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4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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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화(48)
2005.02.12 02:20
백두 44차 2004 5/22. 23.
지난 2년 동안 일요일 공휴일을 개인업무로 보내야하는 무척 바쁜 시간이었다. 백두대간에
등록만하고 제대로 참가하지 못하여 안타까웠는데 개인적으로 산행하기 어려운 강원도 쪽은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산행금지가 풀리고 2004년 들어 처음으로 백두대간이 시작되었다. 토
요일 밤 10시 12분 32명이 대관령을 향하여 출발하였는데 48동기는 문상화, 이상수, 윤영태,
나와 집사람 모두 5명이다. 산에 재미를 붙이고 동기들이 먼길을 마다 않고 무박에 나서주
니 48동기들의 활약이 크게 기대된다.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대구 화원 톨게이트(11시 20분)를 지나 중앙고속도로를 따라가다가
군위휴게소(12시10분-20분)에서 잠시 휴식하고 대관령휴게소(3시 10분)에 도착하였다. 새벽
이긴 하지만 대관령에 터널이 뚫린 후로는 모든 시설물들이 폐허로 변했다. 옛 기억을 더듬
으며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어느 곳에도 인적은 없다. 예전 같으면 휴일나들이 손님들로 불
야성을 이루던 곳인데 산밑을 통과하여 쑥쑥 넘어가 버리니 애써 이곳에 올 일이 없다.
철조망이 쳐진 곳 콘테이너 박스 사무실에 전등불이 비치기에 가보니 사람은 없는 것 같고
작은 풍차 발전기가 규칙적인 마찰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아마 전선이 사무실로
연결된 걸 보면 풍력 발전으로 켜진 불빛이 아닌가 싶다. 어둠 속에 하얀 큰 풍차가 보이지
만 돌지는 않고 있다.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고가차도가 있고 적막한 대관령에는 어쩌다 길을 잘못 든 승용차가
회차하여 돌아갈 뿐이다. 차안에서 산행준비, 간식 등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4시 30분 출
발을 서둘렀다. 봄이라고는 해도 잔설이 남은 탓인지 새벽바람이 차다. 대간 길은 산길이지
만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갔다. 통신중계탑에서 만보계를 0으로 세팅하였다.
동편 하늘이 약간 붉은 빛을 띠지만 여전히 어둡다. 새봉에 올라서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김환(45)선배님의 지형설명이 있었다. 붉어진 동해쪽을 배경으로 집사람과 사진을 찍었다.
선자령(5시50분)에서 잠시 휴식하고 곤신봉을 향하였다. 삼양목장 목초지가 펼쳐진 고원지대
를 지나면서 문득 박대통령의 카랑카랑한 육성이 들리는 듯 하다.
'나는 유럽 순방길에 스위스 고산지대의 목장을 보고 대관령을 헬기로 시찰하면서 우리나라
도 이 좋은 목초지에 목장을 조성하라고 지시를 하였는데 유명한 농학박사, 교수들이 모두
안 된다고 하여 다시는 그런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과는 대화가 필요 없다고 하고 목장
조성을 추진하여 이렇게 푸르게 되었습니다. 힘은 들겠지만 하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이 있습
니까?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말만 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박대통령 육성녹음 테이프 중에서-
거대한 풍차가 서서히 돌아가는 초원에서 48아침뷔페가 차려졌다. (6시45분-7시 5분). 김영
해(41)회장님 이하 여러 동문들이 지나가시면서 인사를 하신다. 식사 후 곤신봉을 지나 동해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하였다. 매봉(7시 42분)은 경사가 급하게 생각되어 도로를 우회하였는
데 걷기는 쉬웠으나 길이 많이 멀었다. 삼양 목장 넓은 목초지를 가로지르면서 보니 이곳
저곳에 소똥이 말라서 섬유질만 남아있다. 어릴 때 저 소똥 마른 것에 불을 붙여 장난하던
일들이 떠올랐다. 한참 부지런히 길을 가는데 갑자기 낯선 등산객이 이 길이 아니고 저쪽이
라면서 길을 막아선다. 가파른 산길을 10분정도 올라서 보니 '학소대'(8시56분)라 한자(전서)
를 크게 새긴 바위가 나타난다. 아하, 이 길은 선녀탕 계곡이구나. 다시 되돌아 와서 원래의
대간길로 갔다. 아마 다른 산행팀이 선녀탕 쪽으로 계획되어서 팀을 잘못 안내한 것 같다.
소황병산(9시-9시34분) 넓은 초원에서 간식을 먹고 48동기 기념촬영을 하고 노인봉을 향하
였다. 노인봉 산장에서 옛 산악 동지 성량수씨를 만났다. 1986년 대한산악연맹 경남연맹 삼
천포산악회에서 이호상 대장, 박정헌 대원들과 히말라야 초오유 원정대를 결성하였을 때 노
인봉에서 삼천포로 달려와서 발대식을 함께 하고 나중에 초오유 원정에 합류했던 사람이다.
반백의 수염과 장발이 나이를 실제보다 많이 보이게 하지만 지구력은 대단하다. 삼천포에서
술에 취했을 때 둘러매고 숙소로 옮겨주던 생각이 난다.
옛날 일을 이야기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원액 막걸리를 여러 동문들께 돌리고 기념
사진도 몇 장 찍었다. 홍익대 미대 석사인 부인은 서울에서 딸 둘을 키우고 있는데 산장에
앉아서 큰 벌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월요일쯤 서울에 가서 체육대회 한다는
딸아이들을 보고 와야겠다고 하여 아이들 점심 값을 조금 건네주었다.
서울 거인 산악회 이구 대장도 만났고 41회 진곤 선배부인도 함께 오셨다고 하였다. 노인
봉 정상을 갔다가 내려오는 김환(45)대장님과 합류하여 진고개로 향하였다. 13시 11분 진고개
(표고960m)에 도착해 보니 만보계가 4만보 정도가 된다.(약20km) 서둘러 점심 먹고 부산도
착 8시 30분. 집에 오니 9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