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교수님의 새해 소원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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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교수님의 새해 소원시 ◈

2,960 최봉모(44) 2008.01.01 23:09
이어령님의 새해 소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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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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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시(所願詩) ▒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flower-14.gif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flower-14.gif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flower-14.gif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자들의 키가 한 치만 더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단애(千斷崖)의 나락입니다. flower-14.gif 비상(非常)은 비상(飛翔)이기도 합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flower-14.gif 주눅 들린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 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 주소서. flower-14.gif 날게 하소서.. 뒤처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입지못한 사람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 flower-14.gif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flower-14.gif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어느 소설의 마지막 대목처럼 지금 우리가 외치는 이 소원을 들어 주소서.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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