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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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2,169 김종간(53) 2007.03.05 15:29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은 청량사의 안심당 찻집의 현판 이름이다.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청량산 청량사를 망월산악회에서 다녀왔다. 출발 아침 일기가 좋지 않다는 뉴스를 접하였지만 비오는 날 산행은 또 다른 묘미가 있어 즐거운 맘으로 산행에 임했다. 안동을 지나 청량산 입석에 도착하니 흐린 가운데 비는 오지 않아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일기였다. 산행로가 여러 곳 통제되어 있어 당초 계획과 조금 축소되었다. 입석-응진전-자소봉-탁필봉-뒷실고개-청량사-선학정 코스로 결정하고 산행대장을 절대 앞서지 못한다는 엄명(?)을 받고 응진전을 향해 올라갔다.가는 길에는 생강나무의 노란 꽃봉오리가 터질듯 부풀어 있다. 응진전은 우리 불교계의 거성 원효대사가 머물렀다는 암자다. 응진전 위에는 큰 바위가 있어 한 사람이 밀어도 열 사람이 밀어도 똑 같이 흔들린다는 흔들 바위가 있다. 응진전에서 앞을 바라보니 사방이 탁 트여 있고 멀리 운무에 쌓인 높은 봉우리들이 연이어 펼쳐져 있다. 위를 바라보니 웅장한 암벽이 쏟아질 자세로 그 위용을 과시한다. 선배 한 분이 암벽의 모양을 보니 편마암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네이버 검색창에서 찾아보니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는 것을 보아 퇴적암 종류 중 역암일 가능성이 크다. 응진전을 지나 어풍대에 이르니 청량사 전경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연화봉의 연꽃 수술 자리에 놓인 청량사...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오랜 세월 동안 피폐해 있다가 약 20년 전 지금의 주지인 지현 스님이 생활 속의 포교 활동을 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의 위용을 갖추었다 한다. 어풍대(御風臺)를 지나니 최치원이 그 물을 마시고 머리가 맑아졌다는 "총명수"가 보인다. 지금은 너무총명한 사람이 많은지 바닥의 물은 말라 있었다. 계속 앞을 나아가니 신라 명필 김생이 10년간 글과 시를 연습한 김생굴이 보인다. 김생굴을 지나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고 멀리 비구름이 다가오며 바람이 거세어진다. 자소봉(紫宵峰)에 이르니 몇 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운무가 가득하며 빗방울이 간간이 뿌려진다. 자소봉에서의 조망에 실망하며 책자에 실린 퇴계 선생의 싯구만 머리에 맴돈다.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이 나와 백구 백구야 날 속이랴마는 못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물 따라 가지마라 어부가 알까 하노라" (의역) 청량산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시로서 만년에 퇴계 이황 선생이 이 곳 청량산에 머물렀다 한다. 자소봉을 내려와 탁필봉(卓筆峰)에 이르렀어도 시계는 여전히 흐리다. 연적봉을 넘어 뒷실고개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연화봉 앞을 지나 청량사에 도착하니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허기가 돈다. 대웅전이 있나 찾아보니 대웅전은 보이지 않고 유리보전이 눈 앞에 턱하니 나타난다. 유리보전은 만병을 통치하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대전인데 이 곳 여래약사불은 종이를 다져 만든 부처님이라 한다. 청량사를 가면 찻집이 있으니 꼭 들러 보라는 동기의 말이 생각나 내자와 함께 안심당 찻집을 찾았다. 현판에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이란 글귀가 가슴에 와닿아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음악의 선율이 맘에 와 닿는다. 불교 음악 같기도 하고 명상 음악 같기도 하여 주인께 혹시 김영동님이 작곡한 음악이 아니냐고 물으니 음반 하나를 내어 놓는다. 음반의 제목은 동다송이며 우리나라 차 문화의 달인 초의선사가 지은 시에 황원 스님이 작곡한 새로운 풍의 음악이다. 동다송이란 우리나라 차를 노래한 시다. 이곳 청량사에선 매년 산사음악회가 열리는데 불자들의 각광을 받으며 불교음악이 대중교화에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찻집에서 따끈한 대추차를 마시며 짧지만 행복한 여유를 즐겼다. 청량사를 내려와 후배와 동기들을 찾아 식사를 즐기고나니 비는 어느새 그쳐 있고 연화봉을 우러러 보니 봉우리 암벽에 힘차게 서 있는 소나무의 기상이 맘을 경건케 한다. 약 2 시간의 짧은 산행으로 다소 아쉽고 흐린 날씨로 인해 청량산의 기묘한 봉우리를 다 보지 못하여 다음에 다시 오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도산온천에서 망월산악회 들어온 이래 제일 긴 목욕을하고 무사히 귀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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