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터닝 포인트 속리산을 다녀와서...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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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터닝 포인트 속리산을 다녀와서...

3,038 사석진60 2015.05.28 14:51

2014년 가을, 망월 산악회에 문을 두드린 후 월악산의 영봉을 시작으로 존경하는 동래고 선후배님들과 함께 등반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에 속리산 산행을 마치고 박진영 총무의 부탁으로 산행 후기를 올려볼까 하오니 비록 졸필이라도 곱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망월 산악회는 작년 10월에 2차 낙동정맥을 무사히 마치고 금년부터는 1대간 9정맥 완주를 위하여 금북정맥의 장도에 오르게 되는데, 그 시발점이 2015년 5월 24일 속리산 구간이 되겠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신경준이 썼다고 추정되는 산경표(山經俵)에는 1대간, 1정간, 13정맥의 산줄이 이음이 있다. 13정맥은 청천강을 기준으로 한 청북정맥과 청남정맥, 한강을 에워싸는 한남, 한북정맥, 금강을 두르는 금남, 금북정맥, 낙동강의 좌우에 낙동, 낙남정맥, 임진강과 예성강 사이의 임진북예성남정맥, 그리고 해서정맥, 호남정맥, 한남금북정맥, 금남호남정맥 등이다. 대부분의 산줄기 이름을 강에서 따온 것은 노년기 산지의 애매한 줄기의 이어짐을 역으로 물 흐름에서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북정맥은 속리산에서 칠장산까지의 한남금북정맥 158.1km와 칠장산에서 충남 안흥진까지의 금북정맥 282.4km의 총 440.5km로 이루어져있다.   

속리산은 충청북도 보은과 경상북도 상주를 나누는 경계로서 백두대간에서 한남금북정맥으로 가지를 뻗는 출발점에 있다. 주봉인 천왕봉(1,058m)을 비롯해 비로봉(1,032m), 입석대, 문장대(1,015m) 등 아홉 봉우리들로 이루어져 신라 이전에는 구봉산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이번에 산행은 윗대목리를 들머리로 해서 동북 방향으로 2.1km 지점인 백두대간 갈림길을 지나서 천왕봉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유턴하여 15~6개의 능선과 봉우리를 타고 넘어 갈목재(390m)로 내려오는 12.6km의 구간이었다.   

5월 24일 아침 7시에 출발장소에 나와 보니 의외로 인원수가 적은 27명의 정예 맴버만 모였다. 아마도 정맥구간의 힘들고 긴 코스로 인한 중압감이 크게 작용한 탓도 있었으리라...

나는 정맥산행의 의미도 잘모르는채 다음날 석가 탄신일이라 부담없는 관계로 참여 하였다. 선배님들의 말씀은 정맥구간을 한번 타면 계곡이 없이 긴 능선을 타고 와야 하므로 상당한 체력과 충분한 식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하였다.

버스를 타고 5월의 신록을 따라 충청도로 향하였다. 두 번의 휴게소를 경유하여 도착한 곳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도화리의 윗대목골(리). 이곳에서 장비를 내리고 산신제에 올릴 제물을 분배하고, 인원 확인 및 출발 전 합동 기념촬영을 하고 대장정에 들어섰다.

날씨는 쾌청하고 구름이 적어 자외선 지수가 높았지만 수풀이 우거진 길을 따라가므로 큰 부담은 없었다. 출발점에서 약 0.7km는 보통수준의 난이도로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이었으나 탐방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관계로 낙엽이 쌓여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베테랑인 산행대장도 시그널을 매어가며 조심스레 진행하였는데 10시경에 출발을 하여 천왕봉까지 2.7km를 대략 2시간 30분 정도 예상하였다.

11시 30분쯤에 백두대간 갈림길(914m)인 형제봉 삼거리가 나왔다. 안내표지석의 우측으로는 백두대간의 남쪽 방향으로 향하고, 좌측으로는 천왕봉을 따라서 비로봉, 입석대, 문수봉을 지나 문장대에서 동북방향은 백두대간의 북쪽 방향, 서북쪽은 관음봉을 지나 묘봉으로 가면서 한남 금북정맥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모두들 막걸리 한사발이 생각났으나 산신령님께 제를 먼저 올려야 하므로 꾹 참고 나머지 0.6km를 올라갔다. 이윽고 11시 방향에 나뭇잎 사이로 천왕봉의 암석들이 눈에 보였다. 12시 10여분경 천왕봉 머리에 올랐다. 날씨가 무척 쾌청하고 맑아서 북쪽의 문수봉, 문장대, 관음봉이 지척에 보였다. 천왕봉 표지석에서 동기들(산행대장, 손철홍, 하권용)과 얼른 기념사진을 찍고, “금북정맥 종주 출정식”의 플랭카드 아래에서 속리산 신령님께 준비한 떡과 과일 및 고기를 차리고, 회장님, 원로 선배님들과 함께 절을 올리고, 산행 대장님의 낭랑한 목소리로 축문을 읽어 내려갈 때, 우리 모두는 회원의 무사 산행과 망월 산악회의 발전과 계승을 위해 기도하였다.

산신제가 끝나고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동문 선후배간의 정을 함께 나누었고, 그늘진 곳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올라오는 길보다 내려가는 코스가 더 길고 힘들 것을 예상하여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1시 10여분쯤에 하산 길을 잡았다. 그러나 급하게 점심을 먹고 술과 고기를 과식한 탓에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여 힘든 여정이 예상 되었다. 이제 부터는 700m에서 500m 정도의 고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약 10km 가량을 내려가야 하는데 다리는 낮술에 풀리고 소화 불량으로 몸은 무겁고 하여 두어번 미끄러지기를 반복 하면서 어렵게 내려왔다. 선배님들은 이번이 몇 번째 고개인지를 지도를 펴고 GPS를 봐가면서 오시는데, 나는 무념무상으로 앞사람 따라가기에 바빠 숫자를 헤아릴 염두가 나질 않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선배님들 연세가 되었을 때 과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대단한 체력들을 보여주신다.

천왕봉(1,058m) - 923 - 807 - 565 - 620 - 687 - 667.3 - 635 - 638 - 561 - 550 - 574 - 461 - 487 - 580 - 585 - 515 - 갈목재(390m)로 이르는 능선과 고지를 반복하면서 5시간에 걸쳐 내려오는데 무릎은 뻐근하고 발바닥은 열이 나고, 온몸은 천근만근, 소금에 절어있었다. 특히 마지막 580-585-515 구간을 지날 때는, 내가 왜 돈도 안되는 이런 일을 사서 고생할까? 라는 의구심마저 들고 입에서 상소리가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아내야만 했다. 나는 겨우 겨우 따라가고 있는데 어느 특별회원께서는 콧노래를 부르며 따라오지 않겠나? 존경스럽기도 하고 나 자신이 비교되어 살짝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비교는 불행의 씨앗이라고 나를 달래며 그동안 자주 못한 산행 때문이라고 탓을 돌려보았다.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한발 한발 나아감에 따라 종착역도 결국 나타났다. 갈목재에 다다르니 지금은 폐쇄되었다는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윽고 우리 일행을 기다리는 버스가 보였다. 이번 산행에 낙오자 없이 모두가 무사히 완주를 할수 있었음에 감사를 하면서 김정호 총무가 마련한 하산주 한잔으로 그동안의 노고를 날려보낼 수 있는 것 또한 산행의 묘미가 아닌가 한다. 산행과 인생은 이렇듯 닮아서 한고비 한고비 넘으면서 희노애락을 느끼다 보면 어느듯 시련도 지나가고 여유있게 나를 뒤돌아볼 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끝>

 

망월 산악회 한남 금북정맥 종주 산행에 회원님들의 무사 산행을 기원하며, 힘들지만 보람있는 산행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60회 사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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