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1차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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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신(74)
2005.04.15 20:46
황점 - 삿갓재대피소 - 무룡산 - 동엽령 - 백암봉 - 횡경재 - 송계사
하염없이 쌓인 눈으로 세상 더 없는 경치를 안겨준 덕유산을 다시 찾았다.
지난 산행의 갈림길이었던 삿갓재대피소로 다시 오르기 위해..
추위와 과음에 덜 깬 속을 민박집의 시락국에 잠시 잊고는 새벽 산행을 나섰다.
지난번 하산 길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대피소의 “차우차우”란 중국 토종견이 이번엔 우리가 오는 줄 알았는지 새벽부터 산 아래 민가에 와있다.
주변의 선배님들께서 아직 총각인 막내의 짝인지도 모르겠다고 우스개 소릴 하신다.
이 혹한의 날씨에 다 챙겨놓은 옷가지들과 장비도 팽겨쳐 두고 만취한 상태로 산행버스에 오른 게 두고두고 한이 되는 순간이 왔다.
덕유의 주능선을 정말 매서웠다. “등산학교서 뭘 배우고 왔냐?”는 질책이 이어질까 두려워 연신 아닌 척 하고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굽이굽이 산봉우리를 넘다보니 어느덧 백암봉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무주리조트가 저기 향적봉의 북사면에 숨어있단다.
산에 왔으면 ‘가장 높은 정상을 밟아야지’하는 욕심도 뒤로 한 채 송계사로 향해 다시 걷는다.
횡경재에서 송계사로 빠지는 지점..
오늘의 고생이 끝이 나는가 싶더니 이제 진짜 시작이다.
오늘따라 비탈길에선 네발아이젠이 왜 이리 힘을 못 쓰는지.
나무줄기를 부둥켜안고 내려오다 보니 한 쪽 아이젠은 어디론가 도망가고 없다.
추위에, 과음에, 장비에 시달린 고생이 끝나고 버스에 오르니 29회 최욱 고문님께서 두터운 스키장갑을 내게 주신단다.
내리막길에서 그나마 내게 위안이 됐던 요 녀석이 이젠 내 것이 됐다.
겨울 산행에서의 준비는 역시 장비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교훈을 얻은 산행이었다.
휴가 나와서 참석했던 백두대간의 첫 산행이 어느덧 덕유산을 지나고 내 군생활의 추억이 묻어있는 진부령으로 향한다.
언제고 백두산까지 이어질 우리 망월 산악인들의 발걸음을 생각하며 돌아오는 차 속에서 슬며시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