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산 깃대봉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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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간(53)
2007.02.05 11:02
작년 1월 매화산 제일봉을 시작으로 망월산악회에서
산행한지도 만1년이 지나 제법 선배님,후배님 얼굴을
익혀 인사를 나눌 정도된 새내기 산악인이다. 산행을
하면 할수록 선배들의 산행 실력에 고개 숙여진다.
처음 산악회에 들기 전만해도 내 나름대로 산행엔
자신이 있었으며 선배님 산행 실력을 약간 무시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가을부터 산행한 방태산이나
호남정맥 1구간 산행과 금번 흑석산 산행으로 나 자신
이 교만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이드신 선배님
연세는 단지 숫자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금번 산행으로 알았다.
아침 일찍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4석이나 자리가
모자라 같이 산행하지 못한 분들께 유감을 표한다.
날씨가 입춘이라 그런지 포근하고 미풍이 불어
오늘 산행을 축복하는 것 같았다.
10여년 전만해도 해남까지 6,7시간 걸렸건만 강진
성전면까지 4시간만에 도착했다. 산이 별나게 생겼
다해서 별뫼산이라 불리는 전위봉을 향해 숨을
헉헉거리며 때론 자일을 타고 때론 바위나 나무를
잡고 올랐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다들 땀을 흘리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이곳은 유달리 노간주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있다. 척박한 바위 틈새로
뿌리를 내리며 꿋꿋이 자라는 모습들이 장하기도
하다.
별뫼산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선배님과
대화중,별뫼에 산이 이중으로 붙었다하니 깡통과
같은 이치라며 웃음으로 답한다.
우리는 가학산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가학산 정상 가는 길에서 식사를 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힘든 산행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우리 산악회의 식사 시간은 항상 짧아
아쉬움을 느낀다. 선배님들의 발걸음이 바빠질
쯤에 우리들의 짧은 식사 시간은 그렇게 끝난다.
가학산까지 가는 초입은 온통 신갈,떡갈나무 일색
이다. 굴참,졸참,신갈,떡갈의 차이점을 글로써 설명
하자면 길어 다음 기회에 논하기로하며 중간 지점에
가니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살아간다. 우리
인간들도 유유상종하며 산행 동호인으로 어우러
살아가니 저 나무들과 무엇이 다르랴!
가학산 정상 까지 정말 힘들게 올라가 조망을
하니 몸이 학을 타고 솟아 오르는 것 같았다.
정상이 학머리로 양쪽 날개를 펼쳐 멀리 보이는
월출산을 향해 비상하는 형국이다. 자연의 오묘함에
숙연해진다.가학산에서 흑석산까지는 정말 힘이
들었다 능선에 쌓인 잔설에 미끄러지며 자일을
타기가 여러번 나뭇가지 풀포기를 잡고 봉과 협곡을
번갈아 오르내리니 드디어 흑석산 깃대봉에 도착했
다. 누가 650미터 높이라 했던가? 아마 1650미터는
족히 되고도 남은 높이일 것이다.지리산 천왕봉도
흑석산 보다는 높지 않으리라. 바람재에서 하산하는
길은 정말 바람처럼 빠르게 내려왔다. 후미가 도착
하기까지 총 6시간 이상 소요된 힘들고도 의미있는
산행이다. 자일을 타며 눈에 미끄러워지며 군에서
유격훈련하는 것처럼 힘들었자만 추억에 남는
멋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