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문산악회 탐방] 망월산악회(부산 동래고 동문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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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문산악회 탐방] 망월산악회(부산 동래고 동문산악회)

3,393 문흥만(47) 2008.12.31 10:45
망월 산악회를 소개한 월간 산지의 내용이 인터넸 월간산(san.chosun.com을 치면 내용 뜸)에 실려있습니다. 이미 내용을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분을 위해 소개합니다.
[고교 동문산악회 탐방] 망월산악회(부산 동래고 동문산악회)
문영조·김영배·김동진 동문 등이 나서 90년 창립
98년 개교 100주년 앞두고 국토 대장정 시리즈 나서
백두대간·낙동·낙남정맥 종주…한 달 3회 공식 산행

올해로 개교 110년의 역사를 맞은 부산 동래고가 이번 호 고교동문 산악회 탐방 대상이다. 동래고는 부산에서 1895년에 개교한 개성고(구 부산상고)와 동래여고에 이어 세 번째로 역사가 오래된 학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문계 남자고교로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청마 유치환, 요산 김정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3만여 명이 넘는 졸업 동문들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각계각층에서 학교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수많은 동문들을 한데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조직이 바로 망월산악회다. 졸업식 때 망월산악회장상을 따로 수여할 정도로 동창회에서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영향력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망월산악회가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태동하게 됐는지 역사를 되돌려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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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히말라야 트레킹 중 쿰부 지역에서 동문들이 고소적응 훈련하다 잠시 포즈를 취했다.

동래고는 망월이고, 망월이 곧 동래고다. 동래고 동문 산악회도 망월산악회다. 망월이란 이름은 학교 뒤 조그만 동산인 망월대에서 유래했다. 동래고는 개교 이래 아직 한번도 옮기지 않고 망월대 아래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래고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학교의 등산역사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보자. 동래고의 등산활동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대 일본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토제국대학 문학부에서 수학한 외솔 최현배 선생이 1926년 연희전문학교 교수로 가기 전 교편을 잡았던 동래고에서 학생들을 이끌고 금정산, 장산, 영취산 등으로 등산을 다녀온 것으로 시작된다.


최현배 선생이 특히 등산을 좋아했던 기록은 이후 여러 문건에서 나온다. 동래고에서 등산에 관해 남아 있는 공식기록은 없으나, 당시 가르침을 받았던 여러 제자들은 함께 등산 다닌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동래고보 1회 졸업생인 고 추월령(전 경남고 교장) 선생과 4회 졸업생인 고 김하득(전 부산교대 학장) 선생 등은 “최현배 선생 등과 함께 산에 다니며 일제의 압박에 대한 울분도 삭이며 국토에 대한 사랑을 키워 나갔다”고 동래고 100년 연감에 기록돼 있다. 일제시대 때의 등산은 본격 산악활동이라기보다는 압박에 대한 현실도피적 성격과 조국에 대한 향수가 어우러져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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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년 7월 국토대장정 첫 시리즈인 낙동정맥 종주를 끝내고 동문들이 모여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 98년 1월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남정맥 발대식을 치르고 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동래고 등산부는 공식적으로 창립된다. 47년 창립 기념 산행으로 지리산 종주를 감행한다.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산행이었다. 대장은 5학년 이종호(25회) 선생을 비롯, 김동주(25회) 한의사, 이백기(27회·미국 거주) 의사 등과 산악부 지도교사 김정수 선생을 포함해 총 16명이었다. 일제시대 땐 간혹 지리산 등반에 대한 기록이 있었으나, 해방 직후 대규모의 공식 지리산 등반은 전국 통틀어 상당히 드문 것으로 평가받는다. 동래고는 스스로 고교 산악운동의 효시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후 한국전쟁 전후 혼란기를 거쳐 60년대까지 동래고는 활발한 산악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교내 산악활동은 거기까지였다. 70년대 들어 등산부는 해체되고 등산이라는 이름조차 기억에서 사라질 지경이 됐다. 그 이름을 다시 되살린 주축이 산악부 출신 72년도 졸업생들이었다. 이들은 동창회와는 별도로 망월산악회라는 이름으로 알피니즘을 지향하며 전문등반훈련을 실시했다. 일반 졸업생들이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다른 동문들도 개별적으로, 기수별로 등산모임을 가지고는 있었다.


급기야 개별적인 등산활동을 하고 있던 조직을 한데 모으기 위한 작업이 1988년 동창회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2월 열린 이사회에서 ‘동문들의 단합과 체력향상을 위한 망월가족 등산대회’를 1년에 두 번씩 열기로 결의하고, 그해 4월17일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는 전 동문이 참가하는 망월산악회의 탄생을 알리는 전주곡과 같은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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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3년 5월 금정산 나비봉 암벽훈련. / 2 95년 8월16일 총 245명의 동문이 참여한 일본 북알프스 종주 중 오쿠호다카다케 정상에서 망월산악회 깃발을 보이고 있다. / 3 2004년 백두대간 종주를 끝내고 진부령 비석 앞에서 기념 촬영했다.

동창회 주관으로 90년 4월4회 대회를 마친 뒤 이 대회를 망월산악회를 창립해서 치르자는 의견에 대부분의 회원들이 동의했다. 당시 동창회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던 고 문영조, 배준호(이상 27회·51년 졸업), 최욱(29회), 김영배(30회), 고 김동진, 이창희(이상 33회), 이인호(34회), 박연택(35회) 회원 등이 주축으로 나서 산파역을 맡았다. 초대회장은 문영조, 총무엔 산행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사진 미술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김동진 동문을 추대하고, 90년 5월18일 마침내 창립 이사회를 가졌다.



창립 19년째인 올 11월까지 549차 산행


망월산악회의 창립으로 망월가족 등산대회는 5회 대회부터 망월산악회가 주최해서 치렀고, 해마다 참여인원도 크게 늘었다. 현재까지 매년 1,000여 명 내외가 참여하는 망월가족 등산대회는 동문 차원의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회로 자리 잡았다. 각 지역에서도 망월산악회 창립이 잇따랐다. 대구, 마산에 이서 재경망월산악회가 창립돼 정기산행에 동행하기도 했다.


망월산악회는 매월 첫째, 셋째 주말을 정기산행으로 정했다. 둘째 주는 기수별 산행모임을 가지고, 넷째 주는 테마산행을 하기로 했다. 한 달에 두 번의 정기산행으로 창립 18년을 넘긴 지난 11월23일에 벌써 549차의 산행을 기록하고 있다.


문영조 초대회장이 정기산행과 테마산행 등으로 산악회 터전을 잡았다면 두 번째 회장을 맡은 김영배 동문은 회보 발간과 산악회 기금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기틀을 닦은 장본인이다. 김영배 회장은 창립 5차 연도인 94년에 동래고 개교 100주년(98년)을 앞두고 국토 대장정 기획을 산악회보에 기고한다. 이사회에서는 이를 그대로 확정하고 곧바로 장정에 들어갔다.


[고교 동문산악회 탐방] 망월산악회(부산 동래고 동문산악회)
문영조·김영배·김동진 동문 등이 나서 90년 창립
98년 개교 100주년 앞두고 국토 대장정 시리즈 나서
백두대간·낙동·낙남정맥 종주…한 달 3회 공식 산행

우선 부산의 젖줄인 낙동강을 기점으로 낙동정맥과 낙남정맥을 먼저 종주하고, 이어 백두대간을 종주하기로 했다. 총 연장거리만 1,200km에 달했다. 5대 회장을 지낸 이인호 동문은 당시 사전 답사를 통해 정확한 운행계획서를 작성했다. 차가 올라갈 수 있는 지점은 고딕으로, 봉우리, 구간별 거리와 예상 소요시간 등을 꼼꼼히 표기해 산행에 나선 동문들의 안내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드디어 94년 7월24일 동아대 승학캠퍼스 정문에서 국토대장정 첫 시리즈인 낙동정맥 종주 발대식을 성대히 가졌다. 이곳에서 출발한 망월산악회의 벌떼들은 낙동정맥 구간 구간을 샅샅이 훑어 97년 5월25일 강원도 매봉산 명당자리인 피재(삼수령)에서 산신제를 올리고 마감했다. 3년여에 걸쳐 총 32개 구간으로 실시했다. 한 구간에 수십 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뤄 연인원만 638명에 달했다. 김희복(40회) 동문이 유일하게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건재를 과시했다. 벌은 동래고 휘장이며 상징이다. 이 벌들이 낙동정맥의 풀뿌리까지 침을 놓고 지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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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년 1월 조국통일 기념 서울 원정 산행. / 백두산 천지 앞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두 번째 시리즈인 낙남정맥 종주는 개교 100주년인 98년 새해 벽두부터 바로 들어갔다. 그해 1월18일 지리산 영신봉에서 산신제를 시작으로 출발하여 99년 12월26일 김해 신어산에서 성대한 잔치를 열어 종주를 자축했다. 영신봉에서 출발하던 첫날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 때문에 예상 코스인 묵계재까지 가지 못하고 청학동 도인촌으로 부랴부랴 탈출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유일(40회), 손봉상(43회) 동문이 2년여에 걸쳐 24개 구간 총 221km를 한번도 빠지지 않은 열성을 과시했다. 연인원은 453명이 참석했다.


대망의 백두대간 종주는 2001년 6월24일 청계리 어촌 마을에서 산신제를 지내며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펀초를 입고 일제히 한반도 등줄기에 벌떼들의 자취를 남기며 출발했다. 일부 구간은 산불방지기간 중이라 입산통제했지만 몰래 우회해서 산행하기도 했다.


2004년 8월21일 강원도 진부령에 도착, 3년 2개월에 걸친 대망의 종주식을 가졌다. 이 날도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폭우를 맞아야 했다. 백두대간 종주는 비로 시작해서 비로 끝낸 산행이기도 했다. 총 711km를 49개 구간으로 나눠 27개 구간은 무박산행을 감행했다. 평균 참가자가 36명이었고, 연인원은 무려 1,808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뤘다.



동문 모이면 어김없이 “산칼라! 만칼라!”


백두대간을 종주함으로써 10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간과 정맥 종주 도중 가는 곳마다 동문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아 전국에 있는 동문을 한 곳으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도 톡톡히 했다. 단합과 우애의 장이 된 것이다. 테마산행과 별도로 한 달에 두 번 가는 정기산행으로 전국의 명산은 동문들의 숨결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고, 나아가 일본, 중국 등 해외 산행에서도 우의를 맺는 계기가 됐다.


10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테마산행팀은 약간의 휴식기간을 가진 뒤 2006년부터 다시 호남정맥 종주에 도전하고 있다. 올 11월까지 22개 구간을 끝냈다. 해외 산행은 90년 일본 북알프스 등반을 시작으로 매년 한 차례씩 실시하고 있다. 참석 인원도 100명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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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년 1월 한라산 적설기 동계 훈련. / 80년 2월 간월폭포 빙벽훈련.

6대 양철모 회장 시절인 지난 2000년 일본 석추산에 갔을 때, 마침 광복 55주년 8월15일이었다. 원정단 181명은 산행 후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모비에 헌화하고 묵념에 이어 최욱(29회) 동문 주도하에 간단한 추모식을 가져 가슴 뭉클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이들은 올해까지 벌써 11차 해외산행을 마쳤다.


이들 산행엔 몇 가지 철칙이 있다. 차 안이든지 산행 중이든지 지위고하 누구를 막론하고 무조건 금연이다. 차안에선 노래금지다. 배낭엔 쓰레기봉투 지참이 필수다. 산을 이용하는 것만큼 아끼고 배려하겠다는 차원이다.


후배들을 위한 사업과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97년부터 시작된 3학년들의 수능 후 금정산 종주는 망월산악회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 학부모, 교사, 학생들 모두 반응이 좋아 매년 1, 2학년생들의 지리산 1박2일 등산으로까지 발전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지리산을 등산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벌떼’를 방불케 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정신 수양과 극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정례화해서 완전 정착했다. 졸업식 때 망월산악회장상을 따로 수여할 정도로 망월산악회가 평가받고 있는 이유다.


2대 김영배 회장이 취임 즉시 발간한 회보는 동문 소식뿐 아니라 산행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는 장으로 거듭났다. 93년 5월 4페이지로 처음 선보인 회보는 지난 9월 16페이지로 제92호를 발간했다. 산악회 기금은 벌써 6천만 원을 넘었다. 전부 동문과 후배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망월산악회 회원들이 모이는 장소 어디든지 어김없이 나오는 구령이 있다. 망월산악회 창립 산파역을 했고, 사진과 그림, 등산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고 김동진 동문이 산에 가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산칼라, 만칼라”라고 한데서 지금까지 한자리에 모이면 그대로 울려퍼지고 있다.


망월산악회를 빛낸 인물도 많다. 6대 회장을 지낸 양철모 동문은 올해 부산시 문화상을 수상했고, 지난 2005년엔 초대 부산 산악인 금정대상에 최욱 동문이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10년 이상 총무와 산행대장을 지냈고, 현 망월산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환(45회) 동문은 “벌은 조직을 위해서 몸을 바칠 정도로 헌신적이며, 벌떼같이 달려들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단결력과 협동심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다른 동호회에서 맛볼 수 없는 단합과 화합을 도모하고,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망월산악회로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글 박정원 차장대우 jungwon@chosun.com
&nbsp 사진 망월산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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