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03. 21(일) 오전 8:00
출발장소 : 명륜동 전철역 동편다리
산행로:칼바위등-망산(397m)-해미장골등-내봉산(359m)-여차등-갈지미(255m)-저구고개 8km
소요시간 : 4시간
준비물 : 회비 25,000원, 중식, 식수, 간식, 여벌옷, 랜턴
◆ 산이야기...
섬에서 우뚝 솟은 산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섬과 산. 별개로 보이지만 오묘한 조화로 궁합이 맞을 땐 기대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거제도 망산(望山/397m)이 아주 좋은 본보기.
망산은 우선 거제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가는 길이 아주 즐겁다. 신거제대교로 견내랑해협을 지나 어느 방향으로 달리더라도 탁 트인 해안가 절경과 쪽빛바다가 이어진다. 이쯤되면 섬에 왜 왔는지 착각이 일 정도다. 산 정상에 오르기라도 하면 지금까지 봐왔던 단편적인 절경들이 다도해라는 한폭의 초대형 풍경화로 다가온다. 망산은 조선조 말기 국운이 기울면서 왜구의 침범이 잦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 선박의 감시를 위해 망을 보았다 해서 명명됐다. 그래서 망산은 울창한 숲으로 인한 산 자체의 빼어난 아름다움보다는 조망이 뛰어나다는 점이 우선 부각된다. 조선조말 당시의 망이 생사의 귀로에 선 절대절명의 '망'이라면 오늘날의 '망'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을 관찰하는 즐거운 조망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날씨가 청명하면 다도해의 절경 뿐만 아니라 대마도와 부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번 산행은 칼바위등~망산 정상~해미장골등~내봉산 정상~여차등~각지미~14번 국도의 시점인 저구마을 입구까지. 산행시간이 3시간30분이라고 적혀 있지만 4시간30분 이상은 족히 걸린다.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명사마을에서 홍포 방향으로 200m쯤 걸어가면 길 왼쪽에 망산 정상 1.8㎞라고 적힌 푯말이 보인다. 거제도는 망산 뿐만 아니라 모든 산행길 초입에 이같은 안내판이 친절하게 서있다. 오른편에 쪽빛바다와 굴 양식장의 부표가 보이는 가운데 산행 들머리로 진입한다. 2분후 갈림길. 오른쪽 길로 오른 후 곧 대형 무덤 1기가 나온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푹신한 산길은 산책로를 걷는 듯하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육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데에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윗길을 힘들게 지나면 곧 첫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오른쪽 발밑에는 명사마을과 명사해수욕장 명사초등학교 교사가 보이고 바다 위에는 소형어선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떠 있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군 작전도로인지 허리를 잘라 도로를 만들어 놔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8분쯤 후에 만나는 두번째 전망대는 천길 낭떠러지. 그래서 칼바위등이라고 불렀나.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오싹해진다. 눈 앞에는 죽도 장사도 용초도 비진도가 보이고 그 너머로 한산도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이정표 방향대로 홍포(1.1㎞) 내봉산(1.9㎞) 여차(2.7㎞) 저구(4.9㎞) 방향으로 내려선다. 15분 뒤에는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하면 홍포 무지개마을로 내려간다. 직진한다. 숲이 어찌나 짙은지 해풍이 스미지 않은데다 대낮인데도 밝지 못하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바위 능선길은 예상외로 쉽지 않다. 전망대에 올라 산세만 보면 숲이 우거진 육산이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여간 험한 길이 아니다. 아예 절벽을 올라야만 하는 곳도 기다리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40여분 오르면 내봉산 정상에 앞선 암봉에 이르고 거기서 5분 정도 걸으면 내봉산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서 보면 망산 정상보다는 바로 옆 봉우리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멀리 북쪽으로는 장승포 옥녀봉이 얼핏 보인다.
정상에선 왼쪽으로 내려선다. 심한 내리막길이어서 로프가 놓여있고 밑에는 나무둥치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30여분 후 갈림길이 나오면 여차등. 나무푯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몽돌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여차마을. 직진한다. 날머리인 저구까지는 아직도 2.7㎞. 이제부터는 본격 오르막. 한동안 사라졌던 새소리가 다시 들린다. 10여분쯤 후엔 세말번디라는 봉우리에 닿는다. 산행중에는 이곳이 세말번디라는 안내판이 전혀없다. 이후 오르막 내리막 평길 등을 번갈아 2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가 나온다. 각지미라는 곳이다. 안보이던 명사마을이 왼편에 다시 보인다. 여차등부터 이곳까지 30여분 구간이 온통 숲길이었던지라. / 이웅(61)