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34차(2003.5.4 - 5.5)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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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제34차(2003.5.4 - 5.5)

2,351 이상수(48) 2004.12.23 15:48
백두대간제34차구간(2003. 5. 4 - 5)1박2일 5월4일:도래기재 -구룡산 -고직령 -곰넘이재 -실두동 5월5일:실두동 -곰넘이재 -신선봉 -삼거리 -깃대배기재 -부소봉 -태백산 -유일사 -화방재 백두제34차는 지난주에 대간을 탔기 때문에 그 느낌이 그대로 이어지는데다가 마침 연휴 기간이라서 아침에 출발하게 되어 또 다른 넉넉한 기분으로 7시경에 부산을 출발하였다. 지난번 구간인 도래기재에 도착하니 이미 11시반 가까이 되었다. 첫날의 구간은 도래기재(800m)에서 구룡산(1345m)까지 5km, 구룡산에서 고직령(1200m)을 지나 곰넘이재(1100m)까지 2.8km이고, 곰넘이재에서 실두동을 거쳐 민박지인 수진마을까지가 첫날의 일정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0여분 비교적 완만한 경사가 이루어지다가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 땀을 한번 흘리고 나서 920봉에 오르니 첫 관문은 신고한 셈이다. 산행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7시에 출발하다보니 다들 시장하다하여 적당한 장소를 찾아 앉아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니 분위기가 그야말로 화기애애하다. 역시 사람의 즐거움 가운데 먹는 즐거움이 우리 보통 사람들의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다. 우리가 열심히 직장 생활하며 돈을 벌이는 것 또한 따지고 보면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식사를 마치고 다시 서둘러 출발하여 오늘의 첫 번째 목표지점인 구룡산으로 오르는 막바지 언덕길이 상당히 괴롭힌다. 1256고지를 올라서서 한고비를 넘기고 다소 더운 날씨로 인해 땀을 흘려가며 드디어 구룡산에(1345.7m) 올랐다. 시각은 오후 2시 20분경. 산행 시작한지 3시간여만에 오늘의 정상에 올랐다. 구룡산 정상에 올라서니 양 사방이 탁 트여 온 가슴속까지 시원한 느낌이다. 정상에는 정상 표시목과 최근에 세워진 구룡산 정상 비석이 우뚝 서있다. 춘양 태백산악회에서 2000.5,21에 세운 비석이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보면 강원도 영월군과 멀리로는 태백시에 속하는 지역들이 첩첩산중의 모습으로 펼쳐지며, 가운데 멀리 태백산의 봉우리가 보인다. 내일 우리가 가야할 곳이다. 사방을 충분히 둘러보고 휴식을 취한 뒤 오늘의 두 번째 목표지점인 고직령(1231m)을 거쳐 곰넘이재 까지는 비교적 수월한 내리막길이다. 곰넘이재에 도착한 시각은 3시40분경으로 구룡산에서 곰넘이재까지 5km구간을 1시간10분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따사로운 봄날의 대간 산행이 너무나 순조로웠고 완만한 내리막길로 큰 어려움이 없다보니 적게 걸린 것 같다. 곰넘이재에는 자세한 공적, 사적인 안내판이 표시되어 있는데 공적인 표시판에는 백두대간 참새골 입구라고 표시되어 실두동으로 내려가는 방향표시가 되어있다.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곰넘이재라는 표시는 2002년 10월 목원대학교 직원인지 학생인지는 모르겠으나 표 언복이라는 분이 개인적으로 크게 표시를 하고 자세한 내용을 적어 놓았는데 진조동(참새골)의 명칭과 45분이 소요된다는 거리와 춘양 개인택시 전화번호(054-672-3277)까지 적어 놓고 그것을 비닐 코팅까지 해 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백두 대간 구간 중에 한사람의 정성이 대간을 타면서 지나는 모든 산꾼들에게 무언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면 그 또한 크나큰 음덕을 쌓고 진정한 산악인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간을 타는 동안에 지역에 따라 많은 관심을 가지고 타지방에서 오는 산악인들을 위해 자세한 안내판을 친절하게 세운 곳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표시판을 세우지 않거나 갈림길 등의 안내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곳도 여러 곳이 있었다. 백두대간 길은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비교적 잘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곰넘이재에서 실두동으로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봄의 기운이 무르익어 나뭇가지에 새로운 잎사귀들이 파릇파릇 솟아올라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하며 땅위의 온갖 풀들도 서로 다투어 잎을 피워 올리는데 그야말로 사람의 인적이 드문 대간 길에서만 볼 수 있는 봄의 화려한 화원을 보는 것 같다. 여러 계절을 지나면서 대간을 타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치고 좋지 않은 계절이 없다. 그중에서도 봄의 산행 길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적막한 숲들이 겨울내내 움츠리고 있던 온갖 풀들과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고 막 일어나듯이 거의 손상되지 않은 원시 상태로의 자연이 깨어남을 느끼고 자연의 생동감을 진정으로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며 우리들에게 희망과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게 해준다. 정말 봄의 산행 길은 조심스럽다. 온 사방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새 풀잎들을 밟고 가기란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운 느낌이다. 그 긴 기다림 속에서 갓 피워 올라온 어린 싹들이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짓밟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될 수 있으면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어진다. 산행은 이와 같이 단순히 우리들에게 건강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진정 자연과 하나 됨에 있는 것 같다. 실두동까지 내려오니 미리 연락을 해 두었던 민박겸 식당주인의 지프차가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민박집까지 실어다준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 수진마을의 수진식당 겸 민박집에 도착하니 우리 망월의 식구가 너무 많아 우리 후배 기수들은 식당 맞은 편의 수진 마을회관 같은 곳에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5시30분경에 도착하여 씻고나서 식사를 한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와 점심밥까지 준비를 한 뒤 나선 시간이 6시30분경. 봉고 짐차의 뒤에 실려서 실두동까지 올라가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의 봄날 산행은 너무나 상쾌하다. 아직 숲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의 신선하고 싱그러운 봄 냄새를 맡으며 카페트같은 푹신한 산길 오솔길을 오르면 속세의 일이 아득하고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모습에 흠뻑 빠져 나도 모르게 순수한 철부지가 되어 자연속으로 뛰어든다. 특히 곰넘이재로 올라가는 그 산길은 너무나 아늑하여 편안한 기분으로 행복한 산행이 시작되었다. 7시10분에 곰넘이재를 출발한지 1시간도 채 안되어 신선봉((1300m)에 도착하여 지나온 대간 길을 한번 뒤돌아보고 조망을 한 다음 삼거리(1200m)로 향하였는데 비교적 완만한 길로 평탄하였다. 그런데 신선봉에서 깃대배기봉까지의 안내 표시목이 잘못된 지역에 표시가 되어 있어서 다소 황당하였다. 봉화군 전체 백두대간의 안내 표시판에는 곰넘이재에서 신선봉까지를 1.9km, 신선봉에서 깃대배기봉의 거리가 5.1km, 깃대배기봉에서 태백산까지는 4km로 표시되어있다. 그러나 길목마다 서있는 표시목은 조금 다르게 나와있다. 표시목으로는 곰넘이재에서 신선봉의 거리가 0.9km, 신선봉에서 차돌베기까지가 5.1km로 표시되어 있고, 그 뿐만 아니라 차돌베기에서 태백산까지 10km로 표시되어 있는데 차돌베기 표시석에서 촬영한 시간이 8시36분이고 ,깃대봉이라는 표시목이 서있는 곳에 도착한 시간이 8시50분으로 15분만에 4km를 달려온 것으로 되어있다. 이와 같이 지도상에 표시된 거리와 실질적으로 세워진 안내표시목의 거리가 차이가 나는 곳이 간혹 보이는데 이러한 부분은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해결될 문제들이 무관심과 무성의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아무튼 깃대배기봉까지 가는 대간 길은 5월의 신록과 고산지대의 아직도 모진 겨울의 흔적이 남은 묘한 조화가 어우러진 환상의 산행길이다. 상상을 해보라. 따뜻한 봄날에 사람의 인적이 드문 숲길을 햇살을 흠뻑 받으며, 환한 숲길을, 그것도 길가에는 보라색의 예쁜 꽃들이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새순과 새잎들이 가득하게 양옆에 도열하여 싱그러운 봄의 기운을 뿜어내는 그런 푸근한 산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는가? 차돌베기에서 깃대배기봉까지 4km를 1시간 10여분만인 9시 50분경에 도착하였다. 깃대배기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두리봉으로 해서 두리골로 빠지게 된다. 우리의 대간 길은 계속해서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걸어가는데 다음 부소봉까지는 3km로 10시30분경에 통과하니 왼쪽편으로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드러나고 멀리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이 가까워지니 완만한 오름의 능선길이 펼쳐지고 바람이 거세고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아직도 길가의 낮은 나무들이 바짝 말라있다. 정상 못미쳐서 태백산 천제단이라는 안내판이 붙은 고색창연한 돌로 쌓아올린 제단이 보이는데 매우 견고하게 쌓아져서 오랜 풍상을 겪은 흔적이 역력하다. 이제 마지막 정상으로의 길은 많은 사람들이 올라서 그런지 금정산의 능선길처럼 허옇게 흙길이 드러나있다. 드디어 11시2분경 정상에 오르니 문수봉, 당골광장, 유일사등의 표시목이 눈에 보이고 태백산(太白山)이라 새겨진 큰 기념석이 세워져 있고 왼쪽 위편으로 천제단이 돌탑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가 바로 우리 민족의 성전이다. 안에는 한배검이라는 붉은 색으로 쓰어진 글이 새겨져 있는 비가 한가운데 있고 뒤쪽으로는 조그마한 대한민국 국기가 놓여져있으며, 천제단이라 쓰여진 제단위에는 많은 분들이 치성을 드린 촛불들이 올려져 있고 그 앞에 향로가 놓여져있다. 우리 민족의 기원이 담겨있는 곳, 신성한 기운이 주위를 은근히 감싸며 한국인이면 누구나 올라와 경건한 마음과 자세로 참배를 드리는 민족의 성지가 바로 여기이다. 우리 망월도 최 욱고문님이 주재하시어 축원하시고 회장님을 비롯하여 이인호고문님과 많은 선배님들이 모두 참배를 드린다. 참배 후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마치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떠나기 전 후미의 대원들까지 모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유일사쪽으로 하산이 시작되었다.12시20분경 출발하여 내려오는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하산길이다.수많은 등산객과 관광객까지 올라와서 길은 넓게 패여서 맨흙과 돌들을 드러내어 갈수록 등산로의 훼손은 심해지고 길은 더욱 넓어진다.그나마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주목군락지를 보면서 위안이 되었다. 천년도 더산다는 기기묘묘한 주목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연휴에다가 날씨까지 화창하니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의 수가 매우 많다. 유일사에서 물한모금 얻어먹고 자원봉사 나온 젊은 사람으로부터 생수 한병 얻게되니 조그만 봉사의 대가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너무 기분이 좋고 그 지역 사람들에게 큰 호감이 간다. 오후1시30분경 산령각에 도착하였다. 산령각안에는 중앙에는 태백산령지위라는 위패가 모셔져 있고 왼편에는 태극기가, 오른편에는 태백산의신령 여섯분의 그림이 모셔져있다. 우리 체크무늬 남방의 회장님이 당연히 그냥 가시질 못하고 깊이 머리를 조아리고 참배를 드린다. 큰 단체를 맡아서 움직일려면 언제나 모든 회원들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며 노심초사 걱정이 앞서시는 모양이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20여분 내려오니 오후 2시 10분경 만2일동안의 대간의 여정이 모두 끝나는 순간이다. 화방재에 내려서니 어평휴게소가 현대식 건물에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오후의 따가운 햇살에 땀흘린 몸을 시원한 물로 씻어내고 한잔의 찬 맥주로 갈증난 목을 축이니 감로수가 따로 없다. 산행 뒤의 갈증을 달래주는 데는 시원한 한잔의 맥주만큼 맛있는 것은 단언하건데 아마 없을 것이다. 선두그룹에 속해 내려오니 여유가 있어 한번 둘러보니 화방재쪽의 도로는 비교적 한적하여 여유롭다. 마침 어평 휴게소 2층에는 민박을 겸하고 있어 다음 산행때 쉴 수있는 장소를 손쉽게 구한 것같다. 산행 뒤 영주 시내로 빠져서 목욕을 하고 소백산 식당에서 식사와 수질 검사를 마치고 나른하고 얼큰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계절의 여왕 5월에 속세를 떠나 대자연이라는 천국에 푹 빠져 온갖 호사를 누리고 흐뭇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틀간의 여정을 생각하면서 살풋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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