 있으니 부디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하산 길에 문흥만 등반대장에게 전화를 하니 히말라야원정대가 부산에 모두들 무사히 도착했다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
오늘은 해외에서 국내에서 가장 힘든 곳을 동시에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으니 우리 망월의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이번 산행은 우리가 예상한 시간 내로 모두가 비슷한 시간
내에 모두들 들어와 오히려 버스 기사를 우리가 기다리는 형국이 되었다.
망월 산악회의 등산 경력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이제는 산악회의 저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또한 산을 사랑하는 좋은 후배들이 많이 참가하면서 우리 망월도 젊어져 가고 있고 그 가족들도 같이 오고있다. 선배님들이 이룩한 좋은 전통에다가 후배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우러져서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해본다.
모두들 건강하셔서 언제나 함께 좋은 산행을 할 수 있길 바라면서....
추신:등반기가 늦은 것은 산악회의 요청으로 뒤늦게 쓰다 보니 당시의 느낌이 다소 떨어진것 같아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