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닭장차 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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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53)(39)
2006.07.03 18:04
초보 산행인.
이제 겨우 3회차(473회~475회)를 산행한 그야말로 왕초보다. 그래서 아직은 한없이 어슬픈 자태로 준비물부터 장비, 심지어 도시락까지 내가 보아도 촌티가 물씬 풍긴다.
그래도 좋다. 내가 좋아서 택한 취미생활, 다소 엉성하면 어떠리. 마음가짐이 남보다 다소 독(?)한 면이 있기에 빠르게 선배님들의 노하우를 흉내 내리라
자신을 추스린다.
7월 2일.
몇 일 전부터 내 마음은 설레이고 있었다.
불과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표충사에서 그저 바라보며 만족해야했던 바로 그 사자봉 이란다.
중년의 새내기는 하나하나가 새롭다. 인원점검과 함께 지난번에도 그랫듯이 선두조에 몸을 세운다.
마음가짐을 똑바로 하자는 생각에서다. 출발부터 오르막이다. 초보의 숨소리가 거칠어 진다. 이맘때 쯤 김환 선배님의 등산지 산의 내력들과 등산의 요령 등을 자세히 가르켜 주신다.
초보에겐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 산행재미가 솔솔 솟아 오르고
" 니 어제 개고기 먹었재?"
" 뭐라카노, 미꾸라지 밖에 안 먹었다." 로 시작되는선두조에서만 맛볼 수 있는 35회 두 고수님들의 구수한 입담에 피로가 사라진다.
도무지 쉬는 짬을 주시지 않는 35회 선배님들의 노익장에 40대 회수 선배님들의 원망(?)이 깊어 질때 정상(사자봉)에 도달 하였다.
아! 얄미운 날씨여!
두터운 외투를 걸친 짙은 안개가 작년 가을 표충사에서 한번쯤 저 봉우리에서 내려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내 바램을 송두리째 잠 재운다.
진한 아쉬움이 부는 바람 따라 휑그러니 내 몸 속으로 들어 온다.
그래, 아쉬움은 한번 더 이 산을 오라는 사자봉 여신의 날 꼬더기는 유혹이라 여기고 하산을 한다.
너희가 닭장차 맛을 알아?!
35회 젊은 선배님들의 진두지휘 아래
전임 산악회장님 두 분을 포함하여 11명의 산행
특전사(?)들은 거침없는 하산을 한다.
비 온 후 미끄러운 바위에 넘어 지기도 하면서
마치 2차 대전시 롬멜의 대천차 군단 처럼 질풍과 노도같이 선발대의 임무에 충실한다.
근데....뭔가...
김환 선배님이 정상에서 보여준 산행지도에 따르면
하산 끝자락인 남명은 분명 오른쪽 아래였는데...
11명의 특전사들은 왼쪽 방향으로 전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왕초보인 나에게 느껴진다.
잠시 쉬는 짬을 주신(? 하도 안 쉬시기에) 35회 고수님께 방향의 심각성을 질문하니 걱정하지 말라 신다.
아무렴 그렇겠지.
또 미끄러지듯이 하산을 한다.
에구~~ 우째 이런 일이!
기우가 아니고 현실이었다.
최종 하산지점과 자동차로 무려 15분여 거리에
불시착한, 싸움에선 이기고 훈장은 빼앗긴 11명의 특전 패잔병(?)이 된 것이다.
어찌 수원수구하리!
덕분에 예정에 없던 조껍데기 수질검사를
위안으로 대신하며
본진과의 합류를 위해 꼬롬한 내음새가 살짝 나는
수질검사 소장님의 닭장차에 몸을 맡겨야만 했다.
까아맣게 묻어 둔 망각의 곳간에 있던
군대시절 닭장차 추억을 얘기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