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조침령
2,421
김동숙(42)
2004.10.05 13:13
백두대간 조침령에서 한계령까지
김동숙 (42회)
일시 2004. 7. 3-4.
2일 오후부터 태풍 민들레가 계속 제주도를 향하여 북상중이라고 일기예보가 계속 방송중이고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호들갑을 떨고(?)있어 이번 백두대간은 고생깨나 하게 생겼구나 하고 있는데 막상 3일 저녁 출발 시간이 가까이 오자 아니나 다를까 비가 올 것 같다.
밤 10시 명륜동 다리목에서 출발시간이 다가오니 역시 대간꾼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아무리 바빠도 올 사람은 꾸역꾸역 모여들어 29명, 태풍 온다는 방송이 효과가 조금은 있었는지 5-6명이 빠졌다. 그래도 골수 꾼들은 태풍이 오거나 호우기 쏘다진다 해도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고 아무 걱정도 하지 않는다.
차는 출발하여 이내 소등하고 앉은 잠이나 청하자고 모두들 억지로 눈을 감고 자는 척하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얼마쯤 갔을까 눈을 뜨고 앞 유리창을 보니까 윈도 브라쉬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비가 오는 것 같나. 대충 서너 시간이 지나 시계를 보니 한계령에 도착 시간이 다 되어 가야 할 시간인데 차는 도무지 어디를 잘 못들어 다시 돌아 온다고 좀 늦은 것 같다.
당초 계획은 조침령에서 단목령까지 하고 다음에 단목령에서 한계령까지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조침령에서 단목령까지는 한 구간으로 하기엔 너무 짧아 한계령까지 가기로 결정을 하고 나니까 조침령 아래 서림리 서림가든 휴게소에서 조침령까지는 작은 트럭이나 찦프차로 이동 하여야 하기 때문에 운행상 다소 어려움이 있어 역으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산악회 집행부와 고문님들과 의논결과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오늘은 한계령에서 출발하기로 하였다. 한계령에 도착하니 새벽 5시 비가 많이 오고 있다. 일행들 모두 완전무장을 하고 차에서 내려 안개와 비 때문에 시계가 좋지 않아 2-3십미터 박에는 보이지 않는다. 본인의 안사람이 늦게 준비하여 화장실에 갔다 오니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별 생각없이 짐작으로 방향을 잡아 한계령에서 오색쪽으로 300미터 내려가서 귀둔리로 가는 고개로 간다는 것이 반대방향으로 200미터정도 내려가다 보니 잘못 온 것 같아 선자리에서 방향을 다시 가늠하여 빽구또(?)를 할려 하니 안사람이 뭐라 한마디 할 것 같아 내가 먼저 안개 핑계를 대고 길을 바로 잡아 5분정도 가니 일행들이 철조망으로 인하여 들머리를 찾느라 서성대는 모습이 안개속으로 보여 길을 제대로 찾았구나 안심이 되고 또 안사람의 잔소리를 피하게 되었다.
한계령에서 조침령구간은 자연 휴식년으로 출입을 금지하고 등산로 초입을 철조망을 크게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나 대간꾼들은 몰래 숨어 한밤중이나 새벽의 감시를 피하여 도둑산행을 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에 서울의 모 일간신문사 기자들의 대간산행기에 이 구간을 가다 적발되어 1인당 벌금 오십만원씩 물었다는 산행기를 본 바 사실 우리도 도둑산행을 하여 1인당 오십만원씩 계산하면 거금 일천사백오십만원을 벌었(?)는 샘이다.
철조망을 한참 우회하는 대간꾼들의 개구멍은 아니고 옆으로 길이 빤질하게 나있어 새벽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 유유히 철조망을 넘고 숲속으로 >>>>.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새벽 5시 15분에 출발하였으니 개인 날씨 같았으면 훤하게 밝았겠지만 비바람에 안개까지 낀 날씨라 아직까지 썩 밝지 않다. 초입부터 오르막에다 이젠 바위 옆으로 기어 올라야하고 로프등 안전장치가 없다. 약 10여년 전에 우리 망월산악회에서 이길을 이시간대에 한번 갔었는데 그때에는 로프나 철기둥에다 안전장치가 있어 크게 어려움 없이 통과 하였는데, 출입금지 시키면서 “등산로 아님”이라는 간판을 새우고 안전장치를 무두 철거하는 심술 덕분에 엉덩이 뿔난 도둑산행꾼(?)은 고생을 좀해야 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 끙끙거린다. 특히 다리가 짧은 숐다리나 여자분들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받쳐주고 해서 올랐는데 오른 만큼 또 내려 가야하니 이젠 난감하다. 우리 선배 35회 암벽전문 날다람쥐(?) 김효일 선배께서 자일을 쳐서 한사람씩 내려 보내 무사히 통과. 대단히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방금 지난 이 바위 구간은 한계령에서 남쪽으로 보면 칠형제 바위와 토끼와 거북바위가 있는 능선 뒤쪽으로 아주 험한 등산로임)
오르락 내리락 험한 구간을 지남에 벌써 허기가 진다. 새벽부터 비바람에 힘을 좀 썻으니 영양보충을 할 시간이다. 마침 비가 그쳤다 이 시간에 후다닥 아침 식사 번개불에 콩구워 먹듯이 해치우고 이내 일어선다. 숨돌릴 틈이없다 옷은 젖고 멈추어 서면 체온이 떨어져 춤다 그래서 또 간다. 38회 김창준 선배의 쥐약 한잔하니 금방 열이 오른다. 또 비가온다 바지가 젖어 이젠 신 안에 물이 들어 신에서 개구리 소리가 난다. 얼마나 갔을까 오색에서 얼라오는 갈림길. 안사람은 여기서 오색으로 탈출하잔다. 원래 여기서 내려가기로 한 것 아닌가 하고 보챈다. 처음부터 체력이 모자란 대원은 단목령에서 하산하기로 하였지만 아직 단목령까지 반도 못 오고 겨우 삼분의 일정도 밖에 못 왔다하니 실망하는 눈치다. 또 거짓말을 한다 ‘얼마 안 가면 망대암산 그 기서 좀더 올라가면 점봉산 지나면 내리막 길이니 힘 안 든다고’ 산에 다니는 사람의 말 못 믿겠단다. 어쩔 것이냐, 그래도 초보자들을 안심시키고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말은 거짓말 뿐 인걸. 드디어 점봉산(1,424m) 남설악에서 제일 높은 곳, 맑은 날이면 설악산 서북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고 대청봉을 바라볼 수 있으며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하는 강원도 인제군의 첩첩산골 귀둔리 딋산, 불행하게도 비가오고 바람불고 안개가 끼어 조망도 없고, 아마도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오라는 뜻인 줄을 산에 오르는 사람은 알 것이다.
회장님께서는 아무래도 좀 서둘러,야 될 것 같은 눈치다. 조침령까지는 가야 할 것인데 속으로는 급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점봉산에서 정상오름의 기쁨을 만끽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대간길을 확인하지 않고 누군가가 앞서가는 다른 팀의 뒤를 이어 내려가고 또 회장님도 여자대원 3명도, 그리고 몇 명이. 큰일났네, 빨리 무전치고 빽 하라고 해라, 야단법석이다. 그리고 바른 대간길을 확인하고 조금 내려가고 있을때 다른 길로 갔던 대원들이 속속 되돌아 오고 있는데 43회 손봉상 대원이 없다. 우리팀이아침밥 먹을때 경북 구미에서 왔다는 4명의 꾼들 따라 곰배령가는 길로 갔다. 여태껏 대간종주에 이런 일이 없었는데 기어이 손봉상이 애피소드를 만드네. 그사람 같으면 어디로 가도 나중에 찾아 온다 걱정말라는 회장님의 위안 말씀에 다소 안심이다.
점봉산에서 단목령쪽으로 약 25분정도 되는 곳 홍포수막터에 모두 도착하여 회장님께서 특공대를 조직한다. 조칭령까지 누가 갈 것인가. 지원자 자진신고 하라는데 비는 오고 옷은 젖고 신발안에서는 개구리 소리는 나고 어슬어슬 한기는 들고 서로들 눈치만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누구누구 호명한다. 회장 김영해, 총무 최상호, 안병구, 김영곤 등 호명하는데 김영곤은 내가 안가면 자기도 가지 않겠다고 꼬리를 뺀다. 나는 혹(?)이 있어 안된다고 하니 여러 사람이 혹은 자기들이 책임지겠다고 억지로 등 뜨밀리어 나도 합류하여 급히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 완전 산악 마라톤이다. 나머지 대원들은 쉬엄쉬엄 단목령에서 오색초등학교쪽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중간 중간 연락하기로. 백두대간 참 재미없다. 잡목만 우거지고 비가 와서 조망도 없고, 그저 오직 사명감(?) 하나로 정신없이 간다. 오르락 내리락 수십번 약 1시간30분여만에 단목령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단목령에는 안내 표시가 나무로 잘 해놓앗다. 오른쪽은 인제읍 진동리 진동초등학교로 하산 길, 왼쪽은 오색초등학교쪽, 망월산악회 백두대간 표시 리본을 뒤에 오는 팀이 잘 보이도록 바닥에 놓고 길을 재촉한다. 여기서 조침령까지 도상거리 약 9km, 우리걸음으로 가면 약 3시간정도 걸리겠다하고, 물한모금 하고 다시 출발. 1,136m 고지까지 계속 오르막. 김영곤 대원이 앞서 총알같이 내달린다.
얼마나 왔을까 1,136m 고지가 눈앞인데 이젠 허기가 져 발걸음이 땅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고지에 올라와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는데 앉을 자리가 마땅찮다. 비는 계속 오지요 밥 먹기가 난감하다. 회잔님께서 어! 여기 비 안오네 하며 농담하며 적당한 곳에 그냥 냅다 퍼져 앉아 도시락 여니 빗물이 도시락에 떨어지고 추우니까 억지로 꾸역꾸역 후다닥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또 일어선다.
점심후 약 40분여 ‘양수발전소 공사 현장’ 안내표지, 안개로 공사 현장은 보이지 않음. 여기서 조침령까지 2km 라고 표시해 놓았는데 대간꾼들이 잘 못되었다고 고쳐 놓았다. 도상거리 3.2km, 실제거리 4km 라고. 한숨 돌리고 조금 천천히 가도 1시간 반이면 조침령에 도착되겠다 싶다. 총무 최상호는 바쁘다. 본대와 무전하랴 전화하랴 그리고 또 쫏아 선두 따라 가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군 말없이 따라온다. 자 또 가자.
드디어 조침령 오후 1시45분. 단목령에서 약 3시간이 걸렸다. 본대원들이 많이 기다리지 않게 열심히 달려왔다. 조침령 고개에 육군 3군단 공병단에서 작전도로를 개설했다고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서림산장 주인에게 전화하니 약 15분후에 차가 도착되겠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백두대간 미아 손봉상이야기를 한다. 잘 찾아와야 할 텐데. 지프차 소리가 난다. 산장주인이다. 차안에 미리 비에 젖은 바람을 태우기 위해 은박 자리를 깔아 차좌석 빗물보호 장치를 빈틈없이 해 왔다.
산장주인이 구미팀이 엉뚱데로 갔다고 연락이 왔단다. 아침에 전화할 때 점봉산에서 곰배령으로 가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는데도 그리로 갔다고 혀를 끌끌 찬다. 우리 생각에 손봉상이도 그 사람들과 같이 오면 되겠다 싶다. 도로에 물이 제법 많이 내려오는 걸 보니 비가 많이 왔나 보다. 그럭저럭 다 내려왔다. 우리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버스가 보인다.
휴..... 고생 끝.(목욕탕에서 목욕중에 손봉상이 목욕탕으로 쑥 들어온다. 야!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