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4호선동래고앞역에서 만나자. 이상한 일이다. 칠산동 동래고등학교 앞 큰도로에 4호선 지하철 역이 생긴다는데 그 이름을 '낙민역'이라고 붙일 예정이라고 한다. 역이름에 대학 이름이 많이 들어가는데 113년째 그 자리를 지켜온 '동래고'는 역이름에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단 말인가? 이 지역 사람들이 길을 물으면 반드시 동래고등학교를 기점으로 이야기를 하며 그래야 서로 쉽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대학 이름이 역이름으로 자주 쓰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동래고를 졸업한 사람들의 욕심이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낙민동이나 칠산동은 잘 모른다. 그러나 동래고등학교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동래고의 역사는 곧 동래의 역사요 부산의 역사이며 나아가 전 조선인들의 역사가 아니던가? 부산에서 동래고등학교는 동래고를 졸업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민족이 어렵던 시절 유일한 조선인 인문계 고등학교로서 부산과 조선인을 대변하여 민족의 아픔을 독립운동으로 승화시켰던 수많은 역사를 담고 있는 땅이다. 아직도 그 자리에서 나라를 위한 수많은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 학교이다. 부산에 동래고등학교가 있음은 부산 사람들의 큰 자존심의 하나이다. 내가 졸업하지 않은 학교이니까 내고장의 민족학교를 그냥 무관심한 생각으로 지나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란 자존심의 큰 바탕이다. 구석 구석 남아있는 일제 강점시기의 동래고 역사란 바로 우리 독립운동사의 큰 줄기의 하나를 이루고 있다. 이번 기회에 '동래고 앞 역,을 만들어서 동래읍성, 향교, 동헌, 동장대, 충렬사와 함께 부산의 역사 벨트의 한 축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