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삼조-통영 미륵산 산행기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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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삼조-통영 미륵산 산행기

2,275 김종간(53) 2007.03.19 17:39
삼월 셋째주 일요일 아침은 처녀 가슴에 봄바람이 날만큼 날씨가 맑고 포근하다. 신임 회장 취임 축하 산행이라 117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벌들이 통영 미륵산에 모였다. 통영, 아련한 추억이 담긴 예향의 도시, 세계적인 음악의 거장 윤이상 선생, 우리나라 축구의 역사에 일획을 그은 김호 선배님, 의리 있고 통 큰 뱃사나이의 후예들이 모여사는 곳... 통영은 내게 있어 각별한 고장이다. 경남 지역 근무 시절 나의 담당지역이며 다찌집에서 통술을 즐겨 마시며 주류판매 회사 사장들과 교분을 쌓은 곳이라 금번 산행을 앞두고 괜시리 맘이 설레었다. 미륵산 용화사에서 십수번 산행을 한 터라 이곳의 지리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교만한 예상은 항상 빗나가게 되어 있다. 산양읍 사무소에서 출발하여 현금산 여우치는 생소한 곳이라 흥미로운 산행이 되었다. 출발 장소가 야솟골인데 동네의 유래가 안내판에 상세히 적혀있다. 이 지역은 중생대 백악기말에 화산 폭발로인해 형성되었는데 조선시대에 병기를 만드는 대장간이 있어 야소곡(冶所谷)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웃담 아랫담 사람들이 사이좋게 모여 살며 인재가 많이 배출된 곳이란다. 그 인재가 누군지 모르지만.... 벌들은 무리지어 사는 습성이 있어 이렇게 많은 동문들이 참석할수 밖에 없다고 말한 이가 있었다. 117명의 벌떼들의 발대식을 마치고 씩씩하게 나아갔다. 산의 초입부터 봄 향기가 물씬난다. 길가엔 쑥이랑 선괭이눈이랑 제비꽃 들이 제각기 자태를 뽐낸다. 밭 이랑을 지나 무덤가에 하얀 꽃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세히 보니 바람꽃이다. 바람꽃! 꽃샘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꿋꿋이 피어나 강인한 생명력으로 민초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우리나라 야생화... 그 모습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바람꽃도 종류가 많다. 변산 바람꽃, 꿩의 바람꽃, 너도 바람꽃... 이녀석을 유심히 보니 너도 바람꽃이다. 한 자락 바람이 후각을 자극한다. 시골 통시에서 나는 냄새... 분명 생강나무 꽃향기임이 틀림없다. 몇 발자국 걸어 오르니 역시 생강나무의 샛노란 꽃들이 향연을 벌이고 있다. 참꽃의 백댄스를 무대 삼아... 참꽃을 따서 먹던 어린 시절에 잠겨 본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참꽃의 시큼하고 알싸한 내음이 아직도 입가에 베어 있다. 이곳 산은 지반이 암석으로 되어 있어선지 소나무가 깊게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소나무를 타고 있는 휘한한 기생 식물이 있어 찬식이가 겨우살이 아니냐고 묻는다. 분명 겨우살이는 아니고 포자가 잎의 뒷면에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양치식물 종류일 가능성이 높다.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 녀석의 이름은 고사리목 고란초과의 산일엽초다. 산행은 여러모로 산 지식을 주어 참 좋은 운동이다. 일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장사진을 치며 봉우리를 향해 오른다. 탁 트인 능선에 도달하여 조망을 하니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반긴다. 다도해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국의 나폴리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항과 크고 작은 섬들이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빛난다. 11시 30분 경에 산행시작하여 능선까지 30여분 소요되어 모두들 시장기가 도는 모양이다. 동기들과 후배가 자리를 펴 도시락을 내어놓고 식사하자고 조른다. 좀더 가면 크고 넓적한 자리가 있으니 배낭 다시 싸라고 하니 입들이 튀어나온다. 다시 낮은 능선을 두 세개 넘어 두번째 송신탑 아래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 엊 저녁 진해 처제 집에서 동서계를 하는 바람에 새벽에 남의 집에서 도시락 준비는 엄두도 못내고 찬식이에게 전화를 해서 내 도시락을 부탁한 바 있다. 이쯤되면 마누라보다 친구가 더 낫다. 찬식이 부인은 가지나물 전공이다. 가지나물이 재활용품(?)은 아니겠지 하는 말에 일행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강보의 칼치 회무침등 맛있는 반찬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맛있는 식사와 후배 동기 간의 즐거운 한담으로 산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소주 한 잔이 가미된 여유로운 식사를 마치고 여우치를 향해 나아갔다. 여우치에서 좌측으로 빠지면 용화사가 나온다. 연로하신 선배 몇 분은 힘드셨는지 용화사로 하산하고 일행은 이제 미륵산 정상을 향해 열심히 오른다.헉헉거리며 땀을 흘리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선배 부인 한 분이 무척 힘들어 하니 그 선배께서 왈 "30년 데리고 살았으니 유통 기간이 만료되어서 바꿔야겠다" 고 하니 일행은 박장대소를 한다. 선배님, 간이 참으로 크십니다. 미륵산 정상에는 항상 태극기가 휘날린다. 오늘도 여전히 힘차게 휘날리고 있어 통영 시민의 나라 사랑하는 맘을 읽을 수 있었다. 멀리 욕지도가 보이고 왼 쪽으로 굽어 보니 연화도가 신비롭게 엷은 해무에 잠겨있다. 한산도, 댓섬, 이름 모를 섬들이 평화롭게 통영을 감싸고 있다. 산양면의 경관이 한 눈에 드러난다. 언덕배기에 놓인 집들이 이국의 풍광처럼 느껴진다. 미륵산 정상에서 하산길을 잘못 접어 들었다.나의 교만이 실수를 낳게 했다. 미래고개를 가야하는데 미래사가 하산 종착지인줄 잘못 알고 가다가 태계가 지도를 펼쳐 보이며 미래사 방향이 아니라고 한다. 몇몇 분이 잘못된 인도자를 따라가다 낭패를 볼 뻔 했다. 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가서 일행과 합류하여 띠밭등을 향해 계속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얼레지 밭이다. 꽃대가 나온 녀석 아직 나오지 않은 녀석 꽃치마를 활짝 벌리고 교태를 부리는 녀석도 있다. 이렇게 많은 얼레지 무리가 많은 산은 미륵산 밖에 없을 것이다. 미륵산은 야생화의 보고(寶庫)다. 현호색,양지꽃, 산괴불주머니,노루귀,바람꽃 등등... 띠밭등은 어린이들이 소풍오면 점심 먹는 장소다. 잔디밭이 넓게 펼져진 곳이다. 띠밭등을 지나면서 평소 자주 보았지만 그 이름을 몰랐던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드디어 찬식이가 팻말에 적혀있는 나무 이름을 발견하고는 내게 알려준다. 바로 "사스레피나무"다. 차나무과에 속하며 진한 향기를 뿜으며 암수 딴그루다. 몰랐던 것을 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시간을 아끼며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주자의 권학시가 이 봄날에 떠오른다. "小 年 易 老 學 難 成 一 寸 光 陰 不 可 輕 未 覺 池 塘 春 草 夢 階 前 梧 葉 已 秋 聲 " " 연못가 봄 풀이 아직 꿈에서 깨지 않았는데 섬돌 앞의 오동나무 잎에서는 가을 소리가 나는구나! " 게으르고 하잘 것 없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나에게는는 새겨 들어야 할 귀절이다. 띠밭등을 넘어서는 한가로운 오솔길이다. 3시간 반의 산행을 위해 산행대장님의 현명한 선택으로 미륵산의 정취를 흠뻑 느낀다. 군부대 도착까지는 동백꽃이 도열된 길을 거닐며 산행의 대미를 장식할 줄을 아무도 몰랐으리라. 그렇다. 산행대장님의 마지막 배려는 동백꽃 길을 한가로이 거닐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 아름다운 다도해를 보면서... 저 너머 산양면 달아공원-그 석양빛이 무척 아름다운 곳, 동백은 또 얼마나 붉은지... 감동적인 꽃길을 걸으며 동백향에 흠씬 젖어 본다. 일석삼조의 산행, 첫째가 꽃 향기에 흠뻑 취한 후각의 즐거움이요 둘째가 아름다운 통영과 산양면의 풍광과 그림같은 다도해를 조망하는 시각의 기쁨이며 셋째가 도다리 쑥국으로 미각의 행복이다. 신임 회장님의 축하 산행으로 동기와 선후배님과의 친교가 더 깊어진 것 같다. 동래역 해산 길에 선후배님과의 소주 한 잔이 이어졌으며 망월산악회의 발전적인 의견 발표로 더욱 더 망월인의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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