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이어달리기를 끝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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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화(48)
2005.01.09 14:17
경부 이어 달리기를 끝내고
- 48회 박선화-
달리기란 몸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달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몸과 마음이
튼튼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몸을 튼튼
히 해둘 일이요, 몸이 튼튼하면 못 이룰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몸을 튼튼히 가
꾸어 기회를 찾으면 모두 기회가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의 확실한 홀로서기(독립)가
있어야 나라가 진정한 독립 국가가 되는 것이다. 강대국이란 인구수, 땅의 넓이가
아니고 각 개개 국민들의 자질이 우수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드리는 말씀-
1. 총동창회 주관 - 행사의 규모, 성격 등으로 볼 때 동창회 산하의 마라톤 모임의
행사보다는 총동창회가 주관하여 재학생 및 각 기수별 인원 배당, 기금조성 등을
통하여 거교적인 행사가 되어야 하겠다. 이미 부산상고와 함께 본 행사를 치러야
할만큼 규모가 커졌고, 재경 동기들 중심으로 몇몇 동호인들만의 자진 참여로 올해
행사가 진행됨으로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행사의 성격상 맨 먼저 부산 시민
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범시민적인 행사로 정착되고 나아가서 범국민적인 행사가 되
어 각 지역 독립운동의 뿌리 찾기 및 추모제 등과 연계하여 국민 정신을 일깨우는
기폭제로서 언론사들의 각성과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경찰 선도차 - 일반 국도에서는 운전 교통 도우미들이 간단한 청원경찰 복장을
입고 자체통제를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대도시의 도심을
통과할 때에만 인근 관할 경찰관서에 미리 연락하여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권력이 어느 특정 행사에 묶이게 되는 비난은 그냥 비난으로만 생
각할 수 없지 않을까?
3. 각 기수별 축제 - 망월 산악회를 비롯한 각 소모임, 각 기수들의 행사를 경부 이
어달리기에 일정에 맞추면 응원과 축하를 함께 주고받을 수 있다. 45회 선배님들이
김천 직지사에서 전국 동기 모임에 연계하여 경부 이어달리기에 시간을 맞추어서
궤방령에서 응원을 하게되니 45회 동기 모임이 더욱 빛을 내게 되어 벌떼들의 한마
당이 되었고 달려온 선수들은 동고인의 자긍심으로 사기충천하였다. 지난해 재경
망월 산악회에서 무박으로 영취산 등반을 하는데 부산 동기들이 대운산을 산행하게
되니 못 만나던 동기들을 만날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비록 실행에 문제가 생겼지
만 재경 망월 산악회에서 2004년 동고의 날에 무박으로 금정산 등산을 기획했던 일
은 참으로 좋은 생각이었다. '동고의 날'이 전 동고인들의 '만남의 장'이 되기 위해서
는 모든 동기 모임들이 모이는 장소와 시간을 모교로 잡아 주어야 할 일이고 동고
인이라면 맨 먼저 챙겨야할 연간 계획의 필수 사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잔치를 벌려 놓고 와야할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간다면 무슨 행사가 되겠
는가?
4. 가족 동반 축제 - 가정을 떠나서 이루어지는 행사는 가족의 크고 작은 희생이
보이지 않게 생기는 것이다.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경부 이어달리기가
오히려 가족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가족 축제에서 출발하여 크나큰 행사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나라 경제의 어려움이란 사실상 각 가정이 올바른 경제생
활을 하지 않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요, 나라의 튼튼함이란 건전한 가정에서 비롯되
는 것이다. 가정이 무너지고서는 내가 설 바탕이 함께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밤늦
게까지 2차 3차라는 말은 한번쯤 되짚어 보아야 할 일이다. 구 소련이 무너진 이유
중의 하나에는 보드카의 역할도 무시 못한다는 말이 있다. '백주 대낮에 만취한 젊
은이들이 돌아다니는 나라'라고 한다면 지탱하기가 힘들 것이다. 옛 속담 중 '악마
가 가기 전에 먼저 술을 보낸다.' '술이 들어간 만큼 비밀이 빠져나간다.' 등은 한 번
쯤 되짚어 보았으면 싶다. 경부 이어달리기는 온 가족의 동참에서 더욱 빛나리라
생각된다. 온 가족이 함께 뛰고 온 국민이 함께 뛰는 일에 동고인들의 앞서가는 역
할이 중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경부이어달리기 일기>
10월 6일(일) 맑음, 옥천 - 영동 (박선화 48회)
10월 2일 경부이어달리기 출정식이 토요일 아침 9:30 서울 한강 반포지구 시민공원
에서 있었다. 꼭 참가해 보고 싶은 출정식이지만, 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의 마음
이 무척 허전하다. 어찌하다 보니 지난해 경부이어달리기에 동참하게 되었고 두 번
째 해를 맞게 되니 그냥은 지나갈 수가 없다.
내 고향 충북, 청주부터는 참가를 해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는데..... 김유일 회장님은
토요일 달리기를 하시고 일요일에는 일이 있어 내려오시게 되니 부산팀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에 혼자 기차로 출발하여 대전에서 이윤재 동기와 1박하
고 옥천 대전 경계 지점부터 같이 뛰자고 약속하였다. 강상중 선배님께서 동참을
하시겠다고 전화가 왔는데 집안 일도 있고 대전 1박의 큰 의미가 없으니 일요일 새
벽에 같이 떠나자고 하였다. 꼭두새벽(5시)부터 서둘러 강서구청 앞에서 강상중 선
배님을 모시고 서진주를 거쳐 대진고속도로를 타고 가게 되었다. 보스턴의 영웅 강
상중 선배님, 존경스럽다. 하지만 선배님의 말씀으로는 보스턴에서 모든 조건이 어
려워 아주 심한 고생을 하였으며 실제 기록도 좋지 못하였다고 하신다. 많이 달리
다 보니 신발값도 만만찮은데 뒤축의 특정 부분만 닳게 되어 두꺼운 고무창을 잘라
서 덧대어서 활용하신 때도 있다고 한다. 아하! 아무나 보스턴 마라톤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 이렇게 세심한 준비와 꾸준한 연습 속에 하나씩의 결실을 이루어
가시는 걸 보면서 공연히 마라톤이라는 단어만 어색하게 만드는 나의 모습이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난 해 친구따라 장군(분뇨)지고 장에 가듯이 이윤재, 김성수
등살에 떠밀리어 도로 위에 짧은 속옷 하나만 걸치고 나섰는데 이건 마라톤에게 참
미안하게 되었구나.
김상현 선배님께 통화 해 보니 대열은 이미 옥천 경계를 출발하여 영동 가는 국도
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옥천 IC를 빠져나와 국도를 따라 찾아 나섰다. 예상외로 빠
른 속도로 내려가서 9시 넘어서야 겨우 합류하게 되었다. 부산 상고팀이 함께 뛰고
있으니 대열이 소대병력쯤 되어 보인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어떤 연유로 합동달
리기를 계획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숫자가 많으니 앞을 챙겨주는 경찰차에 대한
미안한 맘이 덜하다. 지난해 김천에서의 박수진 회장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 시
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결과는 우리의 생각을 크게 넘어서서 아주 큰 결실이 예상됩
니다. 도와주시는 지역동문, 도우미, 선수 여러분 열심히 뛰어서 하나의 큰 역사를
이룹시다." 이미 2003년 부산 학생 항일 의거와 민족 동고 105년 경부 이어달리기
는 성황리에 매듭을 지어 하나의 역사를 이루었다. 그때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당
시 부산지방경찰청장 권지관(48회) 동기는 헬기를 동원하여 사진을 찍어 대형 액자
로 만들어서 모교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이제 부산상고와 함께 제2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열정에 약간
못 미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난해 격년행사의 말이 나왔을 때 매년 행사가 안 되면 그 의미를 많이 잃게 된다
고 강하게 주장했던 나의 생각은 무리한 것은 아니었나? 다시 제3의 역사를 쓸 때
에는 107년 동고의 힘을 한껏 펼치면서 국민적인 대회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저기 달리는 사람들의 선배들이 멀리 부산에서 암울하던 일제침략시절 독립의 싹
을 틔우며 일제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섰다.'고 하면서 연도에 늘어선 각 지역주민
들의 박수를 받는 날이 꼭 와야 하리라고 생각해 본다.
큰 의미도 없이 성시를 이루는 각종 달리기에 비하면 그 출발의 의미가 민족 동고
의 위상에 걸 맞는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언론사가 주최하는 달리기는 그 의
미 부여가 대단치 못하고 상업, 홍보 경쟁인 듯싶다. 부산학생 항일 의거 기념 경부
이어 달리기에 국내 언론 모두가 그 뜻을 기리며 옛날부터 각 지역마다 배어 있는
호국선열들의 고난의 숨결을 앞 다투어 보도하면서 의미 있는 행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달리기가 붐을 이룬 이쯤에서 달리고 있는 지역에 숨겨진 국난 극복
역사의 숨결을 찾아본다면 더없이 귀한 행사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장경명(51) 후배의 운전도우미 지원으로 강상중 선배님과 함께 주로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운전 도우미란 그냥 도우미가 아니다. 장경명 후배가 없으면
아무리 먼길을 왔더라도 차를 버려 두고 달릴 수는 없는 것이다. 본인은 뛰지 않으
면서 여러모로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선 숫자 면에
서 부산상고의 이 행사에 대한 열정이 더없이 고맙다. 조국이 아주 어렵던 시절 함
께 독립을 외치며 민족의 분노를 토해내던 그 열정을 이 곳 경부 국도 길에서 양교
후배들이 함께 재연하게 되니 자못 그 의의가 크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 선배님
들은 나라 잃은 암울함 속에 조국독립과 생존을 위해 젊음을 태워 일신의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떨쳐 일어섰다. 국난을 당하여 이에 맞서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정작 나와 가족을 버려 떨쳐나서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제 그분
들의 희생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2004년 11월 23일(1940년 11월
23일 노다이 사건 일어남) 부산 초읍동 어린이 대공원에 부산시에서 10억원 예산으
로 높이 11.3m '부산 학생 항일의거 기념탑'을 제막하였으며 그 식전 행사로 우리는
이 길은 달리고 있는 것이다. 본디 이런 달리기는 매 구간 완주를 해야 할 일이지
만 연습 없이 참가에만 의의를 두다보니 많이 달리지를 못하였다. 연세 높은 서병
재, 문영상... 여러 선배님들께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다만 48회를 혼자 짊어지고
묵묵히 이 길을 뛰는 이윤재 동기가 더없이 자랑스럽다. 마지막 구간 15km를 뛰기
로 하고 약 5㎞ 쯤 달린 후 차에 올랐다. 영동을 지날 무렵 무수한 애드벌룬, 강가
에 주차된 차량들, 도로까지 완전히 주차장이 되어 지역축제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
다. 그 이름도 생소한 '난계 국악 축제' 어허, 이게 무슨 말인가? 도무지 종잡을 수
가 없다. 인터넷 설명을 보니 '10월 9일∼12일(4일간) 영동 둔치 특설무대와 인근
지역에서 개최되는 박연(음악가)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계승하는 축제'인데 규모가
엄청나다. 달리기만 아니면 내려서 구경을 해보고 싶었지만 그냥 차에 얹혀 인파
속을 비집고 지나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다음 노근리 굴다리 앞 설명 게시판과 무수한 총탄의 흔적을 잠시 보았다.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죄로 무고한 양민이 무참하게 죽어간 현장을 지나는 감회가 남다
르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도로에 올라 마지막 구간 달리기에 합류하였다. 안화리를
지나 고갯길 오르기가 무척 힘이 든다. 여기가 소백산맥을 넘는 궤방령고개 (좀 더
큰 고개는 추풍령), 갑자기 떼 지어 나타나는 45회 선배님들, 대형 현수막 "벌떼여!
날아가듯 뛰소서, 우리 가슴도 뛰고 있습니다." 사물놀이패의 등장! 막걸리 통, 형수
님들, 궤방령 고개에 때아닌 잔치판이 벌어졌다. 때맞추어 황악산을 하산하는 45회
선배님들의 치밀한 동고 사랑에 모두 정말 날아오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
상고, 동래고의 한마당 축제, 오늘 달리기를 마무리하는 정리체조, 사진촬영, 다시
김천 목욕탕으로 향하면서 낯익은 직지사 길을 지나게 되었다. 몇 년 전 전국 48동
기 모임 때가 잠시 떠오른다. 언제고 사랑하고픈 내 조국 이 산하! 이 땅을 일본인
들이 상당한 기간 점령했었다니…
저녁 식사 후 이윤재 동기와 헤어지는 마음이 무척 허전하다. 다시 독립군이 되어,
서울로 부산으로 등을 돌렸다.
11월 7일(일요일) 맑음
어제 토요일 김천 영동 경계의 궤방령을 출발해서 여장을 풀었던 달림이들이 오늘
아침 숙소인 고령 홍록장을 떠나 현풍 쪽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새벽에 집사람, 양
한철(51) 외 61회 후배들과 함께 구마고속을 따라 현풍으로 향하였다. 오늘은 48회
에서 나 혼자다. 이윤재 동기가 서울 중앙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어 혼자 달리지 않
을 수 없다.
'니, 어데고?', '내 여기 서울이다, 중앙마라톤에 뛴다…',
'니 중앙고등학교 나왔나?' '아니, 초청장이 나와서…'
현풍 외곽 지점 큰 다리 저쪽에 한 떼의 달림이들이 보인다. 대단한 규모다. 부산
상고 쪽의 지원이 아주 열성적임을 알 수 있다. 낯익은 서울동문 외에 부산상고팀
이 많이 뛰고 있다. 조금 몸을 풀려는 사이에 순식간에 들이닥쳐 무심결에 합류하
였다.
장경명(51) 후배의 운전도우미로 집사람과 함께 달렸다. 잘 닦여진 국도를 아내와
함께 뛰는 일은 그야말로 평생의 반려자라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다. 아내
는 지치는 줄 모르게 잘 달리고 있다. 그간의 산행에서 단련이 되었다고는 해도 달
리는 일은 처음인데도 잘 해 내고 있어 대견스럽다. 산이든 도로 위이든 함께 해주
는 마음이 더 없이 고맙다. 부산상고 쪽에서도 여자선수가 2명 있었는데 한 사람은
좋은 자세로 쉬지 않고 달렸는데 나중에 들으니 완주를 여러 번 했던 우수한 선수
라고 한다. 고개를 만나 잠시 휴식하고는 밀양 부곡경계를 넘는 고개에서 같이 뛰
자고 하였으나 마지막에 혼자 합류하여 오방 교차로까지 당일 구간을 마무리하였
다.
11월 20일 (토) 맑음. 부곡 - 김해
11월 17일(수) 대입 수능시험으로 인하여 일본 영사관 연수가 토요일 오후로 미루
어지게 되어 부곡 김해 구간의 참가가 어렵게 되었다. 나중에 어찌하든 무작정 참
가하기로 하여 부산 경찰청 최태식 동기와 함께 진영으로 향하였다. 김해 가는 국
도에서 합류하여 최태식, 이윤재와 48회 동기 세 사람이 같이 달렸다. '여보게, 힘들
면 잠시 쉬어 가시게' '경부 이어달리기 김해도착 환영' .... 곳곳에 걸려있는 환영 현
수막 아래로 김해 출신인 이윤재 동기가 맨 앞으로 나서서 고향 산하를 질주해 간
다. 도로 가에 늘어선 김해 동문들의 환영 행사는 온 시민이 모인 듯 그 숫자가 엄
청나게 많다. 모두 음료수, 드링크 등을 달림이들에게 나누어주기에 바쁘다. 자랑스
런 48 달림이 이윤재, 지난해 나를 주로에 올리려고 김성수 등반대장과 함께 별별
공작을 하지 않았던가? 독립군의 비애를 떨치려던 이윤재 동기는 고향땅 44km 구
간 완주를 하면서 3명의 48 달림이와 함께 고향 방문을 멋지게 마무리하였다. 마지
막에는 차를 운전해 줄 후배가 와서 운전만 하던 집사람까지 합류하여 큰 대열을
이루어 김해 큰 다리에서 하루 일과를 맺었다.
11월 21일(일) 맑음. 동고의 날. 김해-모교
새벽에 집을 나서서 김해 큰 다리로 갔다. 각양각색의 큰 풍선을 차에 달고, 다양한
문구를 새긴 깃발들을 단 부산상고 쪽 차들이 출발을 서두르며 스트레칭 등 준비운
동이 한창이다. 차는 장경명(51) 후배에게 부탁한 후에 대오를 갖추어 출발을 하니
그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서 무척 길어졌다. 새로 만든 높다란 구포대교, 모라, 사
상을 지나 냉정 고개에서 집사람이 휴식을 하고, 서면 롯데호텔 앞에서 천리길을
함께 달려 온 역사의 동반자 부산상고와 헤어져서 동래쪽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보다는 적은 숫자이지만 열렬한 환호 속에 양정고개를 올라섰다. 맞은 편 도로에서
어느 신문사의 주관으로 마라톤이 진행되고 있는데 100m달리기를 하듯이 질주해
오는 젊은 건각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시청 앞으로 향하였다. 시청 앞에서 집사람이
다시 합류하였다. 지난해에는 재학생 700여명, 각 기별 동문들의 합류로 거대한 용
트림을 이루어 끝이 보이질 않았었는데....... 약 100여명이 대열에 합류를 하였다. 동
래 경찰서 앞에서는 동창회장님을 비롯한 원로 선배님, 49회 이재웅, 52회 박승환
두 현직 국회의원이 합류하여 모교로 향하였다. 모교 교문을 들어서면서 다리가 무
척 아파 온다. 연습도 없이 어제 오후 17km달린 후 오늘 25km를 뛰다보니 무리했
던 탓인지 더 뛸 수가 없다. 억지로 운동장으로 내려서고 나니 한 바퀴 더 돌 마음
이 나지 않아 그냥 스탠드 쪽으로 가서 물을 마신 후 정리체조를 하였다. 경과보고
및 시상을 끝내고 목욕을 한 후 재경 마라톤회의 대형 관광버스를 타고 기장 짚불
구이 곰장어 집으로 향하였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짚불에 익힌 시꺼먼 곰장어를
도우미 아가씨들이 흰 장갑을 끼고 껍질을 벗겨 담아준다. 맛이 특이하고 좋다. 장
어 쓸개를 모아 술을 담은 것을 주는데 그 또한 별미였다. 집 전체가 방송출연사진
(전국 TV 방송 58회, 일본 TV 3회 출연)으로 덮여 있었으며 4대째 150년 이어져오
는 식당인데 동래고 출신 김영근 선배님이 사장님이시다. 선배님의 환대에 감사드리며 기장 곰장어가 여러 대를 이어 계속 번창하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