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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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단
2005.10.06 22:18
【중국 백두산】제455차 8월 11일/16일
‘제8차 해외산행’:산행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일정이다. 그나마 54명이 서파종주를 하기로 했으니 산행대의 모양새는 갖추었다. 이번 산행의 특징은 일행을 백두산 서파를 종주하는 팀(서파종주팀)과 지프차로 천문봉을 오르는 팀(북파팀)을 나눈 것이다.
<제1일> 8월 12일 06:00 명륜동 출발. 3대의 관광버스에 분승한 백두산 산행대는 5박6일간의 긴 여정에 들어갔다. 참가자는 33회 원로선배로부터 58회까지 동문 86명, 동문가족 50명 총 136명이다. 13:00 속초항 도착. 준비한 도시락을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다. 터미널 안은 비좁아 주차장 옆 공터에서 도시락을 펼쳤다. 15:00 동춘호 승선. 동춘호는 예상외로 규모는 컸으나 상당히 노후 된 여객선이다. 선실은 3등실이지만 전체를 망월산악회가 사용할 수 있어 나름대로 오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출발예정시간을 훨씬 넘긴 16:50 속초항 출발. 선상에서는 멀리 설악산의 영봉이 바라보인다. 날씨는 맑고 바다는 잠잠하여 선상에서 여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저녁식사 후 선실은 간밤의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준비한 안주로 동기끼리 모여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선상에서는 일몰광경을 보며 기념사진촬영이 한창이다. 배 멀미를 걱정해 귀밑에 약을 붙인 사람이 많았으나, 바다는 배의 움직임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잠잠하다.
<제2일> 8월 12일 10:40 러시아 자루비노항 도착. 자루비노는 블라디보스톡 남쪽에 있는 화물전용 항구다. 여객선이 닿는 항구라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러시아의 첫인상. 무뚝뚝함 그대로다. 한결같이 무슨 감정이라도 있는 얼굴이다. 400여명의 승객이 입국수속을 밟는데 1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일정이 순조로웠다. 대우 중고버스를 타고 광활한 평원을 거쳐 러시아 국경으로 이동, 검문소에 도착하였으나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산 너머 있는 세관까지 가는데 장장 3시간이 소요되었다. 일행들의 짜증이 시작된다.
17:00 중국국경을 넘어 훈춘세관 도착. 중국세관원들의 표정은 다소 밝다. 단체 입국수속을 마치고 가이드가 기다리는 버스에 오르니 중국에 온 실감이 난다. 35시간 만에 중국에 도착한 것이다. 18:20 점심 겸 저녁을 훈춘 시내 식당에서 해결하고, 일행은 둘로 나뉘어진다. 서파종주를 위한 54명은 백두산으로 향하고, 북파팀은 연길로 향했다.
<제3일> 8월 13일 연길의 날씨는 잔뜩 흐리다. 08:20 연길대우호텔 출발. 백두산으로 향하는 차장에 빗방울이 흩어진다. 서파 종주팀의 소식을 간간이 가이드를 통해 들으며 백두산으로 향한다. 서파종주팀은 전날 훈춘을 출발. 밤새 달려 새벽에 백두산 입구에 도착.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서파 등정길에 올랐다. 그러나 세찬 빗줄기와 가스로 등정을 포기하고 하산했다. 9시간 서파 종주를 위해 밤새 달려온 보람도 없이 숙소인 이도백하를 향했다. 14:50 북파팀은 백두산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도 천지에 오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프차를 타는 곳에 도착할 즈음 봉산(封山)되었다는 전갈이 왔다. 빗줄기는 계속 굵어지고 바람이 제법 분다. 집행부는 급히 일정을 변경하여 봉산되지 않은 장백폭포 쪽으로 오르기로 결정했다. 예정코스를 거꾸로 오르는 것이다. 안개와 바람 속을 2시간 올라 비로소 천지물가에 다다랐다. 짙은 안개로 지척을 분간하기도 어렵지만 천지 물에 손을 담그고 기념촬영하기에 여념이 없다.
오르는 길에는 안개에 가려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장백폭포가 잠시 모습을 보인다. 빗줄기와 안개 속을 글자그대로 천지모르고 올랐다가 하산길에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장백폭포, 백두산에 왔음을 실감한다. 19:00 하산 완료하여 장백폭포 입구의 온천에서 비에 젖은 몸을 씻고 20:00 인원을 점검하니 2명이 모자란다. 날씨는 벌써 어두워 졌고 폭우마저 쏟아진다. 매표소에 확인하니 등산길 안전요원도 모두 철수한 상태. 깜깜한 산중에서 인근 상점도 불을 끄고 철수를 준비 중인데 2명의 행방은 묘연하다. “구조대를 편성해서 다시 산을 오르자” “중국119에 신고하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산 아래 호텔, 음식점 등으로 수소문하기를 한시간여, 등산을 시작할 때 하차지점에 있는 호텔에서 2명이 우리를 찾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버스 대기지점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
이도백하의 식당에 이산가족이 모였다. 서파종주를 실패한 팀, 백두산 천지를 보지 못한 팀,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입국시의 일정차질과 매끄럽지 못한 가이드 등 집행부는 난감하기 이를 때 없다. 호텔인근 식당에서의 저녁식사, 민속공연과 함께 소까지 잡아 만찬을 준비했으나 분위기는 엉망이다. 저녁식사 후 호텔에서는 늦도록 집행부 회의가 열렸다. 서파팀은 내일 다시 천문봉을 오르고, 북파팀은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제4일> 8월 14일 밤새 천둥과 함께 비가 내렸다. 아침 일찍 서파팀이 출발할 때 까지도 빗줄기는 오락가락하여 서파팀의 일부는 등정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천지를 보겠다는 일념에 우의를 갖추고 오른 서파팀, 여행 3일을 이동하는 데에만 허비(?)하고, 이제야 오른 천문봉.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다. 안개 속에 가려있다 갑자기 나타난 천지의 장관,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사흘간의 고생과 불만을 한꺼번에 날려 보냈다. 전날 북파팀이 오르지 못한 코스를 서파팀이 완벽히 소화했다. 달문, 장백폭포를 거쳐 무사히 하산하여 밤늦게 마지막 숙소인 훈춘빈관에 도착했다.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한 북파팀은 백두산을 출발하여 다시 연길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다소 여유있는 일정을 보낸다. 오후에는 용정의 대성중학교와 윤동주시비를 둘러보고, 곰농장을 거쳐 도문의 중조국경으로 이동했다. 압록강에서 뗏목도 타고, 강가에서 대구포에 막걸리도 한잔씩 하는 여유로움 속에 마지막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숙소인 훈춘빈관은 규모는 크나 냉방이 되지 않는 방이 있는 등 시설은 다소 떨어진다. 밤늦게 도착하는 서파팀을 기다리는 동안 몇몇은 호텔 근처 맥주집에서 잔을 기울이며 여행 마지막 밤을 아쉬워했다.
<제5일> 8월 15일 올 때와 마찬가지의 돌아가는 길이다. 09:00호텔을 출발하여 훈춘시내의 슈퍼마켓에 들른 후 냉면으로 때 이른 점심을 대신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13:30 장영자세관 중국국경을 벗어났다. 올 때와는 달리 러시아에서의 출국절차도 비교적 빨라졌다. 귀국길 선실에서는 캔맥주 파티가 벌어졌다. 천지를 본 감격과 보지 못한 아쉬움이 교차하고, 5박6일 긴 일정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136명 망월산악인들의 무사한 여행을 자축했다. 동기들끼리 둘러앉아 밤을 새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다. 여행 마지막 밤 선상에서는 밤늦도록 서파, 북파 이산가족이 모이고, 선후배가 모여 긴 여행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제6일> 8월 16일 동춘호에서 아침을 먹은 후 하선 준비에 분주하다. 선상에서는 대학생들의 즉석 댄싱공연이 열려 여행객들을 즐겁게 한다. 10:00 속초항 도착. 동해안 국도를 따라 부산으로 향한다. 18:40 포항 강구의 영광회센타에 들러 여행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 5박 6일간의 여정은 우리 맛 우리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해외산행인지, 관광인지 애매한 여행이었지만 136명이 무사하게 여행을 마친 것은 망월산악회의 저력이 아닐까. 22:00 명륜동 도착. 아쉬움 속에 ‘제8차 망월산악회 해외산행’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