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헌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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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학(52)
2006.03.07 12:04
고헌산은 영남알프스 동서 제1차구간의 시작이다. 당초의 출발지점이었던 대정마을에서의 산행길이 지내리로 바뀌었다. 사전 현지 답사를 해보니 산행로가 없다나! 여하튼 김환 산행대장님 고생이 많으시다.
영남알프스 동서 1차구간이기도 하고 제법 날씨가 풀렸기에 많은 인원이 오리라 예상하여 버스1대와 봉고1대를 준비하였으나 기대와는 달리 38명의 인원 밖에 되지않는다. 새벽에 약간 추운 날씨 탓인가? 천상 봉고는 돌려보내는 수 밖에… 새벽에 일당 하리라는 기대로 나왔을 텐데 미안한 생각이 든다.
예정대로 8시 약간 지나 명륜동역을 출발하여 언양 지내리에 도착하여 서북방향의 고헌산으로 오르기 시작하니 8시 50분경, 약 10분 가량 등정하여 따뜻한 무덤 가에 이른다. 인원 점검, 그리고 “동고”하는 구호와 누워 계시는 쉼터의 주인인 할머니에게도 인사하며 무사산행을 빈다.
오늘의 산행은 코스가 약간 쉽고 짧은 탓인지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많이 두고 걷는 걸음이다. 대체로 완만하고 나즈마한 덤불숲과 발길에 채이는 억새풀 사이로 봄의 따뜻함을 즐기며 오랜만에 여유있게 걷는다. 조금 있어 완연한 봄이 되면 이길은 진달래, 철쭉등 이름 모를 꽃들로 가득할 산행길이 되리라.
오르기 시작한지 2시간쯤 경과하자 880고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여기까지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는게 산행 부담이 크게 없다. 산행다운 풍경이라면 멀리 좌측에 보이는 가진산의 모습의 제일봉답게 웅장하다. 시원한 가지산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찰칵.
10시 10분경 몇 개의 높지 않은 바위를 조심스럽게 넘어서자 고헌산에 이르는 제법 사람들이 많이 다닌 듯한 폭 넓은 능선길이다. 그런데 유달리 이 능선에만 잔설이 남아있다. 아마도 산아래서 치받아 올리는 바람이 능선길에는 많은 눈을 쌓아 놓은 탓이리라.
그러고 보니 양쪽 계곡에서 몰아치는 바람은 약간 맺히는 땀방울에도 제법 차다. 12시 25분 정상에 올라 보니 있는 듯 마는 듯한 정상 표지석과 돌탑만 있을 뿐 여느 산과는 달리 정상에 올랐다는 뿌듯한 감정이 일지 않는다. 약간 섭섭하달까 그런 느낌이다.
일행들과 가지산을 바라보며 점심과 뱃속을 찌리하게 데워주는 쇠주 한잔. 섭섭한 마음의 고헌산을 뒤로 하고 와항재로 향하는 내리막으로 들어서 1시 10분경 와항재에 도달한다. 아스팔트길을 사이에 두고 이 비탈과 저 비탈이 가파르게 마주보고 있으니 네 발로 기다시피 하여 간신히 비탈면을 넘는다.
많은 산행인들이 이 길을 지날 텐데 비탈면이 괜찮을지 걱정된다. 이러하듯 산행인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도로공사를 할 때 우회를 만들어 두는 것이 비탈면을 보호 할 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719봉을 넘자 산내 고기마을이 나타난다. 점심을 먹은 지가 얼마되지 않지만 고기냄새는 회를 동한다. 마을의 휴게소에 약간 쉬어 갈까?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후미가 너무 뒤쳐진 듯하여 계속 우측에 병풍처럼 쳐진 문복산 능선을 쳐다보며 895봉를 향해 다시 오른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왠지 호흡이 가팔라지면 힘이든다. 처음 만만하게 보고 올랐던 고헌산이 고헌산을 넘어 895봉에 오르면서 힘이 드는 것은 내리막길에 근육이 풀렸다 다시 힘을 줄려니 그런 모양이다.
조금 전 마을휴게소에서 막걸리 한잔을 즐기던 일행들이 은근히 부럽다. 그때 나도 뒤쳐져 쉴걸 그랬나! 그래도 후미를 책임진 총무가 그럴 수 있나. 애고! 895봉을 넘어 버스가 기다리는 운문령으로 하산하는 길은 남향을 보고 있어 그런지 제법 나무들이 우거져있고 산행길도 잘 말라있다.
얼음이 녹는 죽탕 하산 산행길에 비하면 훨씬 편하다. 운문령 69번 국도에 기다리는 버스에 오르니 오후 3시경이다. 돌아오는 버스길에 이런 농담 “회장님! 오늘 산 두개 넘은 사람은 회비 추가로 받아야 되는거 아임미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