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서북공룡종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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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화(48)
2005.06.10 03:38
<설악산 종주 산행일지>
2005년 6월 4일(토) 밤 10시 명륜 전철역 동편에서 대양고속버스 2대로 출발한 망월산악회 69명(48회7명)의 설악산종주 산행대는 5일 새벽 4시경 장수대 매표소에 도착했다.
4시 35분에 48회 5명(박선화 부부, 이상수, 한기원 부부)을 포함한 27명은 대승령-귀때기 청봉- 끝청-소청-중청산장-희운각으로 산행을 했다. 한기원 부부는 박선화 이름으로 예약된 중청 산장에서 5일 밤 숙박을 하고 6일(월)에는 희운각 천불동을 거쳐 설악동으로 산행하여 13시쯤에 주차장에 도착하여 합류하였다. 김지현, 윤영태 두 사람은 한계령에서 중청, 소청을 지나 희운각에 먼저 가서 저녁 식사 준비 및 간식을 준비하였다. 일부(17명) 동문팀은 백담사로 가서 봉정암에서 숙박 및 비박을 했다.
* * *
서울 동기들이 땅속에 숨겨두었다는 귀때기 청봉의 보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머릿불(헤드렌턴)을 켠 채 어둠을 헤치며 꿈을 안고 올랐다. 말라버린 대승폭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6시 30분쯤 대승령에 도착하여 이른 아침을 먹고 오르내리기를 거듭한다. 초반에 속도를 너무 낮추다 보니 지루한 감이 있고, 여러 차례 만나는 너덜지대는 더위 먹기 좋을 만큼 열을 내놓게 되니 물이 부족하여 고생이 말이 아니다.
귀때기 청봉에 와서 지난주 서울친구들이 묻어둔 보물을 찾아보았으나 흔적이 없다.
이상수 동기와 함께 천기누설의 사진을 대조해 보니 모든 상황이 일치하였으나 나무 밑에 있어야할 돌더미가 없다. 여기 저기 땅을 파보았으나 나무뿌리만 나온다. -아! 아뿔사! 이미 인터넷을 따라 천기가 누설되고 말았으니..., 지금쯤 점봉산에 있을 김성수 동기에게 전화했으나 통화가 안 된다. 퀵 보이스로 “보물찾기 실패” 음성녹음을 남기고, 현장사진을 찍고 길을 재촉한다. 해가 중천에 오르니 산행은 더욱 힘들어진다. 너덜지대는 태양의 열을 그대로 반사해대니 사막과 다름이 없다. 한계령 갈림길에 이르러 집사람과 중식을 먹는다.
더위에 지쳐 허기가지니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예상외의 고전이다. 억지로 밥을 먹고 휴식후 계속 산행하였다. 중청도착이 16시 30분쯤 되니 꼬박 12시간을 걸었다. 중청에 15시 10분에 도착했다는 47회 선배와 같이 희운각 쪽으로 향하였다.
소청 대피소 주능선에서 난데없는 휴대폰소리, 51회 전삼영 후배다. ‘소청 대피소에 와서 다른 일행들과 숙박을 하고 있는데 웬만하면 술 한 잔 하시지요?’ 한다. ‘고맙다’는 인사로 때우고 내일 공룡능선에서 만나기로 한 후에 내리막길을 재촉하였다. 중청에서 희운각 사이는 보통 힘든 길이 아니다. 새벽부터 지친 몸이 발걸음 떼어놓기가 어렵다.
집사람이 발목을 접질러 고마운 등산객이 멘소래담 로션을 주어 마사지를 한 후 내려왔다.
저녁밥 준비를 끝낸 김지현, 윤영태 동기가 반가이 맞이한다. 이상수 동기까지 와서 함께 저녁 식사를 마쳤는데 한기원 동기 부부가 아직 오지 않았다. 텐트 칠 준비를 하여 바닥을 고른 후에 헤드렌턴, 후레쉬를 몇 개 챙겨서 한기원 동기를 찾으러 중청상장 쪽으로 되짚어 올라갔다. 오늘 동문들의 잠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한계령에서 희운각으로 먼저 오셔서 어렵게 막사 텐트 두동을 확보해 주셨던 34회 이인호 고문님께서 무전기를 내주시며 비상시에 연락을 하라고 하신다. 망월 산악회는 보이지 않는 선후배님들의 노고가 쌓여서 날로 발전해 간다고 느꼈으며 그것이 바로 어느 학교도 흉내낼 수 없는 동고만의 자랑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계곡은 많이 어두워져서 렌턴 없이는 길 찾기가 어려웠다.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한기원 동기에 대해 여러 차례 물어 보았으나 알 길이 없다.
김동숙(42회) 회장님으로부터 몇 차례 무선교선이 있었으나 그것마저 밧데리가 없어 연락이 되지 않는다. 진퇴양난! 소청이 보이는 중간지점에서 소청에서 하산하는 헤드렌턴 불빛 팀을 마지막 확인하고 철수하기로 하고 기다렸다. 그들 일행 이외에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한다.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산중의 밤이란 해만지면 지척을 분간키 어려운데.....
여기 저기 더듬거리며 희운각에 돌아오니 집사람이 출렁다리에 나와 기다리고, 김동숙 회장님이하 여러분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걱정마라, 한기원 동문은 부인과 함께 중청 대피소에 들어가서 쉬고 있다고 구조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휴우- 다리 뻗고 잘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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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운각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낮에 일찍 도착하여 미리 비상용막사 텐트2동을 대여 받았으나 잠자리가 부족하여 많은 사람이 비닐을 덮거나, 슬리핑백을 이용한 비박을 하였다. 48회 팀은 7~8인용 텐트를 설치하여 5명이 비교적 편안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텐트속의 48동기들이 경쟁적으로 코고는 소리를 높이고, 밖에서 비박하는 사람들까지 가세하여 적막한 첩첩산중의 밤은 코골기 대회장이 되어버렸다. 이미 밖에서 코고는 사람을 찾아 지구에서 내리게 할 방법이 없었으니, 별이 초롱초롱한 설악의 밤을 이렇게 깊어갔다.
새벽 4시 30분 새벽의 밝음이 밤을 깨워 갈 즈음 부지런한 산꾼들의 시끄러움 속에 잠에서 깼다. 서둘러 라면을 끓여서 찬밥을 말아 부지런히 챙겨 넣고 있는데 5시 30분쯤 망월 선발대는 출발을 한다. 급히 서둘러 6시에 공룡능선을 향해 5명의 48회 팀(김지현, 박선화 부부, 윤영태, 이상수)이 희운각을 떠나 무너미 재를 넘는다. 가파른 봉우리가 대충 14개쯤 되니 도상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공룡의 등줄기는 그 갈기가 깊은 골을 이루어 지상거리는 3배는 되지 않을까?
다행히 새벽골바람과 미끄럽지 않은 마른 바위는 산행에 크게 보탬이 됐고, 희운각의 차디찬 물은 며칠 얼린 물만큼 맛있고 차다. ‘망월 48동래고 75년차’ 길 표시 리본을 몇 곳에 달았다. 중간쯤에서 어제 소청에서 숙박하고 새벽 5시 출발했다는 47회 이동윤(달리는 의사회 회장, 망월마라톤)선배를 만나고 얼마 뒤 51회 전삼영 재경 망월마라톤 총무도 만났다. 달리는 의사회에서는 약 30여명이 단체로 와서 한계령을 거쳐 소청 숙박 후 공룡능선 등산 후 오세암 백담사를 지나 서울로 간다고 한다.
10시 30분 마등령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 후 비선대로 향하였다.
비선대에 12시 30분쯤 도착하여 여러 코스에서 합류한 후미 팀을 만났다. 간단한 냉국수를 김지현 동기가 제공하고 남은 주먹밥, 초밥을 곁들여 중식을 끝내고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에 14시쯤 도착하였다.
여러 코스로 나뉘어 졌던 팀들이 공룡능선,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여 설악동 버스 주차장에 오후 3시 하산을 완료했다. 어제 저녁에 된장, 고추장, 양파만을 챙겨서 두 부부가 따로 중청 대피소에서 신방을 차렸던 한기원 동기 부부가 대청에서의 일출에 대해 설명을 한다. 물만 있었더라면 산중에서 비박을 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어려움이 많았던것 같다 속초 시내의 척산 온천장에서 목욕을 하고 순두부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오후 11시 30분 부산에 무사히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