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33차(2003.4.26 -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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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48)
2004.12.21 11:29
백두대간제33차산행(2003.4.26 - 4.27)
부석사 -봉황산 -갈곶산 -선달산 -박달령 -옥돌봉 -도래기재
백두 제33차구간은지난 번 32차구간인 좌석리에서 고치령, 마구령을 거쳐 갈곶산에서 부석사 쪽으로 내려오는 16키로를 예상시간보다 훨씬 빨리 주파한 망월의 저력으로 간만에 부석사 밑에 잘 정리된 집단 관광지구를 여유있게 둘러보고 막걸리한잔에다 파전까지 즐기는 호사를 누렸으며 집행부의 순발력으로 부석사 인근의 식당에 예약을 해둔 관계로 새벽2시경에 도착하여 3시간 남짓 편한 잠자리(?)에다 고향느낌 물씬주는 뜨근한 아침에다가 점심밥까지 밥통에 채워 넣으니 세상에 부러울게 없다. 식당주인의 중요정보로 새벽 6시30분 이전에 절 입구를 통과하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선배님들의 닥달에 서둘러 장미식당을 나서니 4월말이라 그런지 날씨가 너무 좋고 호젓한 산사로 오르는 길이 너무나 편안하다. 그러나 굳건히 지키고 있는 부석사의 수문장 할아버지 때문에 입장료절약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숫자 찍는 기계까지 동원하여 한명의 착오도 없이 완벽하게 물고 부석사 산문을 통과하니 부석사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부석사는 내 개인적으로 전국의 사찰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언제나 오고 싶은 곳이다. 신라문무왕16년(676)삼국을 통일하던 해에 의상조사가 세운 곳으로 우리나라 5대명사찰중의 하나이며, 화엄종의 본산이다. 또한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인 부석사 무량수전을 비롯하여 국보가 5점, 보물 4점 , 유형문화재 2점등 불교문화의 보고이다.봉황이 알을 품듯 봉황산이 부석사를 포근히 감싸안는 곳에 자리를 잡았으며, 무량수전 앞에서 펼쳐져 보이는 자연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가슴을 벅차게 하는 설레임이 있다. 우리가 보았던 새벽의 산사는 새벽안개가 아직 흩어지기 전의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속에 그 속에 뿌옅게 보이는 부석사의 그 단아함과 위엄있는 건물들은 마치 선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부석사를 여러번 갔어도 이 새벽에 이러한 분위기의 산사를 거닐수 있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기회라 아니 할 수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조사당 건물의 왼쪽 편으로 하여 제대로 나있지 않는 길을 헤쳐가며 30도 이상의 경사가 심한 길을 바로 치고 올라가느라 잠시 모두들 힘이 들었다. 원래는 조사당 오른편으로 스님들의 수행처를 지나 산길로 오르는 길이 있으나 스님들의 강경한 반대로 할 수 없이 우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 망월산악회와 부석사의 스님들과는 인연이 다소 먼 듯한 서운한 감이 들었으며 다른 분들도 한마디씩 하시곤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백두대간이나 일반 산행하던 산꾼들이 평상시 조금만 수행하시는 곳을 지나다닐 때 예의를 지키고 조심했더라면 과연 그랬을까하는 반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대간을 타는 꾼들은 대부분 자연보호와 행동에 조심을 하면서 다닌다. 우리 망월도 그렇고 지나온 대간 길도 보면 쓰레기 같은 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간 길이 좋은 것은 이같이 이심전심으로 우리의 산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합심하여 만들어 놓은 길이며 인적 드문 깊은 산속에 난 호젓하고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보전하고 지키려는 모든 산사람들이 가지는 마음의 일치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길을 치고 올라 정상적인 산길을 만나 봉황산을 거쳐 지난 번하산점인 갈곶산(966)에 오르니 8시가 조금 넘었다. 부석사부터 약 3.5km가 1시간40분정도 소요되었다. 한숨 돌리고 출발하니 산 곳곳에 진달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완연한 봄날에 쾌적한 날씨에 아침이라 공기는 더욱 상쾌하고 든든한 아침에다가 눈도 잠시 붙였으니 최상의 컨디션이다. 9시 15분경에 선달산에 도착하니 도상거리 2.8km를 1시간 만에 주파하였다. 오늘은 선두그룹에 노장 선배님들이 많다. 빨간 티로 유난히 젊어 보이시는 김효일 선배님, 머리에 붉은 띠를 꽉 조여맨 35회 강만수선배님, 언제나 체크무늬 남방의 김영해 회장님과 벌써 반팔티를 입고 건강미를 자랑하는 김 환 산행대장 등이 선두에 도착하여 산행지도를 놓고 앞으로의 코스를 점검 중이다. 선달산은1236m로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에 있는 산이며 박달령까지 그 경계는 계속된다. 정상에는 표시목 뿐 아니라 수많은 대간 팀들의 리본이 20여개 이상 달려있다. 또한 봉화군에서는 나무에다가 이정표를 새겨서 중간 중간에 친절하게 안내가 잘 되어있는 곳이다. 10여분의 휴식 끝에 또다시 출발하여 비교적 순탄한 코스의 대간 길을 가는데 날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덥게 느껴질 만큼 화창하였다. 선달산에서 박달령까지가 현지의 이정표로는 5.3km로 되어있고 박달령(1009m)에 도착한 시간은 10시55분경에 도착하였다. 선두로는 김 동숙선배와 김 영해회장님이 일찍 도착하셨다. 김 영해회장님은 머리에 띠를 동여매신 채 회장 자리를 맡으신 뒤 두 번째의 대간 길과 앞으로의 무사산행을 위해 박달령에 있는 산신각에 가서 정성껏 머리를 조아리고 기원하셨다. 김 동숙선배는 바로 옆에서 모자를 벗고 회장님과 더불어 역시 박달령성황신의 위패 앞에 기원하셨다. 주위를 둘러보니 건물을 세운 듯한 흔적으로 블록담이 여러겹 쌓아져있는 부분도 있고 당나무로는 보이지 않지만 대간 리본이 숱하게 걸려있는 잘생긴 나무 밑에 제물을 정성껏 담아 올린 접시가 놓여있다. 많은 대간 팀들이 이곳을 지나면서 모두들 산행의 무사함을 기원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망월은 대간을 시작한지 2년이 다되어가고 회수로도 3분의 2가까이 되었지만 아무런 사고도 없이 무사히 많은 대원들이 참가하고 한번씩 참가하는 일반회원들까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고의 기록을 낼 수있었던 것은 모든 회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집행부의 치밀한 계획, 많은 동고인들의 성원에 힘입은바가 큰 것 같다. 나도 성황신에게 끝까지 대간에 참여하고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기원하였다. 이른 점심을 꺼내 선배님들과 식사를 하는데 회원들이 속속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며 삼삼오오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한낮에는 기온이 올라가 햇볕이 따갑다. 나른한 봄날의 오후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여 1시간 만에 옥돌봉 못미쳐의 삼거리에 도착하니 시간은 12시50분경이다. 이정표를 보니 오른쪽으로 빠지면 예천바위, 옥돌봉, 주실령으로 되어있고 왼쪽으로는 옥석산으로 되어있다. 잠시 가니 옥돌봉(1242m)이다. 탁 트인 것이 전망이 매우 좋다. 옥돌봉서 북동쪽으로 보면 앞으로의 우리 대간길이 펼쳐진다. 도래기재. 구룡산, 고직령, 신선봉등의 대간길 설명을 들으며 다음 5월 5,6일 연휴의 대간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레인다. 길을 가고 있으면서도 또 다음 길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옥돌봉에서의 충분한 조망을 즐기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도래기까지는 1시간정도면 충분하다.옥돌봉에서 도래기재로 가는 길은 평화로움이었다. 앞서 가시는 최 욱고문님의 망월마크가 새겨진 빨간색 배낭이 매우 가볍게 느껴진다. 따사로운 오후의 봄 햇살을 받으며 평탄한 산길을 느긋한 마음으로 걸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다. 거기다 내려갈수록 진달래군락의 모습은 더욱 늘어나고 이름모를 꽃망울들이 우리들을 맞이한다. 어느새 도래기재에 있는 휴게소에 도착하니 오늘의 산행도 정말 기쁜 마음으로 마쳤구나하는 뿌듯함이 솟아오른다. 다음의 산행도 꼭 참여하리라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