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백두대간(관리자 메일로 접수 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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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근(45)
2005.02.11 18:38
그간 이산 저산 산이 좋아 주일마다 산을 올라 설레임을 키워오던 차에 망월 산악회에서 백두대간의 산행을 실행하게 되었다.
백두대간 산행을 실행하고 나니 산을 사랑하는 사람, 산과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백두대간 체험없이는 소위 산꾼이라고 말 할 수 없어 산행기를 간단히 적어본다.
그 긴긴 능선과 봉우리를 걸으면서 나와의 인내심 경쟁, 목타는 갈증,하산길에 만난 어둠의 공포 등에 대해 몇마디 할 정도가 되어야 소위 산꾼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망월산악회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2001.6.24. 지리산 웅석봉을 시작으로 40여 구간을 등산하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한계령~미시령까지의 구간을 걸은 것이다.
2004. 7. 17일 새벽에 미시령에 도착하니 날씨가 좋지않아 비 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일행이 1시간 이상 걸어 황철봉 가까이 가니 큰 바위들이 길고도 넓게 깔려잇는 너덜지대가 연속적으로 계속되었다.
거의 두발 두손으로 기다싶이 능선에 올라서니 강풍에 몸이 날아갈 정도였다. 날씨 탓에 주변 능선과 봉우리는 깊은 운무로 웅장한 산세를 내가슴에 가득 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다는 진리를 실감하며 황철봉 지나 마등령에 도착하였다.
몇몇 일행이 먼저와서 휴식과 점심식사 중이었다. 나도 일행과 같이 점심을 먹고 있으니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다람쥐 2-3마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밥 몇 술을 던져주니 맛있게 받아먹고 우리주변을 맴돌았다.
일행중 몇몇은 공룡능선과 남은 코스가 험난하다고 B코스로 하산할 것을 권했으나 옆에 있던 김유일 선배께서 아무리 날씨가 좋지 않지만 여기까지 와서 공룡능선을 접하지 않고 그냥 갈 수 있느냐고 하며 같이 갈 것을 권하여 마등령에서 몸을 추서리고 공룡능선을 향해 진군을 강행했다.
나한봉을 지나 공룡능선에 당도하니 그야말로 설악산이라는 악산을 실감할 수 있는, 양옆으로 바위가 쭈빗 쭈빗한 절경인 산봉우리가 전개되며 오르막과 내리막 길이 너무 가팔라서 오르막 길에는 코가 땅에 닿을 정도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9-10 시간 만에 희문각 대피소에 도착하니 먼저 온 일행들이 저녁 준비에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17일 저녁은 당일의 날씨가 비바람 악천후 때문에 한계령 쪽에서 입산을 통제한 관계로 희문각 대피소 에서 밤을 넓게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많은 산꾼들로 인해 칼잠 내지는 야영을 해야한다는 산장 사람의 이야기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태어나서 처음 가장 높은 곳에서 단잠을 자는 행운을 얻은 것에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18일 새벽 상쾌한 기분으로 설악의 아침을 음미하
며 08:00 희문각을 출발하여 소청봉을 향하니 봉정암, 백담사 등 사찰 순례에 나선 아줌마 보살 일행이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허리에 머리에 비닐을 걸치고 힘찬모습으로 산행을 재촉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힘이 절로 솟구쳤다.
그러나 하늘을 날으는 운무들의 놀음에 중청에서 대청봉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에 인간의 존재가 미물임을 실감하고 마음이 청정하고 세속의 때가 말끔히 지워지는 가벼운 소요를 느꼈다.
끝청을 지나 기착지인 한계령을 향해 한껏 산의 바다에 나를 던져 육체적 정신적 고행을 즐기면서 약 18시간의 산행으로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먼저온 일행들이 박수를 치며 뜨겁게 맞아 주어 정말 뜨거운 동지애가 솟구쳐 올랐다. 일행이 권하는 소주 한잔과 오징어 다리의 맛이 그 어떤 산해진미의 최고급 술에 비할 수 있을까?
고진감래!
해 내었다는 완주의 쾌감과 일행과의 재회에 형언할 수 없는 감회가 나의 온 몸을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차 올랐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은 언제나 힘들고 벅차다. 나는 졸필의 산행기를 남기면서 등산은 고통의 예술이며 극복의 예술이라고 감히 말하여 본다.
모든 친구야, 산에서 만나자. 그리고 세상사의 모든 스트레스를 산기운에 씻어버리고 가슴을 열고 맑고 아름다운 향기를 한껏 마음에 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