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 후지산오르다.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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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 후지산오르다.

2,453 임환무(39) 2010.08.07 20:55

임환무 후지산 정상에 서다

 

 산행 첫날(7월30일 금요일)

망월산악회의 2010년도 제13차 해외산행은 후지산(3,776m)등정과 동경관광을 하는 A조 는 37회에서 58회까지 42명이고 후지산과 남알프스의 키타다케(3,193m)를 오르는 B조는 16명으로 7월30일(금)부터 8월2일(월)까지 3박4일 일정이다. 나는 B조에 속했고 39회인 내가 최고참이다. 근래 엔화 상승으로 적지 않는 비용이 부담이 되었고, 일본 열도의 1~2봉을 오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나는 일본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라 조금 무리가 되어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망월산악회의 지난 제3차 산행으로 규슈의 가라쿠니다케(1,700m), 제5차 산행으로 북알프스 최고봉 오꾸호다까다케(3,190m)를 오른 후 생에 활력을 재충전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 후지산행의 촉매가 되었다.
이번에도 친구들은 67세라면 적지 않는 나인데, 연거푸 3,000m가 넘는 고산을 2개나 오른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핀잔도 부담되어 산행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50리터짜리 배낭을 꼼꼼히 꾸린다. 후지산은 우중산행을 각오해야 한다니 우의 등이 무겁다.
내가 속한 B조는 일본항공으로 김해 출발이 8시고, A조는 대한항공으로 10시다. 온천동 광혜병원앞에서 307번 공항버스 첫차를 5시30분에 타니 공항도착이 6시다.

이번 산행을 도와줄 안광춘 가이드의 간단한 브리핑을 받고 비행기에 오르니 김해공항을 힘차게 이륙한다.
기내식으로 아침을 해결하니 오사카 상공을 지난다, 간사이공항이 보이고 곧이어 구름 띠를 두른 후지산의 정상이 아름답게 우리를 환영하고 있다. 하늘에서 후지산의 정상이 보이니 맑은 날씨가 계속되길 천지신명께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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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에서 내려다 본 후지산의 위용 

 

 동경상공을 선회하며 착륙준비를 하는데 공항주변에는 크고 작은 골프장이 눈에 띤다. 일본은 90년대 경제호황으로 넘치는 자금을 이용해 하와이의 골프장이며 뉴욕의 엠파아어빌딩과 같은 세계 곳곳의 부동산을 마구잡이로 싸 들이는 법석을 폈던 것이 10년 불황의 늪으로 빠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는가?

지금은 일부 골프장이 자금난으로  한국을 포함한 외국인에게 팔려나간다 하니 아이러니 하다. 설상가상으로 도요타자동차의 리콜로 일본인의 자존심이 추락했지만, 나는 해방직후 "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고, 일본은 일어난다. 조선아 조심해라"라는 유행어가 아직 유효하다고 본다.

지난 5월 러시아의 1단 로켓을 구입해 다가 만든 우리나라에서 발사하는 최초의 인공위성이 실패를 거듭하여 2번째는 겨우 157초간 하늘을 날다, 폭발하여 국민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그 당시 일본 열도는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었다. 2003년 소형냉장고만한 우주선 “하야부사”(송골매)가 발사되고 수차례 치명적인 고장을 이겨내고 화성과 태양사이의 고구마 같이 생긴 작은 위성 “이토가와”에 착륙하여 샘플을 채취해 캡슐에 담아, 지구~태양간의 40배에 달하는 60억km의 항해 끝에 예정보다 3년 늦은 7년 만에 지구로 귀한하면서 샘플 캡슐을 호주 남부에 떨어트리고, 본체는 장렬하게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지는 장면을 보고 일본인들은 눈시울을 붉히는 감동을 체험했다는 기사를 읽고 60여년 전 항공모함을 보유했고. 지금 우주 선진국이 된 일본은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런 상념에 젖어 있는 동안 나리타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공항은 하기휴가를 맞아 몹시 붐빈다. 배가 뽈록 나온 와따나베씨가 우리를 마중한다. 앞으로 4일간 우리를 태우고 여행을 할 버스기사다. 차가 출발하기 전 인사를 하는데 앞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러분을 모시겠다고 한다. 동경시내의 야스쿠니신사와 사이타마 현 코마(고려)신사를 관람하고 후지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산악지대로 접어들자 협곡 사이로 큰 강이 흐르고 후지산을 배경으로 주위에 아름다운 마을들이 알프스의 농가를 연상하게 만든다. 이 마을들은 후지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단다. 우선 풍부한 수자원과 자연경관은 관광객을 불러들여 지역경제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후지산으로 접근하는 도로는 두개다. 남쪽 후지노미아(富士宮)로 들어가는 고덴바구치 루트인 후지산스카이라인이 있고 북쪽의 가와구치(河口)로 들어가는 요시다루트인 후지산스파루라인이 있는데 우리는  후지산 5합목까지의 스파루라인을 이용하는데 이 도로는 25여km의 사도(私道)로 도로비가 버스 한대에 250,000원이다. 그 대신 관리는 철저하다, 곳곳에 안전요원이 배치되고 도로 일부에 높은음자리표시가 있는 곳을 지날 때는 바퀴소음이 음악소리로 바뀐다. 요금소의 전광판에 5합목 주차장은 만원이고 1km가 지체된다고 한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고도 2,305m에 위치한 유럽풍의 호텔식 별장인 3층짜리 고고엔레스트하우스(GOGOEN REST HOUSE)에 도착하니, A조가 먼저 투숙을 완료한 상태다. 50여 평의 큰 방에 남여 58명 전원이 숙박을 한다. 짐을 풀고 2층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세수를 하러 세면장으로 내려가니 물을 아껴달라는 안내문이 있다. 여기까지 식수를 한 트럭에 2만 엔(한화28만원)에 구입한단다. 5합목 지역은 지하수도, 지표수도 없다는 증거다. 화장실은 협력금을 100엔이라 붙이고 동전통을 비치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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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하우스의 3층 큰방


사실 후지산 산행을 계획할 때는 첫날밤을 온천 마을 이사와(石花)의 해이얀(平安)호텔에서 숙박하기로 되어있었지만 박선화 회장은 후지산을 오르기 위해 고산의 공기도 마시고 고도 적응을 위해 백두산(2,750m) 높이에 버금가는 이 산장으로 숙박지를 바꾼 것이 적중했다.
내일 날씨는 맑다는 예보라 배낭의 비옷은 빼놓고 정상 기온을 고려한 여벌옷만 넣고 가기로 했다. 고산증세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일부 회원은 가격이 비싼 비아그라를 준비했고 준비 못한 대원들에게는 집행부에서 다이나목스라는 이뇨제를 한 알씩 나눠주었다. 비아그라는 산행 전에 500mg을 먹고 다이나목스는 증세가 있을 때 먹으면 된다고 한다. 가이드는 고산 등정에 앞서 음주는 치명적이라고 해서 모두들 자리를 깔고 일찍 취침에 들어간다.

산행 둘째 날(7월31일 토요일)

안개가 낮게 깔린 맑은 날씨다. 6시 아침을 먹고 레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을 배낭에 넣고 광장에 모여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둥글게 서서 번호를 붙여 발대식을 했다. 전원이 산행을 함을 확인했다. 산행은 기수별로 5개조를 짜서 박 회장이 손수 만들어간 깃발을 조장의 배낭에 달고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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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엔레스트하우스 앞에서 발대식

내 경험으로 장거리 산행에서는 스틱이 필수다. 그것도 양손스틱이면 금상처마, 조금 높은 산이라도 걱정이 없다. 레스트하우스의 가게에도 스틱을 대신해서 1.5m정도의 나무로 된 금강지팡이에 5합목이라는 낙인을 찍어 한개에 500엔에 팔고 있고 액세서리로 방울도 달고 일장기도 달고 한껏 멋을 부린다. 산에 오르면 물이 없다고 하여 수통을 꽉꽉 체워 담았다.

5합목에서 7합목까지는 완만한 산길이다. 그기까지 편도 14,000엔 19만원 정도 내면 마부가 끄는 말을 타고 간다.
오늘 산행은 심호흡을 하면서 경사도 4~50도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면 성공한다. 6합목에서는 등산로와 하산로가 구분되며 등산로는 오른쪽이다. 구간 시간대는 다음과 같다. ▲ 5합목(2,300m)→40분→▲ 6합목(2,390m)→50분→▲ 7합목(2,700m)→1시간40분→▲ 8합목(3,100m)→1시간20분→▲ 본8합목(3,400m)→1시간20분→▲ 정상(3,776m)으로 6시간짜리 요시다(吉田)루트다

5합목에서 6합목까지는 아름드리 삼목이 우거진 숲길 산행이다. 아래로 보이는 요시다市의 야마나까호수가 아련히 보이는 맑은 날씨지만 정상은 구름 띠를 안고 아직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이 있는 6합목에서는 각국어로 제작된 안전산행 지도를 일본인 직원이 친절하게 나누어 주며 안내를 하고 있다.
7합목에 접어들면서 조별로 올라가던 통제가 흩뜨려진다. 몇몇 대원은 정상산행을 포기할 지경이다. 등산로는 생각보다 넓고 안전하다. 7합목에 도착하니 정상이 구름에 덮였다.  벗겨졌다. 하니 혹시 시야가 좋지 않을까 불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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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오르는 일본 어린이와 그 가족들


7합목을 지나서부터 숨쉬기가 쉽지 않고 귓속에서 맥박소리가 들린다. 맥박을 재보니 평소 50여회 뛰던 맥박이 100을 넘고 있다. 머리가 띵하다. 이럴 때는 쉬엄쉬엄 올라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7합목을 지나서부터는 나무는 없다. 화산재로 덮여있는 경사지에는 쇠망에 화산 석을 넣어 만던 네모난 거대한 옹벽 조형물들이 군데군데 보이면서 경관을 망치고 있다.

고도가 높으니 산자락에 만년설이 있다. 오르는 합목마다. 관이라 이름 붙여진 산체들이 있고 여기서 음료수도 과자류를 팔고 있는데 가격은 올라갈수록 비싸다. 금강지팡이에 인두로 통과 기념 낙인을 찍고 있는데 한번 찍는데 200엔을 받는다. 화장실 사용료도 200엔으로 오른다. 잠시 쉬면서 일본 어린이에게 나이를 물으니 아홉 살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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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직전 너덜지대를 오르는 등산객들

일본인들은 방학을 맞아 어린이의 정신력을 기르는 훈련을 시키는 것 같다. 그러니 후지산은 7세 어린이부터 80노인까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긴장이 풀린다. 길목에는 고산증세로 쪼그리고 앉아 고통스러워하는 산꾼들도 있다. 중앙동에서 단체 산행을 왔다는 여인이 한기가 들며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여 갖고 간 이뇨제를 먹게 하고 산장에 들어가 쉬게 했다.

나는 3,400m의 본 8합목에 도착하니 오히려 띵하던 머리가 맑아지고 숨쉬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고산에 적응했단 말인가?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산행로는 화산 석으로 너덜지대 같은 계단이다. 정상이 보이며 도리이가 보인다. 사자상을 지나 화산 석으로 축대를 높이 쌓아 만던 정상에는 여러 개의 산장 있고 숙박을 겸한 음식과 음료수를 팔고 있다. 정상 도착 시간이 11시 44분, 5합목에서 5시간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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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분화구에는 물이 없다.

후지산의 시꺼먼 폭발 화구의 남벽에 만년설이 우리를 맞이한다. 분화구는 현무암질의 용암류와 화산재, 화산사력으로 이루어져 분화구는 물이 고이지 않는다. 분화구의 지름이 약700m, 깊이 약240m로 분화구에는 접근시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있고 분화구를 한 바퀴 도는 데는 2시간 이상 걸린다니 반 바퀴만 돌았다. 백두산은 2,750m에 불과하지만 천지에 샘솟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것에 비례된다. 정상 정복 기념으로 여권에 스탬프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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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정상 입구의 산장앞에서 필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동경옥(東京屋) 산장 앞 평상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정상의 날씨는 “이이 뎅끼 데스”지만 낮게 깔린 구름이 멀리 남알프스와 주위 산하를 관망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정상의 맑은 날씨를 주신 천지신명께 감사드린다.
공교롭게도 출발이 6시44분, 정상도착이 11시44분이고. 내 출생년도가 44년이다. 내가 66년 전 일본 동경 인근 다마가와(多摩川)에서 태어나 해방과 동시 귀국한 것이 일본과의 첫 인연이며 일본을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하산을 준비한다.

하산은 5합목까지 4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른쪽 하산 길은 정상에서 본8합목 에도야 까지는 요시다루트와 스바시리루트가 합처저있다. 에도야에서 왼쪽 요시다루트로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 실수하면 엄청 먼 곳으로 내려 가버린다. 이정표에 스바시리루트는 적색표시, 요시다루트는 노란색표시를 해놓았다. 안광춘 가이드가 에도야에서 우리 대원들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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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의 요시다 루트의 노랜색 이정표 

50도가 넘는 산자락을 지그재그로 내려오는데 화산모래길이라 미끄럽다. 여러 번 넘어진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길 가의 돌을 굴리면 한없이 내려가 하산 객을 다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조심하란다. 요시다루트로 내려오다. 7합목 화장실이 있는 곳에 이르면 6합목까지는 좌측으로 직선 길로 접어든다. 6합목 지도센터에 도착하면 요시다루트를 버리고 요시다5합목고고덴 길로 내려와야한다. 주말을 맞아 산행을 하는 일본인들과 외국인들이 늦은 산행을 하는 것은 산장들이 많이 산재해 있어 숙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고덴레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후지산 산행을 마감했다. 전원이 하산한 시간은 좀 늦어졌지만 안전 산행에 감사한다.

누가 말했던가. 후지산은 한 번도 오르지 못해도 바보요, 두 번 올라도 바보라고 했다. 아니다 욕심이 난다. 다음에 다시 기회를 만들어 고덴바구치로 오르는 북벽 산행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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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얀호텔에서 회갑연


전원이 2대의 버스를 타고 숙박지가 있는 온천지구 이사와 해이안호텔로 향한다. 모두들 만족하는 산행이였다. 해이얀호텔의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저녁 식사에서 금년에 회갑을 맞은 45회 동문을 위한 축배를 들었다. 내일 A팀은 동경일원의 관광이 있고 B팀은 남알프스 산행기점인 아시야스로 간다. 흐뭇한 밤이다. 망월산악회에 감사한다.

남알프스 키타다케(3,193m) 산행기 계속

2010년 8월7일

39회 임환무 씀

후지산 관련 일본 사이트(www.fujisan5.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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