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0차
3,247
박선화(48)
2005.02.12 02:37
백두 10차 2001.12. 31 / 1. 1
겨울 산행은 장비부터 무게를 더하는 데다 기상마저 예측이 어려우니 언제나 힘겹게 느껴진다. 신년 눈 산행으로는 이만한 산행이 없다고 생각하여 네 식구 모두 참가하였다. 육십령 매점의 민박은 김환(45) 대장님, 한현근(49)총무가 이미 예약을 해 두었다. 김유일(40) 회장님께서는 언제나 누구라도 함께 산행할 수 있도록 B 코스를 배려하시므로 많은 동문들이 참가하기에 좋다. 이번에도 남덕유 정상에서 영각사로 탈출하는 바위 절벽을 가야하는 B코스가 예정되어 있지만 주능선을 가기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
총 60명(기사포함)의 망월 동문들이 육십령을 향하여 명륜동 지하철을 밤 10시가 조금 지나서 출발하였다. 새해를 맞는 첫 산행으로 인원수와 지명이 꼭 같다. 그 옛날 육십령을 넘기가 어려워 60명이 될 때까지 고개 밑 주막에서 기다렸다가 넘었다는 곳을 꼭 60명을 채워서 넘게되었다.
꼭두새벽 빙판길을 어렵게 달려서 넓은 주차장에 내리니 귓전을 때리는 세찬 바람소리가 첫인사를 한다. 민박집인 매점 안은 추위를 피해 들이닥친 동문과 가족들이 꽉 메워져서 흡사 피난민 수용소 같다. 가족도 14명이나 되니 집행부의 방 배치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내 가족도 이산가족이 되어 남녀로 나뉘어 배치가 되었다. 원로 선배님들부터 모두 방 배치를 하였는데 칼잠을 자더라도 틈이 없을 것 같다. 아예 매점 홀에서 밤을 새우는 동문도 있다. 좁은 틈을 비집고 한켠에 몸을 누이니 보일러 바닥이 뜨듯하여 옛날 구들방의 아랫목처럼 따뜻하다.
잠이 한참 들 무렵 기상을 서둘러 6시 50분에 육십령 절개지를 우회하여 산행에 들어갔다. 할미봉 못 미친 곳. 짙은 어둠이 금새 붉은 눈 세상으로 바뀌면서 새해 첫 해가 솟아오른다. 모두 함성을 지르며 환호를 하는 사이 할미봉에 닿았다.(7시 50분). 이상수 동기와 함께 5명이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계속 가는데 급경사 길에 한 사람씩 보조 자일을 잡고 내려가니 속도가 무척 느리다.
항상 선두주자인 손봉상(43) 선배님 김환(45) 대장님과 몇몇 동문들은 우회로를 찾아 눈 깊은 곳으로 길을 바꾸어 나중에 합류하였다. 12시 정각 서봉(1510m) 정상에 도착하였다. 천지가 모두 눈 세상이다. 여기저기 눈 위에 자리를 잡고 점심 식사를 한다.
방한대로 눈과 코만 남기고 다 가렸는데 땀과 콧김으로 방한대마저 꽁꽁 얼어버리니 무척 춥다. 정상인지라 바람도 세게 부니 체감온도도 뚝 떨어지고 땀은 모두 얼음으로 바뀌어 온몸이 떨려온다.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가져온 막걸리를 여러 동문들과 한잔씩 나누어 마신 후 출발을 서두른다. 끝없이 펼쳐진 대간 줄기와 건너편 남덕유 정상(1507m) 아래로 경남 교육원의 설경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파노라마 설경을 배경으로 히말라야 연봉같은 멋진 사진을 최욱(29)고문님께 찍어드렸다. 가족 모두 한 장, 이상수 동기, 전기주(51)후배... 한 장씩 카메라에 담았다. 남덕유 갈림길에서 대간 능선을 따라 월성치로 향하니 러셀이 되어있는데도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월성치가 가까워지면서 힘든 구간이 많아지고 속도도 아주 느리다. 최욱(29)고문님, 김효일(35) 선배님, 막내 문진신(74) 후배는 보조 자일을 걸치고 안전 산행을 위해 애를 많이 쓰신다.
60명의 대군이 이렇게 험한 눈길을 무사히 산행함에는 집행부의 철저한 준비와 많은 동문들의 숨은 노고가 있기 때문이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13시 45분 월성치에 닿았다. 바람골로 하산하여 황점으로 바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족 모두 삿갓봉으로 향하였다.
삿갓재(15시 30분) 대피소에서 잠시 휴식하고 가파른 계단 길을 내려서니 눈이 많던 주능선과는 달리 힘이 많이 들고 무릎이 아프다. 황점에 16시 50분에 도착하여 버스를 만나니 무척 반갑다. 꼭 10시간을 눈 속에서 헤맨 것 같다. 히말라야 연봉을 연상하며 밤 12시를 넘겨서 집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