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보현산을 타면서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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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보현산을 타면서

2,616 임환무(39) 2009.02.17 12:48

2월 15일 봄맞이 556차 보현산 산행에 동참하기 위해 망월산악회보 94호의 보현산 산이야기를 읽으니 보현산을 둘러산 지명들이 온통 불교에서 유래된 명칭들이고 자모산이란 보현산 별칭으로 보아 봄맞이 산행에 안성 마춤이다. 일반 산사의 대웅전에는 상단 중앙에 부처님이 계시고 양쪽 협시보살중에 왼쪽에는 문수보살, 오른쪽에 코리끼를 타고 앉아 주로 깨달음과 중생구제를 향한 실천행의 의지를 갖는 보살이 보현보살이시다. 

10여년전 IMF직후 청춘을 투자했던 직장을 명예퇴직을 한후 공허감을 이기지 못해 방황할 때 아내의 권유로 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얻었고 망월산악회의 일원이 되어 산을 자주 오른것이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음은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 터에 오늘 보현산은 꼭 꼭 타고 싶은 산이다. 산을 타며 보현보살의 그 실천행을 배우기로 하자.

우리가 산행하는 날 몹씨 추워진다는 일기예보에 아이젠과 오버트라우져를 챙겨 넣은 완전 겨울 산행 배낭이되었다.
오전 8시가 가까워 집결지 명륜동에 모여 선후배 산꾼들의 다정한 인사와 구수한 농담들로 화기애애하여 산행전 기분을 상기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8시 10분 버스좌석을 채우고 6명이 보조석에 앉아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며 문흥만 회장이 인사를 통해 망월산악대원들이 암으로 투병중인 김원종(52회) 동문을 돕기위해 문자메시지를 통해 모금한 위문금이 400만원을 넘어 병문안 겸해 전달하겠다며 성원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니, 동고 동문들의 우애는 생명을 지키는 보람까지 느끼게 한다.

심한 불경기때문인지 주말이면 그렇게 붐비던 고속도로도 휴게소도 한가하여 명륜동을 출발한지 2시간 걸린 10시10분 산행 초입인 영천시의 정각리에 도착했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화창한 봄날이다. 멀리 육산으로 그 자태가 어머니 품같은 보현산이 길게 드러누워 있다. 대원들은 웃옷을 벗어 걸치고 삼층석탑이 있는 절골 삼거리에서 발대식을 갖는다. 참가대원이 51명이다. 왼쪽으로 오르면 보현산정상인데 오늘 망월은 우측 코스를 택해 웰빙숲길을 거쳐 천문대로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300m다. 화창한 봄같은 포근한 날씨라 땀이 줄줄 흐르며 급경사길을 오른다. 웰빌숲길은 참나무군락지로 조성되어있다. 지금 한참 간벌작업을 하느라 전기톱 소리가 황소 울음소리 같이 웜~ 웜 거린다. 덤성 덤성 베어 넘어진 십수년된 참나무들이 이리 저리 나딩굴어져 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문가들이 계획적으로 하는 간벌작업이라지만 10거루에 7개 정도를 베어 넘기니 너무 심하게 간벌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 된다. 2시간 정도 급경사를 올라 해발 1,100m 천문대가 가까워지니 중턱 주차장에서 천문대까지 폭2m 정도의 목재 보도 계단길이 조성되어있어 가족단위 천문대 방문을 쉽게 걸어 오르도록 되어있다. 정상이 가까워 지자 날이 흐리며 추위가 엄습한다. 벗어 걸치고 오던 겉옷을 다시 입고 산에 오른다.


보현산 천문대 전시관

보현산 천문대에는 현대식 건물로 잘지어진 천문 전시관이 있다. 관람하려니 12시 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 휴관이란다. 아쉽다. 어지간하면 점심시간 직원들이 교대를 하더라도 관람객을 위해 개방을 했으면 좋으련만 방문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천문대를 보니 생각난다.  내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는 날 기념품으로 막대형 망원경을 하나 구입해서 선물하였는데 몇날 며칠을 아파트 배란다에 설치해놓고 별을 찿아도 보이지 않는다며 도심의 대기오염을 원망하던 아들이 생각난다. 내 어릴때는 온천동 집 마당 가을 밤 하늘에서 솓아지는 은하수와 별똥별을 보며 한없는 우주에로의 꿈을 꾸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밤하늘을 처다 본지가 언제였던가. 언젠가 별을 찾던 어른이 된 아들과 천진난만한 손자놈들을 데리고 이곳 천문대의 밤하늘을 보러 한번 와야겠다.

날이 추워지니 허기가 진다,  천문대 건물주변과 전망대에 옹기 종기 둘러앉아 손이 시려워 연방 손을 비비며 점심을 먹었다. 움직여야 추위를 면하겠다. 100여m 올라가니 1,124.4m의 보현산 시루봉 정상이다. 기념 사진을 찍고 나니 12시 20분이다. 갑자기 깨스가 차면서 컴컴해진다. 서둘러 하산한다.


보현산 시루봉의 필자

정상에서 영천시와 청송군을 가르는 군경계선을 따라 높이 3m가량의 팬스가 설치되어 있다. 이 팬스를 타라 북쪽으로 하산하다. 삼거리를 만난다. 좌측 소나무에 범룡사라는 표지가 있다. 그 흔한 이정표가 없어 진로가 애매하다. 머뭇거리던 우리팀은 산행대장의 판단으로 팬스를 따라 북쪽 직진길을 택했다. 발목이 빠질정도의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급경사라 미끄럽다. 이 산상에 왠 팬스인가 했더니 청송군쪽은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군데 군데 있다. 산주가 한국 녹색회 보현산 영농조합법인이란다. 아마도 보현산 특산물인 산나물을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돈을 들여 수Km를 막아 놓은 것 같다. 산꾼들에게는 경관을 해치는 방해물이다.

한시간 정도 진행하고나서 길을 잘못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가는 코스는 보현산을 종주하는 보현지맥으로 법화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예정 코스로 하산하였으면 이미 하산하고도 남는 시간이지만 우리는 산세 좋은 보현산의 지맥을 감상하고 있다. 언제 또 이런 산을 타보겠냐며 오히려 다행이라 좋아하는 대원들도 있다. 허장선배님을 포함한 선두그룹은 보현지맥 종주 코스인 갈천재-원당지를 거쳐 법화지로 하산하고 중간팀에 끼인 나는 홍주환(43회) 대원이 선두가 되어 각골 내리막 급경사를 타고 법화지로 하산하여  하송리에 합류한 시간이 3시다.

버스가 기다리는 35번 국도까지는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잘 가꾸어진 사과나무 단지를 끼고 시골풍경을 즐겼다. 정상에서 범룡사 삼거리 좌측길을 택해 바로 하산한 윤희철(40회)대원을 포함한 6명은 2시간 전에 하산하여 용소리에서 본대를 기다리며 수질검사까지 했단다. 오늘 본의 아니게 5시간 10여km을 산행했어니 망월산악인의 체면을 살렸다. 그러나 산행초에 기대했던 산사에 들려 보현보살을 만나고 싶었는데 온통 불가의 명칭들인 보현산을 타면서 절에들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산행을 완료하고 버스를 타니 4시다, 온천장에서 목욕을 하기로 했다. 망월이 택한 봄맞이 보현산 산행을 기획한 집행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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